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이고 싶은 대로 말을 한다.
J양의 가장 큰 문제는 연애를 마치 수학 문제 풀듯이 한다는 거다. "분명 이런 행동에 저런 행동이 더해졌으니 썸일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라고 의문을 품는 건 뭐랄까... "너 나한테 밥 먹자고 하더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묻는 느낌이랄까?
어떤 연애든 확신을 갖는 건 위험하다! J양이 해야 하는 건 상대방의 입에서 "나... 너 좋아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는 것이다. 상대의 애매한 행동에 멋대로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길 주저하다 보니 지금 J양 꼴만 우스워진 거다!
그(K군)를 만나던 초반에 그가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괜찮은 여자랑 있으면 괜찮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편하게 장난을 치면 금방 토라지고 까다로워서 내가 맞추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그냥 여자 친구를 안 만들어...
K군과 블링 블링 한 핑크빛 연애를 생각했던 J양 입장에서는 뭔가 사형 선고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까다로워서 여자친구를 안 만든다니!!!+_+ 역시 K군은 여자란 까다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J양과 잘 안되었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은 K군만 알고 있겠지만 나는 대신 다른 걸 알고 있다.
"사람이란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보이고 싶은 대로 말을 한다."
"나 XX 다녀~"리고 말하는 사람의 말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상대는 당신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거다. 이와 비슷한 예로 "나는 이성을 여러 명 만났었어"라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대 다서 일정 부분 부풀려진 말이다.) 확실한 건 당신에게 "나는 이성을 여러 명 만났었어"라는 말을 통해 자신이 매력적이었음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K군에 발언에 적용해보자면, 여자친구를 안 만든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J양에게 "난 뻔한 남자가 아니다", "난 까다로운 여자가 싫다.", "여자들은 날 좋아한다"라는 느낌을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적당하다.
더 쉽게 말하면 K군이 저 말을 할 당시에는 J양에게 홀딱 빠진 상태는 아니었다는 거다. 만약 처음부터 J양에게 홀딱 빠졌다면 어디 감히 저런 얘기를 할 수 있겠나? 이런 얘기를 듣고 J양의 올바른 태도는 "아... 여자친구 만들 생각이 없나 보네... 포기해야지..."가 아니라 "어쭈...? 쉽지 않다 이거야? 그래 네가 언제까지 그런 소리를 하나 보자!"라며 유혹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뭔가 썸을 탄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K군이 대뜸 제 지인들에게 "야~ 너네 J양 소개팅 좀 해줘~", "J양은 목동 쪽 사는 남자를 만나야 집에 데려다 주기 편하겠다~", "J양 좋아하는 사람 있어?" 따위의 말들을 하더라고요... 저는 완전 멘붕이었죠. 이후 K군에게 집에 잘 들어갔냐고 연락이 왔고 저는 왠지 짜증도 나고 날 가지고 노나 싶어서 쌀쌀맞게 대했죠.
J양은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날 가지고 노는 거야? 헐! 내가 쉬운 여자가 아니란 걸 보여주겠어!"라며 쌀쌀맞은 태도를 일관하며 좋아한 적이 없는 척 그리고 너 따위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었지만 결론적으론 정 반대의 효과를 주고 말았다.
생각해봐라, 그날 아침 께지 애매한 태도로 서로 썸을 타던 J양이 K군의 몇 마디에 픽 토라지는 모습이라니... J양이 무엇을 의도하고 무슨 생각이었든 누가 봐도 "난 네가 좋은데 왜 넌 나 안 좋아해!"라는 뉘앙스다. 토라진 J양의 태도에 K군의 응대가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음... 대신 전에 못 먹은 밥 살게! 괜히 꽁해있지 마~"
수틀렸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 마라. 그건 당신이 상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고 이런 행동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상납하는 행동이며 무엇보다 자신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지금쯤 K군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이쯤일 거다.
"J양도 별것 아닌 일에 토라지는 까다로운 여자군..."
무슨 말이냐고? 굳이 해석하자면 이렇다. "J양도 내가 겪었던 수많은 여자 중에 하나인 듯... 이대로 내가 주도권을 잡고 하던 대로 하면 되겠군..." 다시 말하지만 수틀렸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 마라. 상대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면 뻔한 여자, 매력 없는 여자 취급을 받을 뿐이다.
언제나 똑같은 태도를 유지하자. K군이 "J양 좋아하는 사람 있어?"라고 물어보면 "남자가 쪼잔하게 그렇게 떠보냐~ 그냥 나 좋다고 말하면 되지~"라고 받아치고 "J양은 목동 쪽 사는 남자를 만나야 집에 데려다 주기 편하겠다~"라고 은근 떠보면 "왜? 그냥 남자가 차있으면 되지~"라며 상대의 속을 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여간 맘이 상해있었는데 K군이 대뜸 "왜 요즘 카톡 안 해?"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저를 놀리나 싶어서 "네가 먼저 하면 되지!"라고 했더니 "그래도 먼저 해주면 좋지~ 귀찮으면 안 해도 괜찮아~ 화났어?"라는 거예요. 저는 장문으로 제 감정을 설명했고 K군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서로 주고받은 대화를 가만히 보면 K군은 시종일관 여유롭지만 J양은 K군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과도하게 예민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 K군은 J양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을 하고 보다 여유롭고 애매하게 행동하게 되며 J양은 그 모습에 더 심하게 흔들리는 거다.
이런 상황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J양이 대화를 할 때 상대의 텍스트에만 집중을 할 뿐 대화의 맥락을 따져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뻔히 썸을 타는 듯한 인상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J양 소개팅 좀 시켜줘", "J양은 목동 사는 남자 만나야겠다~", "J양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따위의 멘트를 던졌을 때 J양은 그 멘트 하나하나의 의미에 집중하다 보니 "뭐야! 지금 나 가지고 노는 거야!?"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나라면 아침까지 썸 타는 듯한 태도였던 것을 고려하며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고 "뭐야~ 지금 밀당 좀 해보자 이거야?"라고 생각을 했을 거다.
이뿐인가? 토라진 J양에게 "왜 요즘 카톡 안 해?"라고 말하는 K군의 행동을 J양은 "지금 나 놀리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나라면 "지가 놀려놓고 너무했나 싶어서 말을 건네는군!"이라며 K군에게 웃으며 "너보다 바쁜 일이 좀 생겨서.... 응?"이라고 했을 것 같다.
J양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간단하다. "당장의 상황에 집중하지 말고 맥락을 따지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J양만의 유혹을 이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