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변한다.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썸을 지나고 나면 우리들은 설렘 설렘 동산에 도착하게 된다. 일단 설렘 설렘 동산에 도착하게 되면 꼴랑 영화 보는 지극히 지루한 데이트도 유럽 배낭여행 출발 전날만큼 설레고, 허구한 날 보던 영화도 연인이랑 보면 감동과 즐거움이 수십 배가 된다. 문제는 연인마다 다르긴 하나 설렘 설렘 동산에는 폐장시간이 있다는 건데, 이때 많은 연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더 이상 설레지는 않지만 연인관계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 또다시 설렘 설렘 동산에서 노니느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설렘은 없는데 생각나고 걱정되고... 그러다가도 어쩔 땐 짜증 나고 밉고... 내가 지금 남자 친구랑 사귀는 게 맞나? 싶다가도 남자 친구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연락하게 되고... 그렇지만 설렘이 없어요... 반년 사귀는 동안 그 전 남자 친구에게도 그렇게 막 설레지는 않긴 했지만 그 전 남자 친구에게 상처가 커서인지 설렘이 없고 계속 이런 연애를 하는 게 오히려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네요...
그렇다고 헤어지자니 눈물이 나고 서운하고 그렇네요... 설렘은 없는데 보고 싶고 챙기려고 하는 거... 분명 남자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그렇지만 설렘도 없는데 잘해줄 수는 없잖아요... 잘해주는 것도 가식으로 가능한 일인지 연애를 많이 해보지도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ㅠㅠ
- 여기 톡 익명
어제까지만 해도 우황청심환 없이는 데이트도 못할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더 이상 상대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우리는 당황한다. 그리고 사연녀처럼 "이게 연애가 맞는 건가?", "이렇게 사귀는 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이렇게 계속 연애를 할 수 있는 걸까?" 따위의 고민들에 빠지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호들갑 떨지 마, 그럼 평생 설레고 그럴 줄 알았냐?"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연애 또한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변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설렘은 조금씩 잦아들게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현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사연녀 같은 사람들은 "설렘이 없는 걸 보니 더 이상 나는 상대방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군!"이라고 규정하고 이별을 준비하거나 괴로워하지만 나를 비롯한 장기 연애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드디어 연애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구나! 불안한 설렘보다는 안정적인 편안함이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설렘을 동일시 하지만 사랑과 설렘은 결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설렘은 어디까지나 사랑의 하위 개념이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애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설렘은 연애 초기 서로의 단점이 보여도 그것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해주며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설렘이 있을 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고, 신뢰를 쌓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연녀는 나쁘지 않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연애경험이 별로 없고 미숙한 연애스타일이라 설렘이라는 감정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큰 그림을 못 보고 있지만, 짧은 설렘의 기간 동안 남자 친구와 충분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설렘은 잦아들었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감정이 드는 거다. 설레지는 않지만 상대를 챙기고 싶은 감정, 그것은 바로 '정'이고 '정'은 연인이 서로 충분한 신뢰를 주고받았을 때 생기는 것이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때론 의무감과 정을 헷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 데이트 때 상대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상대의 눈을 응시해보자. 이때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면 의무감이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안해지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 그건 정이다.
지금 사연녀가 괴로운 건 누굴 만나 든 자연스레 잦아들기 마련인 설렘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불안정한 감정인 설렘에서 안정 적적 감정인 정의 단계로 넘어와 놓고도 설렘이 없어진 것에만 집착을 하니 상대방을 보면 머리로는 "이제 설렘이 없으니 헤어질 때인가?"라는 어린 생각을 하면서도 가슴은 짠하고 따뜻하니 쓸데없이 머리가 아픈 거다. 설렘이 잦아든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보자. 남자 친구의 눈을 바라봤을 때 느껴지는 그 감정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