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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17. 2016

불안한 연애를 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충고

연애도 비슷한 급끼리 하는 게 좋다.

지금 K양의 상황은 와인잔을 공구함에 넣어 놓은 듯한 상황이다. 그냥 가만히 둬도 쉽게 깨지기 쉬운 K양의 멘틀이 거친 연애환경(연락두절, 거짓말 등.)에 놓였으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마냥 불안할 수밖에 없다. 꼴랑 몇 달 만에 5kg이 빠진 걸 봐도 이 연애가 K양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번 연애는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을 권하지만 도저히 포기가 안된다면... K양의 멘틀을 보강하고 현실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해 두도록 하자.



연애도 비슷한 급끼리 하는 게 좋다.

어릴 때 비만으로 놀림을 많이 받다가 극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현재는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외모와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놀림을 많이 받아서이기도 하고 첫 연애이기도 하고 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남자 친구는 저보다 8살이 많지만 대기업에 다니시고 외적인 스펙이 상당히 좋은 남자예요. (중략) 

그런데 사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술 마시다가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어서... (중략) 저번에는 도 연락이 잘 안 되었는데 갑자기 차사고가 났다 하더라고요. 그러다 제 지인이 제 남자 친구를 XX에서 봤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촉'이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상대를 의심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지만... K양의 상황을 그냥 보고 있자니 참... 그렇다. K양의 지인들과 같은 뻔한 말을 하려니 좀 그렇지만 외모와 능력을 겸비한 30대 후반의 남자들의 편견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게대가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았을 때 K양의 지인들처럼 K양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 K양의 남자 친구와 비슷한 분이 있다. 모대기업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키는 181cm에 '용의자'의 공유 몸매에 이병헌급의 여유와 미소를 겸비했다. 긴말할 것 없이 단 한 번도 선배가 마음에 든 여자 중에 선배에게 퇴짜를 놓은 여자를 본 적이 없다. 문제는 자기가 잘났다는 걸 너무 잘 안 다는 거다. 여자는 자기가 잘난 걸 알면 튕긴다지만 남자는 자기가 잘난 걸 알면 더 많이 만난다는 거다. 


이상하게 이런 분들은 사건 사고가 많은데, 갑작스럽게 친척이 상을 당하거나, 친구가 크게 다치거나 경찰서에 가기를 밥먹듯한다. 이뿐인가? 평소에는 사이좋던 친구들 사이에서 꼭 밤늦에 트러블이 일어나 꼭 본인이 중재를 해줘야 하고, 만나보면 멀쩡한데 안 보이는 곳에서는 본인도 사건사고를 달고 다닌다. (이건 뭐... 어디 갈 때마다 사람이 죽어나는 코난 혹은 김전일 급이다.) 이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믿기도 어렵지만 정말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도 괜한 액운들이 K양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전에 먼저 거리를 두는 편이 현명하다. 


솔직히 내가 아는 K양의 남자 친구와 비슷한 선배들 중에 (뭐... 몇 분 안되긴 하지만...) 여자들이 기대하는 "이제 그만 놀고 결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하는 선배는 못 봤다. 결혼은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는 선배도 있고, 가장 나은 축에 속하는 선배는 "예쁜 여자보다는 내 말 잘 듣는 여자랑 결혼은 하겠지만 적당히 나도 놀아야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일 분이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서도 결혼 전에는 날렸다가 결혼 후에 형수님에게 꽉 잡혀서 사는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K양이 그런 형수님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문제다... 


국가에서 연애고시를 보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연애에도 등급이 있다. 모태솔로에서 연애 도인까지 약 10여 개의 등급이 있다면 K양은 약 8등급이고 남자 친구는 약 2~3등급이다. 물론 노력하면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능 50일을 앞두고 8등급에서 2등급을 따라잡겠다는 플랜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포기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포기가 안되는걸요... 노력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하는 K양이 안쓰럽긴 하다만... 노력이 중요하긴 하나 노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 노력한다고 다 된다면 나도 이왕이면 김태.... 응?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중학생이 시공간의 틈에 빨려 들어가서 대마법사를 만나 노력 끝에 최고의 마법사가 된다는 중2병스러운 스토리를 쓰지 말고, 현실에 입각한 플랜을 짜 보자.  



적당한 분산 연애는 멘틀을 지켜준다.

제가 오빠랑 사귀고 나서 실제로 5kg이 빠졌는데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느라... 근데 근본적인 이유가 제가 이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에요... 이건 제 문제죠... 저의 자존감 문제... 저는 항상 이전에도 제가 썸타던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하다가 썸을 깨버리곤 했었거든요... 


