지금은 인생의 하이라이트, 40대

이민자의 삶

by Vanlomo

인생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바쁜 시기는 2-30대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시기를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아낸 후, 40대는 그 삶에 대한 보상 같은 시간이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이 것도 다 연장되는 듯하다.


그래도 내게 그 시기는 아마도 2025년이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


드디어 내 삶도 여유가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찾아온 여유로운 삶에 당황하며 이게 무슨 삶이냐~ 거만한 여유를 부렸다.


한편으로는 여유로운 것이 약간의 죄책감 내지는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은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보상을 받아서도 안된가는 심리적 압박에서 오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느끼는

‘여유‘라는 것은, 금전적, 물질적 여유로움이 아니다. 아마도 2025년의 여유로움은 아이가 킨더에 입학하며 생긴 자유를 그대로 반납하고 매일 출근하듯 가던 영어학원이 끝난 것에서 온 여유였던 것 같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찾아오는 온전한 내 시간.

물론, 집안일, 식사준비 등이 나의 주 업무라는 사실이 있지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내 페이스대로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그 시간. 오랜만에

느끼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난 정체 모를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며 이대로 그냥 60대가 찾아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50전에 뭐라도 새로 시작하면 15년은 넘는 직업을 갖게 되겠지.

친했던 한국인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 지난여름이 지나고 바로 유아교육 등록 준비를 했고, 올 1월 입학하며 이제 한 학기를 마쳤다. 물론, 나의 주 업무가 엄마이자 주부이기에 파트타임&온라인으로 신청했다. 온라인이어서 장단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잘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놀이동산에 놀러 가서도 귀에 이어폰 꽂으면서 수업을 듣고, 장시간 줄 서면서 과제를 해서 내며, 순간순간 내가 왜 굳이 편할 수 있는데 이러고 있나 싶지만 난 분명 여유를 여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어난 일은…

남편의 퇴사이다.


5년간 다닌 회사.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을 왕복을 하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제발 그만두라도 말한 것도 수백 번이었는데 드. 디. 어. 그만두게 된 것에 우린 축배를 들었다.


수만 가지 생각이 오갔지만,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백수남편. 학생주부의 합작으로, 우린 작은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난 지금

학교 숙제, 시험을 반복하면, 아이가 학교 간 동안은 사업에 집중하고, 아이가 돌아와도 제대로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면서, 투정하며 하루하루 집안일을 초 치기로 수행하고 있는 엄마이다. 그 와중에 주차된 우리 차 옆구리를 치고 간 차 덕분에 보험회사며 자동차 수리 업체 정비 업체를 다니는 것이 추가 업무로 진행되고 있고, 또 이에 질세라 맥도널드에 갔다가 아이가 젖은 바닥에 앞으로 미끄러져 이빨이 깨지는 바람에 여기저기 수소문 하여 치과를 찾아내는 것, 놀란 가슴 쓸어낼 새도 없이 내게 맡겨진 가족의 반려견 케어도 내 몫이다.


이럴 때일수록 나는 더 침착하고 태연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40대의 삶이며 또 한 번 다가올 50대의 여유를 갈구하고 있다. 아마도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그것 또한 십여 년씩 늦춰지는 것 같지만 아마 그때도 그 여유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찾아왔던 잠깐의 여유를 가 질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그 감사함을 절실히 느끼기 위해 있어야 되는 수많은 일어나고 있는 지금에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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