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B양은 연애가 불안한 것이 남자 친구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문제는 남자 친구가 아니라 B 양이다. 지금 당장 B양의 주위를 살펴봐라. 지금 B양은 어떠한가? 남자 친구는 바쁘게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데 지금 B양은 어떠냔 말이다. 연애에 있어서 배려와 희생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는 자신의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깔려있어야 한다.
초반에 오빠에게 맞춰주기 위해 남자 친구들이랑 연락을 안 해서 다 멀어지고 동창회도 안 가고 그랬는데, 얼마 전부터 오빠는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제게 신경을 덜 써주기 시작하고 저는 오빠에게 투정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어요... 그러다 저번에 싸울 때 오빠는 제게 예전처럼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여자들의 연애 습관 중 처음에는 남자를 위해서였지만 결국엔 남자를 힘들게 하는 습관이 있는데 바로 '관계 결벽증'이다. 남자 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친구도 자주 만나고 아는 오빠 동생도 많았으면서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자의 든 타의든 싹 다 관계를 정리해버린다.
의도는 좋다. 연애를 시작했으니 남자 친구에게 집중하겠다는 마음도 예쁘고 혹시나 남자 친구가 걱정할까 봐 알아서 먼저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갑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버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갑자기 인간관계를 싹 정리한 여자는 가슴에 큰 구멍 여러 개가 생기게 된다. 심심할 때 수다 떨어주던 친구의 빈자리, 우울할 때 말벗이 되어주던 자상한 아는 오빠의 빈자리, 힘들 때 술 한잔해주던 동기의 빈자리, 가끔씩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안성맞춤이던 지인 모임의 빈자리 등등... 연애를 시작하면서 관계를 싹 정리하고 나니 여자의 마음속엔 여기저기 빈자리가 생기고 여자는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한다. 뭐로? 남자 친구로.
문제는 남자 친구 하나로는 그 구멍을 모두 메꿀 수 없다는 거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여자는 남자 친구를 위해 비워둔 빈자리를 남자 친구가 다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자연히 싸움이 잦아지게 된다. 당신의 연애 스타일이 올인이든 남자 친구가 당신에게 요구하든, 절대로 지인들을 모두 정리해버리지 마라.
당신이 남자 친구에게 올인을 하고 지인들을 모두 정리해버리는 순간
당신은 그 대가를 남자 친구에게 요구하게 될 것이고
남자 친구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트러블이 발생하게 된다.
연애를 시작해놓고 솔로일 때와 똑같이 아는 오빠와 술을 마시라는 게 아니다. 남자 친구와 충분히 타협을 하여 서로의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선을 정하라는 거다. 이성과는 단둘이 만나지 않고, 저녁 몇 시까지 들어가기로 하고, 연락을 꼭 하도록 하고, 정 불안하다면 여러 방법을 통해 인증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후 몇 번의 싸움을 거치고 나서 남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저는 오빠에게 잘하는 제 자기는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더 미안하고 자기 자신이 쓰레기 같데요... 자기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면서 정말 바닥까지 자신을 비하하더니...
남자가 자신을 비하하면 가만히 그걸 듣고 있지 마라. 남자가 자신을 심하게 비하한다는 건 이별을 말하기 위한 포석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정말 남자의 상황이 안 좋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 때문에 이별을 말하는 경우이고,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도 자기 비하를 한다는 건 별 일이 없음에도 변심에 의한 이별통보를 위한 포석인 경우다.
남자가 지나가는 말이 아닌 과도한 감정을 실어가면서 자기비하를 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버려라. 괜히 "아냐! 오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라고 해봐야 남자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난 쓰레기 같은 놈이야!"라며 더욱 강도를 높여가며 자기비하를 하며 이별통보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다.
적당히 "맞아 오빠 좀 별로야, 내가 아깝지! 그러니까 나한테 더 잘해!"라며 끊은 후 대화를 전환하여 시간을 번 다음다음 대응책을 생각하는 것이 정석이다. 만약 남자 친구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경우라면 "대신 결혼하면 집안일은 오빠가 다해!" 정도의 적당한 미션을 던져주며 남자 친구의 부담을 덜어주면 될 것이고,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경우에는 변심인 것이므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되, 본인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플랜을 짜야한다.
제가 진심을 다해서 말을 했더니... 오빠는 미안하다 앞으로 노력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뭔가 어색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어요... 너무 잘해주면 미안하다면서 난리 날것 같고... 또 못해주면 사랑이 식었다고 할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앞서 설명했듯 남자 친구가 바빠서가 아니다. 정말 문제는 남자 친구는 바쁘고 자신의 할 일에 열중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데 B양은 꽃받침하고 앉아서 남자 친구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보기만 했나? 왜 오빠를 위해 모두 정리했는데 그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남자 친구를 닦달했다.
그런 남자 친구 입장에서 B양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매력을 느끼기 힘든 사람이다. 생각해봐라. 매일 "왜 요즘 나한테 신경 안 써줘!", "난 오빠를 남편으로 생각하는데 오빠는 날 어떻게 생각해?", "왜 그 친구랑 연락을 해?"라고 압박을 하는 여자 친구에게 어떻게 매력을 느끼겠나?
더 잘해줄 필요도 없고, 괜히 못해줄 필요도 없고, 남자 친구가 반했던 B양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친구들도 많고, 학업에 열중했던 그 모습 말이다. 이 세상의 많은 문제들도 그렇지만 연애 또한 오히려 어느 정도 느슨하게 생각해야 해결될 때가 많다.
뭘 어떡해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나 자신부터 추슬러라.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