살좀 빼보려고 아웅다웅하는 내입장에서는 몇 달 만에 5kg이 빠졌다는 K양이 부러울 뿐이지만 K양에게는 현재의 연애가 얼마나 K양을 힘들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거다. K양이 파티에 왔다면 이런저런 지독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겠다만... 나 또한 K양만큼 유리 멘틀이라... 관한 악플은 사양이다... 대신 '분산 연애'라는 책으로 일본 여자들에게 새로운 연애방식을 제안한 신자키 모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는 나머지  여자는 초조해지고 불안해져 남자를 의심합니다. 남자는 여자의 이런 모습을 보며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함을 느낍니다. 만일 여성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른 남성에게 돌릴 수 있다면 남자 친구도 여유를 찾을 수 있으며 예전보다 자상하게 대해 줄지 모릅니다.
(중략)
한 남자에게 마음을 전부 주는 대신 여러 명의 남성에게 마음을 나누면, 당신 역시 상대로부터 마음의 일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쪼가리 천을 기워서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듯이 각각의 마음 조각은 하나의 마음으로 완성되고, 당신의 마음은 충만해집니다.
- 분산 연애, 신자키 모모
 


분명 내가 표현했으면 "지금 여자한테 어장관리나 하라는 거냐!?" 혹은 "여자가 바람피우는 걸 권하는 거냐?" 등의 말을 들었을 텐데... 역시 전문작가라 표현이 고급 지다. 혹시나 신자키 모모의 말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첨언을 하자면 남자 친구가 있으면서 없는척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라는 게 아니다. 분산 연애의 기본 전제는 상대를 속이며 애매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솔직히 드러내 놓고 선을 지켜가며 상대와 관심과 위로를 주고받으라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K양이 괜찮은 동호회에 들어가서 여러 남자들과 선을 지키면서 교류하며 남자 친구에게 쏠려있는 관심을 분산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으라는 것이다. 신자키 모모는 '분산 연애'라는 용어로 자꾸 어장관리와 혼동하게 만드는데 (아마도 책의 흥행을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만든 것인 듯!) 나는 이와 같은 방법을 '라이프스타일 지키기'라고 표현한다. 


관심이 하나로 모이면 자연히 불안함과 서운함이 생기고 가치가 떨어지니 취미생활, 인맥, 자기계발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가며 연애를 해야.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과 동등한 상태에서 연애를 할 수 있는 거다. 


유리 멘틀인 K양에게 지금 필요한 건 '능구렁이 남자 친구가 K양을 더 사랑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연애 게 과도한 몰입 혹은 집착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는 법'이다.  



관심이 집중되니까 편하게 대하는 거다.

이 연애... 바로님이 보시기에 이 사람은 저에게 맘이 없나요? 아님 제가 태도를 바꾸면 저에게 가능성이 있을까요? 자꾸 사람들이 밀당하라고 하는데... 제가 너무 당기기만 해서 남자가 저를 편하게 여기는 거라고... 그냥 저는 보고 싶다 하고 칭찬도 잘 해주고 꼬박꼬박 어디 간다 뭐 한다 보고 하고 그 정도인데... 문제는 이 오빠는 제가 애교를 부리면 더 잘해주고 제가 좀 세지거나 하면 또 사그라드는 그런 타입이라 고민이 많아요... 


요즘... "바로님... 제가 괜히 튕기다가 연애를 말아먹었어요..."하는 상담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중 K양의 지인도 상당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해주면 상대가 편하게 여긴다는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지만 정확히 반만 아는 얘기다.  잘해주는 건 언제나 옳다. 다만 상대에게만 집중한다는 느낌이 상대로 하여금 나태하게 만드는 거다. 


상대에게 칭찬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하루 종일 상대에게 칭찬만 하고 또 상대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는 뉘앙스를 보이는 건 좋지 않다. 또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또한 좋다. 다만 하루 종일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상대에게 내 인생은 오로지 당신을 위한 것임을 드러내 놓는 건 좋지 않다는 거다. 


"거봐! 그러니까 튕겨야지!"가 아니다. 괜히 밀당한다고 칭찬을 한번 해줬으니 한 번은 쌀쌀맞게 굴거나 뜬금없이 약속을 파투 내거나 하는 행동들은 얕은 수로 상대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이다. 


마음껏 상대를 사랑해라. 다만 앞서 말했듯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라! 그러면 저급한 밀당 같은걸 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달콤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K양에게.

솔직히 나도 K양의 지인들처럼 이번 연애에 대해서는 부정 적야. 단순히 K양의 남자 친구가 뭔가 타크 한 기운을 내뿜기 때문이 아니라... 일단 K양이 연애고자에서 이제 막 탈출한 상황에서 감당할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러게 평소에 연애 좀 하지 그랬어...)


남자 친구가 K양을 사랑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런 것 같아"야. 내가 아는 선배들과 비교를 해보면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을 때에는 며칠 지나지 않아 연락을 끊곤 하시더라고, 그렇다고 "아싸!"하고 신나 하긴 일러 아무리 진지하게 만났다 하더라도 너무 쉽게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자기합리화가 매우 빠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K양이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다는 건 여전히 그대로 일 테니까.


K양이 벌써 결혼 적령기이긴 하나... 첫 연애잖아... 그러면 상처받고 실패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야. 시험 전날이라고 갑자기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잖아?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그 분야에 실력이 없으면 몇 번의 상처와 실패를 겪는 것이 당연한 거야.


너무 나이를 의식하며 실패하길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내가 노력하면 될 거야!"라는 주체할 수 없는 긍정도 좋지 않아. 앞서 말했듯 정 포기할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어렵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지켜가며 연애하도록 노력을 해보자.


주변에서 K양의 연애를 가지고 K양을 바보로, 남자 친구를 인간 XXX로 여기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상처받지 마. 누구나 K양과 같은 경험은 한 번씩 갖고 있기 마련이고 이건 안 당해보면 모르는 거니까. 어렵지만 어쨌든 시작한 연애니까 끝까지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K양이 되길! K양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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