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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24. 2016

사랑한다면서 왜 결혼 얘기는 소극적일까?

"책임져!"가 아닌 "사랑해"라고 말해라.

K양의 입장에서는 사랑한다면서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남자친구가 야속하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K양의 남자친구는 결혼은 싫고 연애만 하고 싶은 이기적인 남자가 아니라 단지 K양과 입장이 다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마냥 "왜 남자친구는 결혼문제에 대해 저렇게 태평할 수 있지!? 날 사랑하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나라면 당장 내년에 결혼하자고 할 수 있을까...?"



당신과 똑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라.

저와 남자친구는 29세 동갑입니다. 현재 저희는 결혼 기약 없는 연애를 10개월 동안 하고 있어요... 남자친구는 32살쯤 결혼을 하고 싶다는데...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헤어지자고 했죠...


지금 K양은 K양이 결혼 적령기인 29살이라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남자가 29살이라는 것과 아직 연애를 시작한 지 10개월밖에 안되었다는 게 더 눈에 들어온다. 너무 K양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남자친구의 입장에서도 좀 생각해보자.


솔직히 남자 나이 29살에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그것도 꼴랑 10개월 만나보고...? K양 입장에서는 남자친구가 야속하고 무책임해 보일지 몰라도... 솔직히 남자친구의 반응과 생각은 평균의 범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생각이다. 딱 까놓고 K양과는 달리 그다지 급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만약 K양이 26살이고 남자친구가 30인데 남자친구가 자기는 지금이 결혼 적령기라고 더 늦으면 노총각이라며 결혼을 압박해온다면 과연 K양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흔쾌히 남자친구의 결혼 닦달에 넘어갈 것인가? 과연 K양의 머릿속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준비가 결혼할 준비가 안되었는데...", "조금만 나중에 하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안 들까?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결혼이 급하다면 K양처럼 결혼이 급한 사람을 찾자, 30대 중반이 전문직 남성이라던가, 30대 후반의 지방 유지 아들도 많다. 어째서 아직 결혼 생각이 급하지도 않을법한 남자에게 결혼을 닦달하는가?



"책임져!"가 아닌 "사랑해"라고 말해라.

제가 결혼 문제로 헤어지자고 하니까 남자친구는 얼마 있다가 다시 저를 잡더라고요... 조금만 더 만나보자고... 저는 이렇게 있다가 결혼 적령기를 지나면 난 어떡하냐며 책임질 거 아니면 헤어지자고 했어요...


K양아 왜 남자친구에게 결혼을 책임지라는 식으로 닦달을 하는 건가? K양과 결혼을 한다는 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인가? 물론 K양의 마음은 이해한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주변에서도 슬슬 결혼 압박이 들어오고... 주변 혼기 놓친 언니들을 보고 있으면 남일 같지가 않다 보니 배수의 진을 치고 남자친구에게 결혼에 대한 압박을 넣는 것이리라... 하지만 K양아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K양에게 있어서 결혼은 적당한 경제력을 가진 남자와 적당히 맞춰서 두 성인의 경제력을 합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앞서 말했듯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닦달할게 아니라 K양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가릴 거 없이 적당히 결혼하면 된다. 이게 나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런 식으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만약 K양이 아직 '사랑'이라는 것에 미련이 남아 있다면 K양이 남자친구에게 말해야 하는 것은 "나 혼기 놓치면 책임질 거야!?"가 아니라 "나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너무 사랑해서 빨리 결혼하고 싶어"이다.  "나 더 늦으면 혼기 놓친단 말이야!"라며 자신을 책임지라며 닦달하는 여자와 "널 꼭 닮은 아이를 갖고 싶어 사랑해 우리 빨리 결혼하자"라고 말하는 여자 중, 당신이라면 누구와 결혼하고 싶을까? 아마 남자친구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 책임져야 할 짐짝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얘기할 땐 책임을 논하기보다 당신이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평생 함께하고 싶어 하는지를 말하는 게 우선이다.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분명하게 말해라.

사실 남자친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동안 4천만 원 정도 모아두었고, 결혼식은 간소하게 하고 대출도 조금 받고 남자 친구가 조금 보태면 넉넉하게는 아니더라도 작게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남자친구에게 작게라도 시작해 보자고 했었는데... 남자친구는 저의 제안에도 끄떡하지 않더라고요... 역시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거겠죠...?


K양의 서운한 맘은 알겠지만 K양에게 물어보고 싶다. 만약 누군가 K양에게 "내가 모아둔 돈이 좀 있는데 대출 좀 받고 K양도 좀 보태서 작게라도 같이 사업을 시작해볼래?"라고 한다면 K양은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나라면 "대체 얼마를 모았다는 거야? 그리고 얼마를 대출받자는 거고.. 그리고 또 나한텐 얼마를 보태라는 거야 대체 -_-"라고 생각할 것 같다.


남자친구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는 간단하다. K양의 제안이 너무 애매할 뿐더러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 남자친구가 자신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 다녀오고 취준까지 따져보면 남자친구가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는 길어야 2년일 텐데... 어떻게 자신 있게 결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K양이 정말 작게라도 시작하고 싶었다면 일방적으로 결혼을 닦달하며 "작게라도 시작하면 되지!"라고 할게 아니라 K양 먼저 자신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K양의 생각을 말한다음 남자친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맞다. 만약 이렇게도 말을 했는데도 남자친구가 결혼에 있어서 소극적이라면 그것은 남자친구가 아직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털어놓고 얘기할만한 상태가 아닐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해 모아둔 돈이 턱없이 모자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선택은 K양이 하는 거다. 만약 꼭 남자친구여야만 한다면 일단 결혼 이야기를 접어두고 예쁜 연애에 집중하며 분위기가 좋을 때마다 재테크 이야기를 꺼내며 남자친구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결혼 전략을 제안할 수도 있으며, 결혼이 급하다면 괜한 곳에서 힘 뺄게 아니라 웃으며 이별하고 다른 상대를 알아봐야 한다.


솔직히 난 왜 K양이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아직 29살이고... 남자친구도 유명 건설사를 다니고 있어서 현재 모아둔 돈은 얼마 없겠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기대되는데... 너무 닦달을 하는 건 아닐까? 물론 남자친구의 "난 33살에 결혼하고 싶어!"라는 태평하고 느긋한 태도에 겁이 나는 건 사실이겠지만 사람일 모르는 거다. "당장 결혼하고 싶어!"해놓고 다음날 바람이 날 수도 있는 거고 "난 독신으로 살 거야!"하다가도 다음날 결혼을 결심할 수도 있는 거다.


지금 K양에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남자친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K양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에 집중을 하고 혼기를 놓치는 게 너무 걱정된다면 만약을 위해 다른 인간관계도 튼튼히 해두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 혼기 늦으면 책임질 거야!?"라고 협박을 하는 것보단 "집에서 빨리 결혼하라고 난리 셔... 이번 주말에 엄마가 선이라도 보라는데 어쩌지...?"가 훨씬 더 낫다!

느낌이 빡! 안 오는가? 쉽게 말해서 결혼에 집착하는 여자가 아니라 빨리 잡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여자가 되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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