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집착하지 말고 주도권을 잡아라!
K양이 남자친구에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잔소리의 강도가 심해지면 처음엔 "미안해..."라며 K양 앞에서 절절매던 남자친구도 갑자기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정말 숨도 못 쉬겠어!!!"라며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거다. 뭐든 적당히 해라. 남자친구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거든 무조건 남자친구의 행도을 바꾸려고 닦달하지 말고 주도권은 잡은 상태로 현명하게 이렇게 저렇게 통제를 하도록 하자.
남자친구를 만난 건 1년 정도 됐는데 사귄 기간의 절반 정도로는 매일 싸우다시피 했어요. 그 이유는 남자친구의 술 문제인데... 남자친구가 일주일에 2~3번씩 술을 마시는데 한 번 마셨다 하면 새벽까지 마셔요... 이래저래 걱정되는 맘에 술좀 그만 마시라고 화도 내고 무시하는 말도 좀 하면서 닦달을 좀 했더니 처음에는 알겠다고 했던 남자친구가 요즘에는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사람을 무시하냐며 지긋지긋하다고 하고 하더라고요...
앞서 말했든 K양의 잔소리는 분명 남자친구에게 필요한 것이다. 물론 술이야 마실수 있지만 일주일에 2~3회에 그것도 새벽까지 마신 다는 건 분명 누군가 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으며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K양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것 또한 남자친구의 모습이고 남자친구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객관적으로는 분명 고쳐야 하고 누군가 제동을 걸어줘야 할 일이지만 남자친구가 예전처럼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는 건 어쨌든 남자친구의 라이프스타일에 손을 대는 것이며 이것에 대해 신중하고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K양이 겪었던 것처럼 남자는 폭발해버릴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K양이 보기엔 남자친구가 유흥으로 술을 마신다고 보지만 (실제로 유흥으로 술을 마신다고 해도) 남자친구는 남자친구 나름의 정당한 논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랑 한잔한 거야!", "친구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데!", "XX이가 친구들한테 여자친구 소개하여주는 잘라서 어쩔 수 없이!" 정도의 논리로 남자친구는 자신이 먹는 술이 유흥이 아니라 꼭 필요한 혹은 피치 못한 술자리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비단 술 문제뿐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자신만이 논리로 합리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하나 둘 쯤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어중간한 가방을 여러 개 사느니 나는 명품백을 사서 오래 쓰는 거야!"라며 월급을 몽땅 명품백 구매에 올인하기도 하고, "회사일로 스트레스 때문에 게임 좀 하는 거야"라며 모든 여가시간을 PC방에서 보내는 지인도 있다.
분명 이들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 그렇게 하지 마!"라고 말을 하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려고 하기보다 자신만의 논리를 내세우며 상대방이 틀렸다고 화를 내며 달려들 것이다.
분명 K양은 남자친구를 위해 잔소리와 닦달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K양의 행동은 남자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남자친구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버린 거다. 많은 여자들이 "남자친구가 잘못한 거 아닌가요!?"라며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수단으로 잔소리와 닦달을 사용하는 건 분명히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며 반드시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K양의 경우처럼 말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에는 신중하게 대응해라, "오빠 진짜 술좀 그만 마셔!"가 아니라 "오빠가 술 마시면 걱정돼서 잠이 안 와요..."라고 말하며 "네가 잘못된 거야!"가 아닌 "나를 위해 이렇게 해주면 안 될까?"라며 상대를 존중하며 부탁을 할 수도 있고 남자친구가 술 마신 날은 일부러 밤을 새우고 다음날 회사에 나가지도 못하거나 크게 지각을 해버려서(물론 반차를 내거나 적당히 거짓 연기를 하자) 남자친구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K양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쇼크요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남자가 잘못한 건데 왜 여자가 참으며 신경 써야 하냐고 하겠지만 고장 난 tv를 고친다고 손바닥으로 냅다 후려갈기다가는 TV가 망가질 수 있는 것처럼 남자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닦달하고 잔소리를 쏟아부으면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망가질 수 있는 게 당연한 거다. TV가 고물이라 버릴게 아니라면 소중히 해야 하는 것처럼 남자친구를 헤어질게 아니라면 마지막까지 소중히 대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정말 화가 나는 건 분명 저랑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시고 일찍 들어가기로 해놓고 번번이 약속을 어긴다는 거예요. 약속을 하고 나서 술자리를 줄이려고 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그래도 가끔씩 약속을 어기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참다 참다 도저희 못 참겠던지 시간을 갖자더니 며칠 전에는 장문의 카톡으로 자기가 그렇게 못났냐고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냐며 사랑하지만 너무 숨 막혀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키라고 하는 약속! 상대방이 그 약속을 어겼다면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대부분의 경우 K양과 똑같은 선택을 할 거다. 성난 표정과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왜 약속 안 지켜! 술 안 마신다며!"라고 화를 내고 닦달을 할 것이다. 물론 K양처럼 화를 내고 닦달을 해도 괜찮다. 남자친구가 약속을 해놓고 어긴 것이니까 말이다!
약속을 어긴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쉽지만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다 보면 처음엔 고분고분 말을 잔소리가 닦달을 인내하던 남자친구도 언젠가는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도 자가기 잘못해놓고 왜 이렇게 닦달을 하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K양에게 보다 현명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남자친구가 술을 마신다고 하면 살짝 화난척하면서도 일단은 봐줘라"
약속을 어겼는데 왜 봐줘야 하냐고 억울한 표정을 짓겠지만 화를 내는 것보다 봐주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니 화를 내지 않고 일단 봐주자 물론 조금 신경이 쓰인다는 표정과 낮게 깔린 목소리 정도는 기본이다. K양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한없이 봐줘야 하냐고 답답해하겠지만 이렇게 봐준다는 건 일단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K양이 쥐고 있다는 의미이다.
남자친구는 술은 마시겠지만 머릿속에는 K양에게 허락을 받았다는 생각에 K양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다음에도 K양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K양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할 거다. 이렇게 두어 번 봐주다가 "오빠 오늘은 정말 안돼 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오빠 술 마시면 나 또 잠 못 자!"라고 말을 해야 남자친구는 나가지 않던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K양의 윤허를 간구하다가 간신히 윤허를 받고 짧게나마 술자리에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단 이렇게 주도권을 잡고 나면 술 문제는 몰라도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K양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주에 늦게까지 술 마셨으니까 이번 주말에 나 데리려 와!", "한번 마시기로 하고 두 번 마셨으니까 이번 주에 나랑 뮤지컬 보러 가는 거야!", "저번에 약속 어겼으니까 이번 주에는 한번 덜 마셔야 돼!" 따위의 '지시'를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내릴 수 있다! 이 얼마나 달콤한 연애인가!?
남자친구가 당신과의 약속을 자주 어긴다면 약속에 집착하지 말고 주도권을 획득하고 오랫동안 그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춰봐라. 당신은 너무도 달콤하고 행복한 연애를 누릴 수가 있다!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변하기 힘든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때 가장 현명한 선택을 이 단점을 고치려고 관계를 깨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단점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완벽한 연애는 없다. 하지만 현명한 연애 할 수 있다.
당신은 완벽한 연애를 추구하며 연애를 망칠 텐가?
아니면 현명한 연애를 하며 서로 알콩달콩 행복한 연애를 꾸려갈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