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데 Apr 01. 2016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마흔부터.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세상 중심의 주인공 시점에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중심보다는 주변에 머무르게 되는 것과 같다. 


내가 상처받았고, 나를 속상했던 일들만 기억만 나서 늘 피해자 같았던 신분에서

내가 상처를 주었던 일들과 누군가를 아프게 해서 미안한 일들이 더 생각나는 가해자의 신분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만난 여러 다른 사람들과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나만의 나라를 만들어 내 생각들로 국민이 살고 내 주관들이 내 나라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나라의 주인이 자신의 국민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나라 문화만을 고집하면 귀를 닫고 떠들기만 하는 어른으로, 

자신의 국민이 중요한 만큼 타인을 존중하고 

여러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도 받아들인다면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활짝 열린 어른이 되는 것과 같다. 

 


사랑과 애정이란 감정은 만드는 게 아니라 저절로 생겨나는 거지만,
그 마음을 지켜가는 건 관심을 갖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우리 사이에 있던 어색함과 거리감을 추억으로 덮어 쌓아 올리는 매우 수고스러운 작업과 같다. 
 
그러므로 이유가 많고 언제나 상황이 안 되는 건  그만큼 할애할 여유가 안 된다는 것,
즉, 그만큼의 의미가 안 되거나 한쪽의 마음이 다른 쪽 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거다.  
 
시간은 생겨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굳이 만들어 내는 거니까.
그래서 균형이 맞지 않는 애정은 언제고 틀어지기 쉬운 것이다.



관계라는 것이 참 그렇다. 

특히 영원한 것이란 거의 없다.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고,

그렇게 미워하며 원수처럼 인연이 끊긴 누구는 왜 그렇게 미워했었는지

그 기억까지 같이 끊어져 문득문득 궁금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많은 관계에 집착하고 살았을까. 

멀리 나와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멀어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관계는 그렇게 멀어지는 대로 두고 볼 줄도 알고,

지금 자주 보고 좋아 죽는대도 그게 꼭 영원할 거라 일부러 기대하지도 않는다. 


친구도 좋지만 가족이 너무 소중해졌고

새로운 만남도 좋지만 이미 익숙하고 소중한 사람들 지키며 살기도 조금씩 버거워진다.


그래서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 살아가며 살아가지는 대로, 살아가는 대로 살게 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더 이상 관계에 집착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점점 짧아지는 것과 같다. 



어른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시점으로 바뀌기 시작한 순간,
지나온 시간이 불과 며칠 전일까지도 아득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얼굴의 주름도 나이도 아닌 이런 느낌들에서 

더 이상 내가 어린아이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낯섦이 더 익숙해지면 그땐 어느새 할머니라 불리고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잘 지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