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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20. 2016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의 썸, 괜찮을까?

이성적으로 후폭풍을 따져보자.

지금 K양은 내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긴 하지만... 사실 K양의 질문이 답정너라는 걸 나도 알고 있고 K양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주 주말에 만나게 되면 "너무 힘들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앞으로 우리 힘들어질 거야..."등등의 말들을 하며 술잔을 기울이다가 결국엔 "그래도 우리가 잘한다면...?"이라는 말로 연애를 시작하게 될 거란 걸... 우리 서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냐만은... 달달한 썸의 달콤함에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K양아. 두근거리는 심장을 따르기 전에 차가운 이성으로 한 번만 생각해보자. 과연 이 연애가 행복할 수 있을까? 물론 선택은 K양이 하는 거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의 썸의 후폭풍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봤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J군과는 20대 초반에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어요. J군이 적극적으로 저에게 대시를 했지만 그땐 별 느낌이 느껴지지 않아 거절했었죠. 그 이후 L군을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J군과 친구사이더라고요. 이 일을 계기로 J군에게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상담을 하면서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한동안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제가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J군이 절 많이 위로해주면서 더 많이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그런 J군이 얼마 전부터 자꾸 애매한 행동을 하더라고요. 저희 집 앞에 찾아와 밥을 먹자고 한다던지 제가 좋다며 손을 잡기도 하고... 


남녀 사이에 친구? 그것도 한때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와? 이게 무슨 고양이가 갓 잡은 고등어랑 우정을 다지는 소리인가!? K양은 지금 J군을 먼저 알았고 이후 절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요즘 들어 썸을 타게 되었다는 운명의 장난질 같은 로맨스 스토리를 내게 풀어내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은 지금의 썸은 K양이 친구라는 미명 하에 J군에게 연애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K양아, J군이 K양의 연애상담을 해주며 절친한 친구 코스프레를 할 때 그 안에서 뭔가 애매한 호감 쪼가리를 단 한순간도 느껴보지 않았던가? K양은 "그땐 J군도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알고 지낸지가 오래되었어요.", "그동안 사귀자고 하거나 좋다고 하지 않았어요." 따위의 변명을 하겠지만 아마 K양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을 것이다. J군이 크지는 않지만 작은 호감을 자신에게 갖고 있음을 말이다.


K양아,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갑자기 썸을 타기 시작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J군은 K양에게 호감이 있었고 그 호감을 우정이란 좋은 포장지로 포장을 했었을 뿐이다. 그러다 K양이 틈을 보이자 J군이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닌가? 그러니 우정이란 이름으로 적당한 어장관리를 합리화시키지 말자. 다시 한번 물어보겠다. "K양아, 정말 J군이 그동안 K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걸 몰랐나?"



이성적으로 후폭풍을 따져보자. 

J군 입장에서는 친구의 전 여자친구였던 저와 만나는 게 당연히 부담이 되겠죠. 전 남자친구와는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친구들끼리 많이 엮여 있거든요. J군이 결정을 못 내리기에 저도 선을 지키며 위태위태하게 계속 만나왔어요. 그러다 제가 참다못해 제 속마음을 고백했고 J군은 제가 좋긴 하지만 친구들 때문에 너무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몇 달이 지난 후에 전 남자친구와 깔끔히 정리를 하고 만나겠다는데 누가 K양과 J군의 만남을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라고 말해주길 K양은 바라겠지만... 우리보다 이성적으로 후폭풍에 대해 따져보자.


첫 번째, K양과 J군은 천하의 몹쓸 인간으로 소문날 것이다.

K양과 J군이 얼마나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갈구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관심 없다. K양은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 사귀는 여자, J군은 친구의 전 여자 친구와 사귀는 우정을 배신한 남자일 뿐이다. 이 일로 J군은 지인 모임에서 배척당할 것이고 K양은 희대의 팜므파탈로 회자될 것이다.


두 번째, K양의 지난 연애에 대한 소문들로 J군은 원형탈모가 올 것이다.

지금이야 썸 단계니까 달달하지... 막상 연애를 시작하고 보면 그동안 K양이 연애상담을 했던 것들이 J군을 힘들게 할 것이다. 잠이 들기 전 K양이 전 남자친구와 여행에 가서 무엇을 했을까?를 생각하며 이불에 하이킥을 하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각자의 여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들었었던 K양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며 머리를 쥐어뜯을 것이다.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쿨하지만 내 여자친구의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남자와의 과거에도 집착하는 게 남자다. "몇 번 사귀어봤어?"라는 얘기만 나와도 발작을 하는 게 남자인데 내가 아는 지인과 사귀었던 여자친구라니... 과연 J군은 강력한 멘탈로 그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


세 번째, J군의 파탄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K양에게 풀 것이다.

K양은 "친구들이 엮여 있어서 어려운 건 알지만..."이라고 짧게 표현하지만 그 결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 주변에도 여자 문제로 관계가 틀어져버린 지인들이 있는데 10년 우정도 여자 문제로 틀어지고 나면 결코 회복되는 법이 없다.


무서운 건 J군과 전 남자친구만 안 본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거다. 그 사이에 엮인 친구들 입장에서는 둘을 같이 부를 수 없으니 따로따로 불러 어색한 대화를 나누다 결국엔 배신을 한 친구를 모임에서 잘라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그 스트레스는 어디로 갈까? 물론 대놓고 "K양 너 때문에 이게 뭐야!"라며 화를낼 못난이는 없겠지만 K양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K양에게 그 스트레스를 전가할 것이다. K양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주변 지인들에게 축복받지 못할 연애라면 각오를 단단히 해라.

제가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어제 J군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니 J군과는 정말 잘되고 싶고 더 보고 싶고 그러네요.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J군과 잘되고 싶어요... 저도 제 마음이 이렇게 큰지 몰랐어요.


다시 말하지만 K양과 J군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만 생각해보자. 이 사실을 전 남자친구가 모두 알게 된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자신과 사귀고 있는 도중에 J군에게 연애상담을 하고, 자신과 헤어지고 나서 J군에게 위로를 받고, 이별을 확정 짓고 나서 둘이서 썸을 타고 있다는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다면 말이다...


솔직히 K양의 새로운 연애가 너무 걱정되는 것은 새로운 연애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그에 따르는 후폭풍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상담을 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양다리를 걸쳐도 좋고, 임자 있는 사람에게 고백해도 좋다. 그건 당신의 선택이다. 다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명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져라"


물론 K양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임자 있는 남자를 유혹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축복받을 수 있는 연애는 아니지 않은가? 현실을 왜곡하고 미화시키지 말고 직시해라. 아무리 K양과 J군의 사랑이 진심이라 하더라도 둘의 만남으로 전 남자친구는 K양과 J군이 생각날 때마다 불편한 상상에 잠겨야 하고 한 지인 그룹은 와해될 것이다.


둘의 사랑이 진심이고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된다면 최소한 무거운 마음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뜨겁고 열정적으로 다가가자.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뻔히 보이는 장애물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은 없어도 각오는 단단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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