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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03. 2016

권태기가 온듯한 남자친구의 행동, 어떡해?

처음처럼 해달라는 건 고문을 하겠다는 소리다.

K양을 비롯해 많은 여자들은 남자의 권태기를 호환마마보다 더 두려워하지만 (사실은 불쾌해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권태기란 주름살 같은 거다. 당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에는 생길 수밖에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 권태기가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권태기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사실이다.



처음처럼 해달라는 건 고문을 하겠다는 소리다.

만난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데... 오빠에게도 권태기라는 게 오는 것 같아요... 처음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렇게 잘해줬었는데... 사귀고 나서도 매일매일 사랑 터지는 말도 해주고 스킨십도 많이 해주고 사랑받는 기분이 많이 들었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뭐랄까... 연락도 줄어들고 좀 무기력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저 하늘의 달에 정원 딸린 전원주택이라도 사다 줄 것처럼 하던 남자친구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여자들은 남자친구에게 "뭐야 지금 잡은 물고기엔 떡밥도 안 준다 이거야!?"라며 분노하겠지만 우리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에게 이별의 그 순간까지 한결같았던 남자가 있었던가?"

(당신이 전혀 매력을 못 느꼈던 모쏠남들 빼고...) 


남자가 조금씩 변하는 게 옳은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를 따지는걸 잠시만 뒤로 미뤄놓고 보면 우리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당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 중에  당신이 원하는 만큼 시청광장의 분수처럼 쉼 없이 사랑을 뿜어내는 남자는 없다."


자칭 연애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당신의 지인들)은 남자는 정복한 것에 흥미를 잃는다는 식의 해석으로 남자를 의리도 없고 이기적인 짐승으로 몰아가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 만은 아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당신을 유혹하고 연애 초반 당신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처음과 똑같이 하기엔 힘이 부칠수밖에 없었던 거다.


여자 입장에서는 "더 바라는 것도 아니고 처음처럼만 해주길 바라는 건데..."라고 입술을 삐죽 내밀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불만이 든다며 지금 당장 당신 앞에 내가 있다 생각하고 내 인중에 당신의 주먹을 꽂는다 생각하고 팔을 앞으로 내질러봐라. 그리고 딱 한시간만 그렇게 하고 있어봐라. 딱 처음처럼 말이다.


변하지 말고 처음처럼 그대로 해달라는 건 상대를 고문하겠다는 소리다. 어떻게 처음 같을 수가 있나? 힘들면 팔을 내려 잠깐 쉴 수도 있고 팔을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때 옆에서 고맙다며 팔을 주물러주지는 못할망정 "왜 변했어!?"라며 도끼눈을 뜨면... 그건 싸우자는 말이지... 안 그런가?



이제는 날 안 사랑해? 답 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오빠가 변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서운함과 분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로 물었습니다. 이젠 날 사랑하지 않냐고... 오빠는 당황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전 왜 잘 모르냐고 이젠 사랑하지 않냐고 쏘아붙였고 오빠는 변명을 하다 결국은 큰 싸움이 되어버렸어요.


K양이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K양이 전화로 물었다는 그 질문... 그건 좀 거시기하지 않나? 지금 연애하는 사람에게 아직도 나를 사랑하냐니... 그런 질문을 던진 K양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게 무슨 질문인가? 반대로 생각을 해봐라  평온하게 연애를 하고 있는 어느 날 남자친구가 상당히 불만스럽다는 투로 "K양아 이젠 날 안 사랑해?"라고 묻는다면 K양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젠 날 안 사랑해?"라고 쏘아붙이기 전에 남자친구의 입장도 생각해봐라. 데이트에 늦은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연락두절이 된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를 만나다가 걸린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자길 안 사랑하냐며 짜증을 내는 여자친구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야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러면 왜 요즘 연락도 줄어들고 데이트를 해도 무기력해!?"라고 따지고 들 거면서...


또한 K양이 알아야 하는 건 진정한 권태기란 남자가 소홀해지면서 시작하 되는 게 아니라 여자의 "날 이제 안 사랑해?"라는 답도 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걸 명심하자. 남자 입장에서는 바쁜 일이 생겼을 수도 있는 거고, K양에게 올인했던 에너지를 일이나 우정 혹은 취미에 조금 분배한 것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남자는 둘 사이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평온한 상태일 수도 있지만 K양이 "날 안 사랑해?"라며 지금의 상황을 권태기로 규정하고 문제로 보는 순간 진짜 문제가 되는 거다. K양 입장에서는 서운한걸 표현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남자 입장에서는 별것도 아닌 일로 시비를 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날 안 사랑하냐니... 대체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가!? K양아 서운하면 괜히 "이젠 날 안 사랑해?"라는 답 없는 질문으로 남자를 닦달하지 말고 "오빠한테 요즘 연락이 없어서 서운해! 이번 주엔 주중에 만나서 나 맛있는 거 사줘!"라고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제시해라.



뭐든 당연히 주어지는 건 없다. 당신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제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닌데... 자꾸 오빠는 변하는 것만 같고... 저는 서운하고... 오빠는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제눈에는 그렇게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네요... 오빠는 제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하는데... 정말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요...?


남자의 권태기를 말하는 여자들에게 난 항상 묻는다. "XX 씨는 연애를 하며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봤나요?" 내 말을 들은 여자들은 대부분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식으로 날 쳐다보곤 하고 난 또 말을 이어간다. 


"남자는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 당신보다 데이트 비용을 더 지불하고 당신을 집에 데려다주고 당신이 짜증을 내도 인내하고 피곤해도 당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당신은 남자친구를 권태기의 늪에서 꺼내기 위해 짜증을 낸 것 외에 어떤 것을 해봤냐고요."


뭐든 당연히 주어지는 건 없다. K양이 남자친구를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자. 남자친구가 도도하게 팔짱을 끼고 "넌 왜 날 안 좋아하니?"라고 했었던가?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한 거다.


남자친구가 이전처럼 아니 더 많은 사랑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그건 K양이 노력을 해서 쟁취를 해야 할 몫인 거다. 남자친구가 K양을 쟁취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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