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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16. 2016

연애를 잘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자"라는 말 정말이지 지겹게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꼭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과연 우리는 충분히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봤을까?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선물을 고를 때 에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옷은 내 마음에 드네'라든가 '이 옷을 그 사람한테 입혀보고 싶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잘 고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물건을 고른다. 좀 노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분명 선천적인 자질이 아니려나.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선물하는 사람, 받는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쉽게 "저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지만!"이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사람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건 어쩌면 하루키의 말처럼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선천적인 자질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증거도 있다. 유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3개의 산'이라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자기중심주의 현상을 밝혀냈다. 실험은 이랬다. 한 아이에게 3개의 산이 그려진 풍경화를 보여주었다. 아이는 "맨 왼쪽에 가장 높은 산이 있고, 중간엔 중간 크기의 산이 있고, 맨 오른쪽엔 낮은 산이 보여요"라고 설명했다. 피아제는 이어 아이에게 만약 가장 왼쪽의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간다면 무엇이 보이겠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똑같이 대답을 했다. "맨 왼쪽에 가장 높은 산이 있고, 중간엔 중간 크기의 산이 있고, 맨 오른쪽엔 낮은 산이 보여요" 


물론 피아제의 질문의 정답은 "제 옆으로 작은 산 2개가 보여요"다. 아이는 자신이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지금 자신은 연구실에서 가만히 풍경화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뭔가... 심리실험으로 설명을 하니 와 닿지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 인간의 자아 중심주의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메일함을 열어보거나 밀린 카톡을 보면 자아 중심주의 현상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왜 제 고민에 답변을 안 해주시나요? 짧은 답변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제발 30분 정도만 통화를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메일 보냈는데 확인은 대체 언제 하시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사연을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고작 10분 일지 몰라도 이걸 다 해결한다면 난 잠도 못 잘 텐데..." 


피아제가 밝혀낸 자아 중심주의 현상 때문에 우리는 타고나길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게 태어났다. 하지만 간혹, 하루키의 표현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선천적 자질을 타고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히 누군가의 연애상담을 해준다는 건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최근 헤어진 여자 친구도 힘들어했다. 파티 날만 되면 혹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상담이라도 하게 되면 한껏 예민해져서 상담 중간중간 연락을 해줘야만 했다. 그러다 결국엔 이런 만남은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고 판단을 했고, 결국 이별을 했다. 물론 요즘도 가끔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그녀는 오늘도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나한테 잘해줬던 거 다 알지만 그때 정말 끔찍했어." (참나... 헤어졌으면 좀 예쁘게 포장해줄 수는 없었을까?)  


그녀의 반응이 조금은 예민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충분히 그럴만했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당분간 연애는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하루키가 말하는 선천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난 사람을 발견했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몇 달 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 사람 동생이 상담을 요청하기에 반팔 스트라이프 티에 검은색 유니클로 반바지를 입고 논현에 있는 이자까야로 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레 나의 이별 얘기가 나왔다. 나는 소주를 들이켜고 타코 고추냉이를 입에 넣으며 나라도 불안하긴 했을 거라며 당분간 연애 휴업을 하겠노라 말했다.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고 난 깜짝 놀랐다. "상담하는 게 왜 불안해? 맨날 헤어진 남자 친구 잡는 법 알려달라고 우는 여자 상대하는 게 퍽이나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확실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만 먹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나를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처럼 쉽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없을 거다. (정말이지 부러운 능력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우리는 언제고 사랑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상처를 주다 결국엔 지쳐서 헤어질 수밖에 없을 거다. 


단번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오늘 이 글을 읽었다면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라.


"일부 선천적으로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게 매우 어렵다. 그러니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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