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절제하고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자.
재회 관련 사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헤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편지 혹은 마지막 장문의 메시지들이다. 이별녀들 입장에서는 폭풍눈물을 동반한 처절한 매달림 이후 정말 마지막이라 여기며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에 장문의 편지들을 쓰지만... 내가 보기엔 그녀들의 편지는 글로 쓴 매달림일 뿐 이미 돌아선 남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헤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별녀들이 헤어진 남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쓰는 편지의 가장 큰 실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쓴다는 데에 있다. 이별녀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일필휘지 감성 충만한 장문의 글을 쓰며 속으로 "아니... 이렇게 술술 편지가 써지다니!"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할지 모르겠지만 편지가 술술 써졌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 대한 생각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썼다는 증거다.
"솔직한 제 심정을 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편지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은 왜 편지를 쓰게 되었나? 이별통보를 받고 멘붕 하여 울며불며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편지를 택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마지막까지 감정 폭발 편지라니... 감정 폭발 편지가 통할 거였으면 애초에 당신이 매달렸을 때 잡혀줬을 것이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편지를 쓰라는 건 아니다. 다만 "오빠가 없어서 나 죽을 것 같아", "앞으로 내가 다 잘할게", "제발 돌아와 줘!" 라며 이미 남자친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때 썼던 똑같은 감정 폭발 멘트 대신 당신의 감정을 조금만 절제를 하며 표현하라는 소리다.
남자친구의 입에서 왜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왔을까? 이유야 저 하늘의 별보다 많겠지만 결국 당신과 의사소통이 되질 않기 때문 일 것이며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건 한마디로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를 설득하고 싶다면 죽네 사네 당신의 아픔을 강조하며 매달리는 일은 그만 두자.
남자친구에게 당신의 폭발하는 감수성이 담긴 매달림 편지를 쓰기 전에 남자친구와 당신은 서로의 감정이 틀어져 이별을 했다는 걸 떠올리자. 당신의 솔직한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에게 곧이 곧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편지를 쓸 때에는 단어에 유의하는 게 좋은데 최대한 부정적 단어는 배제하고 긍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자."오빠는 나한테 너무 잘해줬는데 내가 다 망쳤어 근데 나 오빠가 없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보다는 "오빠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정도가 틀어진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그나마 나을 것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단어는 상대에게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망쳤어", "죽어버릴지도 몰라" 등의 부정적 단어는 상대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들게 하고 민감한 이별 상황에서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럴 땐 "따뜻한", "좋은", "부드러운", "아련한", "포근한", "미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자. 별 차이 없어 보인다면 메모지에 부정적 단어와 긍정적 단어를 적어놓고 소리 내서 읽어보자. 감정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여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헤어진 다음에 편지를 쓴 적이 있었는데 내가 여자친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부터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후회를 하는지에 대해 편지지 10여 장 분량의 편지를 써놓고 혼자 뿌듯해한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한 3장부터는 오기로 10장을 채우려고 썼었던 것 같다.)
과연 현명한 행동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대로 쏟아낸 내 입장에서는 뭔가 뿌듯하고 내감 정이 듬뿍 담긴 편지였을지 몰라도 편지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두께감에 놀랐겠지만 3장 이후부터는 뭔가 몰입도도 떨어졌을 테고 별 감흥도 없었을 것이다.
절대 편지를 길게 쓰지 마라. 당신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당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편지를 써봐야 당신의 비루한 문장력은 당신의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없을뿐더러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진부한 표현들과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편지지의 공간을 메꿀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면 일단 메모지에 주욱 적어 놓은 다음 그 느낌을 살리면서 최대한 길이를 줄일 수 있는 표현들을 고민해보자. 차라리 감정은 조금 덜 표현하는 편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또한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싶다면 글 보다는 사진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에게 당신과의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싶다면 "오빠,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말이야... 막상 사귀기로 해놓고 서로 부끄러워서..."라며 오글거리는 멘트를 적기보다는 차라리 연애 초기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건네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기보다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자.
그러니 편지를 쓰고 싶다면 편지지보다는 차라리 둘이 찍은 사진 뒷면에 짧게 써라. 남자친구에게 하고픈 수많은 말들 중 엄선한 단어와 표현 그리고 좋았던 한때를 상기시켜줄 사진 한장은 당신이 밤새 주절주절 써 내려간 편지보다 수백 배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