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과 성욕은 구분하기 어렵다.
솔직히 나는 L양이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변명의 여지도 없는 스킨십을 목적으로 하는 불량식품 같은 양아 X들의 가볍디 가벼운 천박한 찝쩍거림임이 확실한데... 대체 어떤 점에서 L양이 망설이는 걸까?
혹시라도 "아니... 어떻게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죠?"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그 감정 그대로 살려서 L양의 친오빠에게 물어보자. "아니 오빠~ 저번에 소개해준 그 남자 있잖아! 나랑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바닐라 로맨스라는 자식이 양아 X라고 하는 거 있지!?"라고 말이다. L양은 오빠라는 사람이 여동생을 위해 얼마나 폭력적인 남자가 될 수 있는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내가 아닌 그놈이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친오빠의 소개로 한 남자를 알게 되었어요. 안지는 얼마 안 됐는데 제가 심심하다고 불렀더니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달려와 주기도 했고 제가 술이 안 깬다고 했더니 숙취해소제를 사주기도 했어요. 한 번은 집에 놀러 오기도 했는데 둘이서 게임을 하다가 가벼운 스킨십이 있었는데 조금씩 진해지더니 제가 싫다고 하니까 웃으며 알았다며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더라고요. 저를 위해 참아주는 걸 보니 저에게 진지하게 호감을 갖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솔직히 내가 L양의 친오빠라면 이 정도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고 당장 그 XX를 호출해서 꼴랑 3개월 배운 무에타이 실력으로 명치에 플라잉 니킥을 꽂았을 것 같다.
L양은 K군이 스킨십을 했다가 L양이 거절하자 멈췄다는 사실에 감동을 하는 모양인데... 아...(ㅆ^(((%(&)!!!!) 싸구려 호프집에서 꼬신 여자도 아니고 지인의 친동생을 소개받아 놓고 사귀기도 전에 그녀의 집으로 가서 스킨십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L양은 자신이 부를 때마다 언제 어디든 달려와줬다는 것을 호감으로 여기는데 내가 보기엔 달려올 때마다 어느 정도의 스킨십이 가능했기 때문에 K군이 열 일 모두 제쳐두고 L양의 부름에 응했던 것 같다.
사실... 여자 입장에서 호감과 성욕은 구별하기가 너무 힘들다. 진심으로 좋아하든 단순히 성욕 때문이 든 남자는 여자에게 세상에 이런 남자는 없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 입장에서는 상대가 그리 나쁜 조건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남자의 행동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여기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지인의 여동생을 소개받아 놓고 사귀지도 않은 상태에서 늑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것도 일단 인중에 펀치를 꽂아버릴 일이지만 지인의 여동생에게 천박한 짐승 근성을 드러내는 남자의 인성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L양아, "K군은 날 좋아하는 걸까?"라는 핑크빛 고민을 하기 전에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L 양이라면 만난 지 얼마 안 된 지인의 여동생에게 응큼한 속내를 보일 수 있을까?
며칠 전에는 제가 심심하다고 하니까 말없이 저희 집 근처로 달려와주더라고요. 집 근처 호프집에서 조금 취할 정도로 술을 먹으며 서로의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K군이 은근슬쩍 숙박업소로 유도했어요. 저는 싫다며 택시 타고 집에 왔는데 K군이 데려다준다며 집까지 따라왔어요.
집에서 간단히 맥주 한잔만 더 하고 자려고 했는데 K군이 또 스킨십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싫다고 이게 무슨 관계냐고 그랬더니 원래 자기는 이런 남자가 아닌데 제가 너무 끌린데요. 근데 자기가 아직 여자를 만날 상황이 아니라며...
아... L양아... 어찌 이리 낮은 수에 당한단 말이냐...!?!?!? 술 마시다 아직 사귀기도 전인데 은근히 숙박업소로 유도하고... 싫다는 여자를 끝까지 따라와 집안까지 들어가 질척한 스킨십을 이끌어 내다니!? 낮아도 수준이 너무 낮은 천박한 유혹법이다.
L양은 스스로 K군의 스킨십을 거부하며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미 천박한 유혹을 구사하는 남자와 술을 마시고 은근히 숙박업소로 이끄는 남자의 행동에도 제대로 된 경고 한번 하지 않은 채 넘어가 줬다. 거기에 뻔히 목적이 보이는 늑대를 집안으로 들이다니!
사귄지 한 달은 되어야 손을 잡고 백일째 되는 날 키스를 하고 신혼 첫날밤에 첫날밤을 보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서로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스킨십 진도만 빼려고 하는 남자의 속셈을 알아채지 못하고 "혹시 이 남자... 저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라는 순진한 얘기를 하고 앉아 있다니... 아... 내가 친오빠였다면... 아오...
L양아 정신 차리자.
"나 이런 남자 아닌데... 이상하게 너에 거 너무 끌려"라는 말에 뿅 가기 전에
"근데 내가 아직 여자를 만날 상황이 아니야..."라는 말에 깜짝 놀라자.
지금 대놓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난 널 책임질 생각은 없지만 스킨십은 하고 싶어"라고 말이다!
"너와 스킨십을 하고 싶지만 널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널 쉽게 보는 건 아냐"라니...
이게 무슨 호랑이가 노루들 모아놓고 채식 선언하는 소린가?
물론 L양이 K군의 말처럼 일단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고 싶은 쏘 쿨 한 여자라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K군에 같잖은 말장난에 속아
"그래... 아직 때가 아니어서 그렇지 K군은 날 좋아해 그러니..."
라는 착각에 빠져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말자.
애매한 스킨십이 있던 밤이 지나고 K군에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나름 진지하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이건 아니지 싶으면서도 자꾸 혹시... 하는 생각에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뭘 어떡하긴 어떡하나? 일단 친오빠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K군에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자. 이왕이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다시는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아직까지도 "K군의 말이 진심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L양이 로또에 당첨되어 당첨금 찾으러 가는 길에 운석을 발견할 확률도 확률은 확률이니... 애매한 스킨십이 있고 나서 K군의 행동을 관찰하자.
정말 L양을 좋아는 하지만 여자를 만날 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L양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를 걸어 L양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대화를 통해 알아가려 할 것이며 쉬는 날이면 L양에게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애매한 스킨십이 있고 나서 연락의 빈도수가 확 줄어들었다던가 연락이 와도 한밤중에 "술 한잔 할래?"따위의 연락만 온다면 그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거다.
한껏 핑크빛 상상연애에 들떴다가 멘붕 왔을 L양을 위해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자.
때론 사귀기 전에 스킨십을 먼저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지인의 여동생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또한 좋으면 좋은 거지 애매하게 좋긴 하지만 사귈 상황은 아니란 말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며
쉽게 풀 어말 하면 "스킨십은 하고 싶으나 널 책임지지는 않겠다"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혹시...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을 L양에게 충고해주자면...
"아직도 사귀자는 말이 안 나왔다면 그건 L양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맞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지는 말자.
이번 경험은 L양에게 어마 무시하게 쓰고 독한 약이 되어
다시는 K군과 같은 불량남들에게 걸리지 않게 해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