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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Aug 21. 2023

서준에게

23.08.21


사랑하는 아들 서준아,


서준이가 뱃속에 있음을 알고 첫 편지를 쓴 뒤, 이제야 다시 편지를 쓰는구나. 전에는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서준이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어. 그런데 엄마 친구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편지 쓰는 모습을 보며, 엄마도 서준이에게 편지를 써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엄마가 읽어줄 수도 있고, 나중에 서준이가 읽을 수 있을 때 읽어도 되는 건데, 엄마는 왜 이제야 편지를 쓸 생각을 했을까? 좀 아쉽기도 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편지를 써둘게!


서준아, 서준이는 엄마에게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준 존재란다. 엄마는 서준이 덕분에 '엄마'가 될 수 있어서 정말이지 행복해. 서준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서준이를 만나고,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기쁘게 희생할 수 있구나 알게 되었단다.


희생을 한다고 해서 엄마가 엄마를 위해 살아가지 않는 건 아니란다. 오히려 엄마는 서준이를 사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엄마를 위해 살고 있어. 인생을 통틀어 어느 때보다 건강한 습관들을 세워가려고 하고 있고 (운동, 잠, 음식, 영성 등의 습관들), 또 서준이를 사랑할 에너지를 위해 엄마 스스로도 잘 돌봐주고 있단다.


올해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아주 엄마하고 잘 맞는 운동이더라구. 엄마는 쇼핑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준비물이 많으면 부담스러워지는데, 달리기는 운동화와 옷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서든 할 수 있어 참 좋단다.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서준이와 더 마음껏 놀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건데, 덕분에 엄마 건강이 좋아지고 있어. 나중에 서준이와 함께 뛸 날도 오겠지?


또 최근엔 엄마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있던 첼로라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서준이가 있을 때도 가끔씩 엄마가 첼로를 연습했으니, 서준이가 첼로를 알고 있을 거야. 첼로를 연습할 때 엄마는 참 즐겁고,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그 충만함으로 서준이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단다.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말 서준이를 낳고서야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서준이도 나중에 커서 아이를 낳게 되면 엄마의 말이 이해될 거야. 서준이도 이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구나.


요즘 서준이는 자아가 생기며 엄마하고 부딪히는 때도 많아졌어. 어린이집 가기 전 이 닦을 때마다 닦기 싫어하는 너를 엄마는 들어 안고 이를 닦일 때도 있고, 장난감을 살짝 때리는 모습에 엄마가 장난감이든 사람이든 때리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엄히 가르치기도 했지. 엄마는 네가 살아가기 위해, 또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는 거란다. 엄마의 낮은 목소리와 엄한 표정에 엉엉 울며 안아 달라는 너를 보며 엄마도 어찌 마음이 안 아프겠니. 하지만 엄마는 서준이를 위해 가르쳐야 한단다. 엄마가 서준이를 혼내더라도 엄마는 언제나 서준이를 사랑하고 있음이, 그 마음이, 서준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라.


오늘은 서준이가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내내 열이 나는구나.. 우리 아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서준아 아픈데도 오늘 하루 밥 잘 먹고 씩씩하게 있어줘서 대견하고 고마워. 아빠가 서준이와 함께 자며 밤 사이 열이 또 오르는지 보살펴주시기로 했어. 밤 사이 열이 내리기를, 하나님께서 우리 서준이 치유해 주시길 엄마가 기도하고 잘게.


23.08.21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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