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이 없으면 더 나아가지 않는 게 좋다.
슬슬 봄바람이 불더니만... 이별 상담 일색이던 나의 메일함에도 조금씩 썸남 사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썸남 사연이 많아진 건 좋은데... 어째 상황이 좋아 보이질 않은 건 참... 하나하나 소개하기엔 이미 많이 언급했던 내용들이니 핵심만 집어서 세 가지 사연 정도를 함께 이야기해보자.
저는 뚱뚱하고요... 손도 크고 발도 크고 얼굴도 커요... 외적으로 이성에게 자신이 없어서 지금은 고쳐나가는 중이에요... 이렇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는 건 요즘 호감 가는 오빠가 생겼거든요. 제 친구의 아는 오빠였는데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졸라서 두 번째 만남에서 제가 번호를 여쭤봤고 그러고 나서 제가 먼저 카톡 했는데.. 거의 한나절이 지나서 형식적인 당 잡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읽씹...
- 예선전 통과에 실패한 J양.
어떤 사람들은 J양의 사연을 읽고 "뚱뚱하니까 남자가 싫어하는 거겠지!"라고 말하겠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썸남에게서 피드백이 없다는 거다.
내가 아는 선배는 별명이 50m 고수인데 형수님은 전형적인 미인과는 거리가 좀... 솔직히 객관적으로도 뚱뚱하시다. 주변 지인들은 다 의아해하는데 그럴 때마다 선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난 볼륨 있는 여자가 좋더라고~!" 의외로 통통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남자도 많고 외모보다 성격을 더 많이 보는 케이스도 많다. 사실 형수님께서 외적으로는 매력적이시지는 않지만 음식 솜씨 거 거의 이혜정급이시고, 성격은 처음 본 사람도 안겨서 위로받고 싶을 만큼 푸근하시고 정이 많으시다.
J양의 외적인 단점을 이해해주거나 다른 장점을 바라봐줄 남자는 분명 있다. 다만 지금의 썸남이 그렇지 않을 뿐인 거다. 외모는 예선전이다. 상대의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아웃이고 아웃된 사람이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상대는 부담스러워할 뿐이다.
처음부터 상대가 나에게 피드백을 보이지 않는다면 편하게 대하며 보다 먼 미래를 기약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편하기 지인으로 지내는 중에 "어? J양에게 이런 면이?"라는 타이밍이 왔을 때, 썸이 진행될 거다. 그전까지는 운동도 열심히 해서 살도 빼고, 동호회도 열심히 나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자.
유혹은 부싯돌로 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성냥불을 캠프파이어로 키우는 것이다.
나에게 아주 작은 호감이라도 느끼는 사람을 찾아라.
유혹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학교 선배가 있습니다. 둘 다 대학원생이고요. 서로 알긴 했지만 서로 존대하는 사이 정도예요. 얼마 전부터 저랑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더라고요. 첨엔 반갑기만 했는데 인사도 몇 번 하면서 조금은 친한 사이가 되었네요. 그러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도 했었는데 제가 물어볼 게 있다면 번호도 받았었고요. 요즘은 가끔 카톡은 하고 있는데 버스는 이제 다른 걸 타는지 안보이더라고요... 제가 "왜 이 시간에 버스 안타요?ㅋㅋ"이러면 웃기겠죠?
- 아직은 수줍기만 한 M양
아니... "왜 이 시간에 버스 안타요?ㅋㅋ"가 뭐가 어때서 그러나?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같은 학교 선배에게 그 정도 말도 못 하나? M양은 혹시 선배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이상한 여자로 생각하면 어쩌나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자의식 과잉이다! 선배의 입장에서 같은 버스 타던 후배가 카톡 좀 했다고 "아... M양이 날 사랑하는구나... 이거 학교 다니기 부담스러워지는걸...?"할리가 없지 않은가~!
먼저 다가가는 것 자체는 부담스럽거나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다가가느냐다. M양이 쿨하게 "선배~ 오늘 지각했어요? 버스에서 안보이던데?ㅋ"하고 카톡을 하면 편한 접근이겠지만 복도에서 만난 선배를 앞에 두고 온몸을 베베꼬며 "버스에서 안보이던데..."하면 그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접근이다.
"내가 찔러보면 다 넘어오던데?" 남자남 꼬셔본 여우녀들의 말이다. 남자를 유혹할 줄 아는 여우녀들은 절대로 수동적이지 않다. 먼저 눈길을 보내고 별일 아닌 척 말을 걸고, 남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슬쩍 스킨십을 한다. 얼마 전 여자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1년 전 처음 사귀게 되었을 때를 회상하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가 "오빠 내가 그때 '춥지 않아요?'하면서 슬쩍 등 쓰다듬으니까 되게 좋아하더라" 하는 게 아닌가? 난 기억도 없었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유혹을 하려면 찔러봐야 하는 거다. 어색해질까 봐 걱정하지 마라. 내가 어색하게 굴면 어색하겠지만 내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면 당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하루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빠를 만난 건 2월 초 나이트에서였어요. 오빠에게 워낙 연락이 잘 오고 그래서 꾸준히 연락하고 간단히 밥이나 커피를 마시며 5번 정도 봤었죠. 그러나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제가 술이 과해서 필름이 끊겼어요... 이후는 뭐... 예상하시듯 관계가 있었어요... 전 남자 친구 하고도 사귀기 전에 관계가 있었지만 2년 정도 예쁘게 연애를 했었던 터라 창피는 했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관계 후로 오빠의 태도가 많이 시큰둥하더라고요...
- 술이 원수인 H양
어쩌면 H양은 너무 쉽게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썸남의 태도가 시큰둥 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글쎄다... 내가 보기엔 꼭 관계가 빨라서였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H양이 이미 전에 경험을 해봤듯 사귀기 전에 관계를 했어도 충분히 장기 연애로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사람과 성욕만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는 진심으로 사랑하든 성욕뿐이 든 처음에는 둘 다 똑같다는 거다. 사랑해줄 사람도 성욕이 목적인 사람도 일단은 성욕이 우선하기 때문에 여자 입장에서는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열등한 존재라 미안...)
하지만 관계 후에는 확실히 태도가 달라진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사람은 관계 이전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여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물론 계속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관계 후 두어 달은 세상에 이런 남자가 없을 정도로 잘해준다. 하지만 성욕이 목적이었던 사람은 관계 후 급격히 시큰둥해지면서 밤이 될 때만 연락하며 자신의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연락을 하지 않는다.
H양아, 썸남과의 만남은 다시 한번 고려해보자. 쉽게 여자와 관계를 맺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치고 제대로 된 남자를 못 봤다. 이미 성욕을 채운 썸남을 유혹하는 게 어렵겠거니와 유혹을 해봐야 고생길만 훤한 연애다. 이럴 땐 똥 밟았다 생각하고 쿨하게 잊는 게 상책이다. 만약 이후 썸남에게서 연락이 오며 아쉬워한다면 그땐 한껏 갑질의 횡포를 보여주며 상처를 되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