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May 21. 2016

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을 유혹하려면?

현실적 플랜을 짜라.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덕목은 상황 파악이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이 상황에 가장 걸맞은 선택을 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연애를 위한 기본이자 전부이다. 이런 면에서 J양의 연애를 살펴보자면 어쩔 수 없이 고개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J양아... "M군이 너무 좋아요!"라고 하기 전에 하나만 따져봐라. 지금 J양의 연애 플랜은 충분히 현실적인가?



지난 일에 과도하게 진지해지지 마라.

저희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M군과 저는 같은 반 친구였는데 누가 봐도 훈남인 M군이 제게 고백을 했지만 저는 그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을 했었죠. 이후 연락을 좀 주고받다가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는데 얼마 전 영국으로 유학을 갔었던 M군이 군대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연락이 닿았어요. 

카톡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옛날 얘기가 나왔고 저는 그때 고백을 받아주지 않고 무안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M군은 다 지난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해줬어요.


영국으로 유학 간 첫사랑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말에 설레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J양아... 어째좀... 너무 멀리 나간 것 같지 않나? 분명 5년 전에 M군이 J양에게 고백을 했다가 민망하게 차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5년 전의 일이다. 


J양아 어떤 사람과의 관계든 처음 시작은 가벼워야 한다. 아직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데 혼자서만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를 대하게 되면 상대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고 나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M군이 J양에게 차인 이후로 여자를 기피했다면 J양이 사과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유학 생활하며 잘 살다온 M군에게 뜬금없이 "아... 5년 전에 너 차서 미안"이라고 말하는 건 좀 난센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J양 입장에서야 그날의 거절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겠지만 M군의 입장에서는 그날의 기억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혼자서만 진지의 아우라를 내뿜다가는 꼴만 우스워질 수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봐라. 5년 전에 뜨겁게 사랑하다가 서로의 오해로 아픈 이별을 한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 숱한 이성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있었던 아주 작은 일이다. 만약 J양이 먼저 SNS를 통해 말을 걸지 않았다면 잊고 살았을 정도의 작디작은 기억이란 말이다.  



현실적 플랜을 짜라.

아무래도 제 상황은 너무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M군은 군대에 있고... 전역을 해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래도 연애도 다시 하고 싶고... 어릴 때이긴 하지만 한 번 제게 호감을 가졌던 상대이니 다시 제게 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좀 있고요... 


J양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성이 없다는 거다. 군대 때문에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군인... 전역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 상황에서 연애를 꿈꾸다니... 솔직한 말로 나에게는 개그콘서트 깐죽거리 잔혹사의 한 대목으로 보인다. "현실성은 없지만 5년 전에 나한테 고백한 적이 있으니 당황하지 않고 고백을 빡! 끝!?" 


J양의 연애를 무조건 안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J양의 방식은 현실성도 없고 심지어 이렇다 할 계획도 없지 않은가...? 일단 J양이 M군과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면 현실적인 플랜을 짜보자.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이제 좀 과거에서 벗어나라. 과거 M군이 어떤 남자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J양이 말했듯 남녀노소 모두가 인정하는 훈남으로 진화한 M군이 아니던가? 이런 M군에게 5년 전에 있었던 일을 지금 우려먹으려고는 하지 말자. 꼭 사골처럼 우려먹어야겠다면 "그때 차 버려서 미안..."이 아니라 "M군 정말 멋있어졌다~ 그때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가 더 낫다. 


이후 SNS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다가 M군의 휴가 일정이 잡히면 "내가 그때 찼으니까! 위로주 한번 살게!"라며 자연스럽게 만남을 유도할 수 있다. 핵심은 옛 추억팔이를 하며 어떻게든 커플 라이프에 입성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J 양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아온 M군에게 J양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리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대화방법을 공부하자,

이 모든 플랜의 핵심은 과도한 진지함을 덜어낸 자연스러운 대화에 있지만 J양이 첨부해준 M군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J양의 대화법은 심히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J양의 대화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겉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일방적인 대본 읽기 식 대화법인데... J양아... 이거 빨리 안 고치면 M군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연애에서도 고생한다! 


대답할 타이밍이 늦었다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라.

M군 : 아~ 이제 다했다~
M군 : 너 이제 졸업반인가?
M군 : 취업준비는 잘 돼가? 
J양 :  수고했어! 
 

J양아 상대의 말에 대답을 해줘야 하는 것은 예의지만 때로는 대화의 맥락상 굳이 대답을 하기보다 차라리 건너뛰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 


J양 M군의 모든 말에 응대를 해주려고 하고 있지만 오히려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 이제 다했다~"라는 말에 "수고했어!"라고 대답하기보다 "취업...ㅠㅠ 아... 위로주 한잔 사고 그런 질문해..."라며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될 것이다. 


대화의 속도를 조절하자.

M군 : 우리가 한동안 연락이 없긴 했었지... ㅎㅎㅎ
J양 : 맞아 맞아!
J양 : 흠...
J양 : 우리 왜 연락을 안 했더라...?
J양 : 연락 좀 하고 지내지!
 

J양아, J양이 M군을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굳이 과하게 티를 낼 필요가 있을까? 위의 예문에서는 잘 나타나 있지 않지만 J양과 M군의 카톡을 보고 있으면 일반인과 수다맨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M군이 한마디를 하면 J양이 다다다 다다 이야기를 쏟아내는 식이다. 


그렇다고 유치하게 M군에게 카톡이 왔을 때 3분 기다렸다가 답을 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만 떠드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게 되면 J양 입장이 궁 해 보일 수밖에 없고 M군은 뭔가 대화를 강요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M군의 페이스에 맞는 대화 속도를 유지하자. 


하고 싶은 말보다 대화의 흐름에 집중하자.

M군 : 넌 어릴 때 공부 잘했으니까 분명 잘될 거야!
J양 : 근데 왜 아까 물어본 거 대답 안 해줘? 언제 시간 되는 거야?
 

J양의 대화방식은 요즘 말하는 답정너식이다. M군의 말에는 집중하지 않고 J양이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고 또 J양이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만 듣고 싶어 안달 난 느낌이다. 


타이밍이 늦어도 할 말은 다하고, 상대의 페이스는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며 상대의 말은 무시하고 흐름을 깨더라도 내가 묻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솔직히 이런 것을 대화라고 봐야 할지 조차 의문인 수준이다. 


누가 봐도 "빨리 만나자 나 너한테 고백할 거야"라는 느낌... 불필요하게 도도 한척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궁해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J양이 "너 언제 시간 괜찮아?"라고 물었는데 상대가 다른 얘기를 한다면 일단은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주고 다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마~ 지금 누나가 언제 시간 되냐고 묻잖아~"라고 던져봐도 될 일이다. 


J양아, 대화를 할 때에는 여유를 가지고 대화의 흐름에 집중하자. 모든 대화에는 목적이 있겠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목적을 드러내면 대화에 집중할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헤어진 남자친구를 붙잡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