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이 아니라 당신이 지칠 때까지!
헤어진 남자친구를 붙잡으려는 이별녀의 상담이 힘든 이유는 지나 칠정도로 디테일한 해결책을 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여러 차례 연애를 망쳐버린 이별녀의 입장에서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러운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연락은 언제 몇 번 정도 하는 게 좋을까요?"식의 질문은 너무도 바보 같은 질문이다. 이러니 "몇 시 몇 분에 이런 문자를 보내시오."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유료상담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숫자에 민감해하지 마라. 몇 번 연락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포인트는 간단하다. "당신이 헤어진 남자친구라면 어떤 방식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이별녀들에게 어떤 이유로 이별통보가 찾아오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는 화를 내거나 무작정 참기보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트러블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열심히 공을 들여 설명을 해봐야 이별녀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연락하는 게 좋을까요?"
솔직히 당황스럽다... 재회란 수학이 아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연락하면 당신에 대한 부정적 마음이 씻은 듯 사라지고 일주일에 세네 번 연락한다고 당신이 질려버리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연락을 건네며 "나 아직 잘 살고 있어~"를 알리는 것이지 일주일에 몇 번 연락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만약 내가 "너무 자주 연락하면 남자가 질려하니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연락하세요."라고 말했다면 당신의 "요즘 미세먼지 심하데 꼭 마스크 하고 다녀!"라는 문자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너도 조심하고, 너 기관지 안 좋잖아."라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데 "아! 바닐라 로맨스님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연락하라고 했지?"라며 대화를 종료할 것인가?
반대로 내가 "음... 일주일에 세네 번 정도도 괜찮아요!"라고 말을 했다고 당신의 모든 카톡을 읽고 응답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 매일 아침마다 "오늘도 좋은 하루!"라고 보내는 게 맞는가?
문제는 횟수가 아니다.
문제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당신의 연락을 부담스럽지 않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연락하고 싶으면 마음껏 연락해라. 딱하나 만 생각해라. "혹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부담스러우려나?"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은 일상적인 연락을 하되 반응이 좋다면 횟수를 늘리고 반응이 부정적이라면 횟수를 줄여나가면 된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중요한 건 부담스럽지 않은 연락을 건네고 상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지 예민하게 살펴보며 자연스레 만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별녀들의 대표적 모순은 "남자친구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요!"라며 "남자친구는 나의 운명!"이라는 운명론을 주장하면서도 "언제까지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라고 묻는다는 거다. 이것도 성에 안찬지 "한 달이면 될까요?", "이미 두 달이 지났는데 이젠 끝이겠죠?", "남자친구가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포기해야겠죠...?"라고 묻는 이별녀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당신의 연애는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라고 말했을 때 이미 끝난 상태다. 헤어진 남자친구는 당신에게 이별을 말하며 손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플하게 말하면 지금 당신이 아쉬워서 당신만 자리에서 못 떠나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이미 끝난 연애지만 포기가 안된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 스스로 지쳐서 포기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헤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요..."라고 엄살 부리지 말자. 헤어진 남자친구도 당신 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힘들여 노력을 하다가 새하얗게 불태운 다음 이별을 말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너무 막연하게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남자친구가 당신을 위해 노력하다 새하얗에 자신을 불사른 다음 홀가분하게 이별통보를 했던 것처럼 당신도 지금은 힘들지만 재회를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다 보면 알아서 남은 감정이 화르륵 새하얗게 타버리고 홀가분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때가 올 것이다.
당신이 지금 힘든 건 남자친구가 당신의 운명이어서가 아니라 아직 태우지 못한 감정의 조각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이별을 두려워하며 주삿바늘을 본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지 말고 자신의 지난 연애를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차분히 재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보자.
100m 단거리를 달리듯 숨도 쉬지 않고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면 당신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42.195km 마라톤을 달리듯 당장의 속도보다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달려보자. 분명 그 끝에는 재회가 있거나 최소한 홀가분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비열한 거리에서 황 회장은 병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병 두야,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딱 두 가지만 알면 돼,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연애도 똑같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만 생각해도 당신은 이별통보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별통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무난히 재회의 길에 들어섰을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남자친구였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당신은 결코 남자친구에게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지 못했을 것이며 또한 남자친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다면 울며불며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늦었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헤어진 남자친구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이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