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접근, 상대방에겐 부담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기 전에 이것 하나는 명심해야 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꼭 이뤄지라는 법은 없으며 나의 마음이 때론 상대방에게 부담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고백을 할 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열중하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갈 방법을 연구해봐야 한다. 물론! 당신이 김태희 원빈이라면 이딴 연구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세 달 전쯤부터 다니던 헬스장에 마음에 드는 훈남이 있어서 계속 훈남 얼굴 보려고 헬스장에 열심히 나갔어요. 없는 용기를 짜내서 목례를 주고받긴 했던데 그 이상 진척이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훈남이 헬스장 오길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훈남을 붙잡아 "좋은 분인 것 같아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데 혹시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해서 번호를 받아냈어요!
S양의 접근 방식이 아예 틀렸다고는 하고 싶지 않다.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다이렉트로 번호를 물어보다니! 남자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 하지만 남자에게 다이렉트로 전화번호를 물어보기 전에 딱 두 가지만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나는 꽤 괜찮은 편인가?" 그리고 "나는 남자와 대화를 많이 해보았나?" 이 두 질문에 시원하게 YES를 외치지 못할 것 같다면 이런 다이렉트 공략은 자제하도록 하자.
이럴 땐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접근법이 조금 더 나은 방법이다. S양의 경우라면 너무나 간단하지 않은가? 훈남이 운동 좀 해본 것 같으면 아무 운동기구나 가리키고 "저기요... 이거 어떻게 운동하는 거예요...?"하고 물을 수 있고 이후엔 목례를 반복하며 "요건 어떻게 해요?", "매일 나오시나 봐요~", "다리살 빼려면...?" 따위의 질문을 아주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단순 반복 효과가 하루아침에 훈남을 유혹하여 S양의 노예로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운동하러 온 훈남이 S양을 보았을 때 "오? 오늘 다리 0.001인치는 가늘어진 것 같은데요?"따위의 시답잖은 농담을 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S양은 이런 농담을 "음... 전부 O군 덕이니까 오늘 치맥 쏠게요!"로 응수할 수 있게 하는 거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혹시나 상대가 도중에 운동을 그만둘 수도 있으며 여러 변수가 있지만 난 그래도 자연스러운 접근을 추천한다. 이러한 접근은 차후 다른 상황에서도 써먹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돌직구 접근법은 거절당하고 나면 이후 일상생활까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번호를 받고 이런저런 카톡을 나눴는데 카톡이 시큰둥하더라고요. 솔직히 조금은 예상했어요. 아... 이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이긴 했지만 딱히 큰 관심은 없었나 보다... 하고 말이죠. 그러고 나서 두세 번 더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어젠 갑작스러워서 말씀 못 드렸는데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간과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내게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내가 마음에 없거나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다가오는 건 난감할 뿐이다. 대놓고 거절하자니 미안하고 그냥 두자니 자꾸 들이대고...
그렇다고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평생 마음을 감추고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라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며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며 전진하라는 거다.
훈남은 왜 "사실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라고 말했을까? 일단 S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다.(솔직히 말하면 외모가 마음에 안 들었을 확률이 높다.) 만약 마음에 들었다면 여자친구가 있어도 심각한 관계가 되기 전까진 양심의 가책 없이 연락을 주고받는 게 남자다. 근데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혹시 훈남도 저처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라는 S양의 생각은 너무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
아쉬운 건 훈남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다소 어이없는 멘트를 던진 이유가 단순히 S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훑어보자. 수많은 이성들이 전부 당신의 이상형인가? 별로이지만 회사 동료라, 학교 동기라, 선배라, 예전에 친구 소개로 잠깐 알게 된 사람이라 그냥 등록되어있는 사람들이 수두룩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왜?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들이대지 않으니까!"
S양의 가장 큰 실수는 상대가 시큰둥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상대방에게 들이댔다는 거다. S양이 "번호 물어보는 게 처음이었어요;;;ㅎㅎㅎㅎ"라고 어색하게 말을 던졌을 때 상대방이 "아;; 네;;"라고 떨떠름하게 응대를 한다면 "회사가 근처세요?", "운동 알마나 하셨어요?", "어디 사세요?"따위의 호구조사를 하며 부담스럽게 들이댈게 아니라 "그럼 내일 봬요~"하며 작전상 후퇴를 했어야 했다.
내 연락에 답을 해준다고 술술 풀리고 있는 게 아니다. 상대의 반응을 잘 살피며 나의 접근을 부담스러워하는지 항시 신경을 곤두세워라. 내 접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한발 더 전진을 하는 거고 내 접근에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한발 물러나는 것이 모든 유혹의 기본이다.
S양의 경우라면 훈남이 S양의 카톡에 시원찮은 보였을 때 "좋은 밤 되시고 내일 봬요~"라고 한발 물러난 다음 헬스장에서 환한 미소와 가벼운 목례를 하는 것으로 친분을 쌓는 데에 집중을 했었어야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저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인사는 하며 지내자고 하고 나중에 더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연락 달라고 했어요... 이 말을 한 의도는... 혹시나 그 좋아하는 사람과 잘 안되면 저에게도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요... 이거 말실수인 것 같긴 한데... 미련은 남는데... 연락을 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고... 조만간 치맥이나 하자하면 부담스러워할까요...?
맞다. 100% 부담스러워할 거다. 분명 훈남이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돌려 말했는데 S양이 치맥 드립을 한다면? 다음날 S양의 카톡엔 "저 곧 결혼해요"라는 카톡이 날아올지 모른다. 인정하자. 훈남은 S양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S양의 접근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고 연락을 끊거나 운동을 그만두지는 말자. 연애는 습관이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앞뒤 안 가리고 다이렉트로 들이댔다가 상대가 거부하면 도망가버리는 패턴을 반복하면 이 굴레에서 벗어나오기가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이번엔 운동하다 만났으니 망정이지 회사에서 그랬으면 어쩔뻔했나? 그땐 이 직할 건가?
유혹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어떻게든 유혹하라는 게 아니라 뒷정리도 말끔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거다.
내일부터라도 헬스장에 나가 훈남을 마주치면 사심을 버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 보자. 지금까지 훈남 때문에 헬스장에 나갔다면 이제부터는 S양 자신을 위해 나가는 거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인사를 주고받고 간단한 안부를 묻는다면 훈남도 S양을 더 이상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을 거다.
이후 S양이 열심히 운동을 하며 트레이너들과 친분을 쌓고 헬스장의 실세가 된다면 간혹 있는 술자리에 S양이 훈남에게 "오늘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술 한잔 할 건데 오실래요?"라고 초대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S양아, 진짜 여우들은 절대로 돌직구로 대시하지 않는다. 항상 갖은 핑계를 대며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상대에게 알맞은 떡밥을 던지며 상대가 좀 더 내게 다가오도록 유인한 다음 상대가 정신 못 차리는 순간부터 살짝살짝 뒤로 물러나며 상대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S양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