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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09. 2017

당신이 핸드폰 검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켕기는 게 없으면 못 보여줄 이유도 없지!

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달리는 댓글은 뻔하다. "켕기지 않으면 못 보여줄 이유가 없지!", "연인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하는 것!", "네가 한번 배신당해봐!" 등등 다분히 독기 서린 어투로 나를 공격하는 댓글들이다. 뭐... 그런 댓글들이 하루 이틀은 아니기에 그다지 상처랄 것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 검사를 찬성하는 수많은 댓글들 중 대표적인 유형을 몇 개 정리하여 그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자.



켕기는 게 없으면 못 보여줄 이유도 없지!

켕기는 게 없으면 못 보여줄 이유도 없다는 말... 뭔가 깔끔하면서 흠잡을 수 없는 진리의 말 같지만... 중요한 건 켕기는 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에 있다.  누군가는 모든 이성과의 연락을 켕기는 일로 간주하지만 누군가는 이성 지인과의 친구를 인정해준다. 이뿐인가? 누군가는 동성친구끼리의 잡담을 "친구끼리니까 무슨 말을 못 하여~"라며 쿨하게 넘어가 주지만 누군가는 "어떻게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라고 분노할 수도 있다. 


당신은 연인의 이성 지인과의 연락을 혹은 동성 지인과의 농담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가? 당신은 당신만의 정확한 기준을 명확하게 한 문장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 결국 모든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성과 단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거나 "~하셨어요?"식의 존칭만 가능하고 동성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소재도 제한이 된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핸드폰을 보여줄 수 없겠지만 꼭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어도 친구들과 야한 농담을 주고받았거나 친한 이성 지인과 격 없니 대화를 나누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지만 상대에게 편하게 핸드폰을 공개하기에는 껄끄러울 수 있는 거다. 


지금 당장 당신의 핸드폰을 꺼내 상대 연인의 입장에 서서 스스로 핸드폰을 사찰해보자. 다른 이성과의 대화에서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는지, 동성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항상 예쁜 말만 나누었는지를 말이다. "켕기는 게 없으면 보여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말자. 상대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당신의 기준에서 켕기는 일인지 모르지 않는가?  



연인 사이에 무슨 프라이버시! 비밀이 없어야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아무리 연인이라도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 아예 상대의 일에 전혀 참견 말라는 것도 아니다. 공개된 SNS에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누구야?"하고 물어볼 수도 있고 둘이 함께 있을 때 뜬금없이 걸려온 이성의 전화에 대해서도 누군지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꼭... 상대의 핸드폰을 검사하고 확인해야 할까? 핸드폰 정도는 상대의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해주고 믿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안에는 당신이 보았을 때 기분이 상할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전부 바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절대로 여자 친구의 폰에 손을 대지 않는다. 물론 여자 친구가 내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연애 초기에 자리 비운 상대의 핸드폰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여자 친구의 핸드폰을 보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여자 친구를 진심으로 신뢰하긴 하지만 핸드폰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고 그 정보는 여자 친구만의 비밀이고 사생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20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분명 나와 다른 의사소통방식으로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며 분명 나의 시각으로 하나하나 사찰하듯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 할부분이 수두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것을 지켜주고 싶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니 날 기만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런 나의 말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도 이전 글에도 밝혔듯이 나는 당신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집착을 해본 사람이다. 단순히 메시지와 통화목록을 보는 정도가 아니고 통화시간을 확인하고 통화 간격을 따지며 그날의 스케줄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 번호로 부재중을 남겨놓고 통화목록을 필터링하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해봤다. 나의 현미경 수사에 수많은 꼬투리가 잡혔고 나는 그것을 들이대며 "켕기는 거 없으면 솔직히 말해!"라고 추궁했다. 


그 끝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하지만 나의 닦달에 지친 여자 친구의 이별통보였고 나는 "거봐... 켕기는 게 많으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따져보니 꼭 그렇게 전부 알았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랑 몰래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거고, 남자 지인과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하며 지낼 수도 있는 거고,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서운한 점을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니었을까? 


만약 내가 여자 친구의 핸드폰을 뒤지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여자 친구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줬다면... 훨씬 행복한 연애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은 적어도 나에게는 맞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의 연애부터는 절대로 여자 친구의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너무 행복하다. "혹시..."로 시작하는 의심에서 벗어나 여자 친구의 핸드폰이 아닌 여자 친구의 환한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사소한 트러블로 점철된 의심의 연애가 아니라 확인하지 않고 상대를 신뢰하는 믿음의 연애를 누릴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심한 집착은 나쁘지만 적당한 구속은 필요해!"라고 말하는데... 심한 집착과 적당한 집착의 기준은 무엇일까? 적당하든 심하든 의심은 의심인 거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확인 없는 믿음을 가져보자. 당신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안락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검사 안 하다가 상대가 바람피우면 어떡해요!

핸드폰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람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핸드폰 검사하면 상대방이 바람을 안 피우나요?" 당신이 뭐라 말하든 핸드폰 검사는 바람을 피운 사람을 잡아내는 수단일 뿐 절대로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바람이란 결코 연인이 핸드폰 검사를 안 해서 피는 게 아니다. 원래부터 바람둥이든, 갑자기 진정한 솔메이트가 눈앞에 나타났든, 권태기에 빠졌든 뭐든 하여간 당신이 핸드폰 검사를 한다고 바람피울 사람이 안 피는 일은 없다. 오히려 잠깐의 설렘에 흔들리던 사람을 확실하게 저쪽으로 넘겨줄 뿐이다. 


당신은 "잠깐이라도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게 나아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이니까 흔들리는 거고 그 사람이 나에게 완전히 맘이 떠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겠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을지 모르지만... 난 다음 사람은 절대로 다른 이성에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무조건 이별을 통보하려는 당신이 안타깝다.   


촉을 날카롭게 세우고 상대의 아주 작은 흔들림마저 감지하고 서둘러 이별을 통보하고 또 비슷한 연애를 반복하느니 나는 일부러라도 촉을 무디게 해서 상대가 조금 흔들리다가도 내게 다시 돌아올 시간을 주고 싶다.   


선택은 당신이 하는 거다.

하지만 이왕이면 "켕기는 거 없으면 보여줘!"라고 날카롭게 말하는 것보다는

"너무 보고 싶지만 널 믿을게"라고 말하는 편이 이왕이면 더 생색낼 수 있고 있어 보이는 것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핸드폰 검사한다고 상대방이 바람을 못 피우는 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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