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Jun 02. 2016

잘못해놓고 큰소리치는 남자친구 어떡해?

비난을 하면 반박을 하는 게 사람이다.

우리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어머니에게 볼기짝을 맞으며 잘못했으면 혼나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 간단명료한 논리는 당신에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단 한 번도 이것이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연애를 할 때이다.


분명 상대방이 잘못했기 때문에 잘못을 질책하고 혼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혼내는 당신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아니...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께 볼기짝을 맞아가며 잘 모하면 혼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음에도 잘못해놓고도 큰소리를 치는 남자친구! 대체 어떡해야 할까?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저희는 다행히 아직 헤어지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있어서 위태위태한 상태예요. 남자친구는 자꾸 저에게 닦달한다고 뭐라 하지만 제가 괜한 것으로 트집을 잡는 것도 아니도 어디 나갈 때 어디로 가는지 말을 좀 해달라고 했던 건데...


K양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인 사이에 상대가 어딜 가고 무엇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심지어 약속도 했는데!!! 그것을 어겨놓고도 뻔뻔하게 짜증과 화를 내다니! 아무래도 남자친구의 인성이 의심시러워진다!


K양의 생각대로라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하겠지만 조금만 진정을 하고 이렇게 생각해보자. "남자친구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할까?" 물론 남자친구도 K양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측면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이동을 할 때마다 서로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꼭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거다.


남자친구와 약속을 했을 때를 되돌아보자. K양은 천방지축 연락 없이 쏘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어딜 가든 이동할 때 왜 연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 냈는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억지로 받아낸 약속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남자친구가 K양과의 약속을 자꾸 어기는 건 약속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대체 왜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남자친구의 평소 모습에서 어떤 변화를 원한다면 일단 남자친구의 행동을 잘못된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렇게 고치라는 식의 명령을 하지 말고 남자친구의 행동을 당신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존중해준 다음 이런이런 이유로 이렇게 해주는 건 어떠냐고 부탁을 해보자.


K양의 경우라면 "연인 사이라면 당연히 서로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는 알아야지! 앞으로 어디 가면 어디 간다고 말해줘!"라고 말할게 아니라 "난 항상 오빠가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하더라... 어쩔 땐 걱정이 되기도 하고... 오빠가 워낙 인기가 있으니까~ 다음부터 술자리에서도 자리 옮길 때 문자한통이라도 보내주라~"라고 말을 해볼 수 있다. 둘 다 똑같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더욱 미안함을 느낄 것이고 행동이 바뀔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명심하자.



비난을 하면 반박을 하는 게 사람이다.

심지어 그렇게 하기로 약속도 했었던 건데... 남자친구는 잘못한 게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좋게 말할 수 있는 것도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남들도 다 그렇게 하고 연인끼리 어디를 간다 하고 말을 하는 건 기본 아닌가요?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자꾸 볶냐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친구를 보면... 참...


잘못했으면 혼나야 한다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자. 당신은 잘못했을 때 혼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가? 친구와의 약속에서 10분 정도 늦은 당신에게 친구가 "왜 이렇게 늦어!!! 니 시간만 소중해!?"라고 말을 한다면 넙죽 엎드려가며 "늦어서 정말 미안해... 잘못했으니 더욱더 질책해줘..."라고 할까? 분명 늦은 것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뭐 10분 정도 늦언것 같고 그래!!!"라고 말하는 게 사람이다.


분명 잘못을 했으면 혼나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인간관계의 기본원리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동물적 본능은 "누구든 공격하면 방어태세를 갖추고 반격을 해라!"라고 말한다. K양이 아무리 옳은 논리와 이유를 들어가며 남자친구를 닦달한 든 남자친구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자신을 비난하는 K양에게 방어태세를 갖추고 논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반박을 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비난하지 마라. 당신이 비난하는 순간 상대는 당신을 적으로 간주하고 당신의 말에 귀를 닫은 채 자신이 옳다는 이야기만을 할 것이다. 


상대가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변하길 바란다면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지 말고 당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라."왜 약속해놓고 연락을 안 해!"가 아닌 "오빠가 집어 들어가면서 연락이 없으니까 밤새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어..."라고 말을 해야 당신의 감정에 공감하고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말해라.

분명 저와 약속을 해놓고 왜 이렇게 무책임하게 구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확실히 쪼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살아야 하는 건지... 친구들은 계속 이럴 거면 헤어지자고 강하게 나가라고 하던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데에 있어서 가장 멍청한 짓을 당신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간단명료한 방법이라 여겨지겠지만 상대방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약속이기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명령하지 말고 당신이 느끼는 문제점을 말하며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부탁해보자.


K양의 경우라면 "연인 사이에 서로가 어디서 뭘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어딜 가는지 말해줘!"라며 일방적인 통보를 할게 아니라 "친구들만 만나면 연락이 뚝 끊겨버리니까 서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불안해서 잠이 안와...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당신이 느끼는 문제점을 말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남자친구가 스스로 말하게 해라.


남자친구에게 명령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닦달하는 낡은 방식의 의사소통은 이제 그만하자. 당신은 남자친구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느끼는 문제점에 대해서 남자친구가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을 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남자친구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면 된다!


물론 한 번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건강한 의사소통이 반복될수록 당신의 커플은 감정적인 다툼보다는 이성적인 대화의 습관이 자리 잡을 것이고 무엇보다 별것도 아닌 일에 닦달하는 여자친구에서 이성적이고 대화가 통하는 현명한 여자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