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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08. 2017

풋풋한 여고생들의 연애 고민은 무엇일까?

조급해하지 말자 인생은 길다.

일주일에 몇 번씩 중고등학생들의 연애 고민이 들어오지만 딱히 블로그에 다루거나 따로 답변을 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밀린 상담글을 해결하고 그들의 차례가 와서 답변을 해줘 주면 대부분의 경우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있거나 이미 다른 친구와의 달달한 썸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얼마 전 수능을 기념? 하며 최근에 들어왔던 풋풋한 여고생들의 연애 고민을 다뤄보며 아련한 추억에 젖어보자! (오늘은 특별히 동네 오빠 버전!)



조급해하지 말자 인생은 길다.

친구의 소개로 동갑내기 유학생을 소개받았어요.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두어 시간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그 친구는 미국으로 돌아갔죠. 첫인상이 너무 좋았지만 이렇게 인연이 끝나나 싶었는데 그 친구가 먼저 페이스북 친추를 걸어서 메신저로 연락했어요. 정말 딱 한번 본 사이지만 뭔가 서로 통했다는 생각은 드는데 서로 떨어져 있으니... 이러다 그냥 연락이 끊어져 버리면 어쩌나 너무 안타깝고 걱정이 되는데... 저는 어떻게 그 친구에게 매력을 어필해야 할까요? 


K양아, 일단 조급해하지 말아. K양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생은 길어도 너무 기니까 말이야. 당장 이러다 연락이 끊길 것 같아 걱정이 되고 이렇게 서로 잊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겠지만 내가 장담하지만 연락이 끊길 일은 없을 거야.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소홀해질 수는 있겠지만 어떠한 타이밍이 되면 정말 운명처럼 만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지. 


중학교 1학년 때였나? 초등학교 때 한 여자 친구가 내 주소를 자기 다이어리에 적어갔는데 중학교에 진학해서 만난 친구가 그 친구의 다이어리에서 내 이름을 보고 무작정 편지를 쓴 적이 있었어. (내 이름의 성이 독특해서 끌렸다나?) 그렇게 시작된 펜팔이 무려 3년이 지속되었고 물론 중간중간 살짝 끊긴 적도 있었지만 나나 그 친구 둘 중에 한 명이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펜팔이 이어지곤 했지. (아무래도... 난 글빨이 중학교 때부터 좋았나 봐...) 


그렇게 펜팔에서 싸이월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자연히 만남의 순간이 왔지! (생각해보면 왜 3년 동안 만나볼 생각을 안 했나 몰라 -_-) 그 친구가 자기 학교 축제에 날 초대했었는데, 그날 무슨 조화인지 가뜩이나 여드름이 가득했던 얼굴이 다 뒤집어 진거야...;; 그래서 먼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돌아와서 바빠서 못 갔다고 미안하다는 쪽지를 했던 게 기억나네...(고등학생이 바빠봐야 뭐가 바쁘다고...;;) 


하여간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가 군대를 갔다 와서 문득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이래저래 연락을 하다가 정말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그땐 정말 만났어! 정말... 10년 만에 처음본거였지만 정말 무슨 X알 친구 보듯 반가웠고 기분 좋은 술자리를 갖고 난 후 가끔씩 연애상담을 하며 지냈지... 그땐 내가 다른 여자에게 미쳐있었거든... 지금은... 연락 안 한 지가 몇 년이지만... 또 어떤 식으로 연락이 닿을지... 그건 모르는 일인 것 같아. 


마음 같아서는 고등학교 때 한일 교류로 만난 여자 친구와의 펜팔 이야기도 해주고 싶지만 요지는 어쨌든 하니니까 굳이 하지는 않을게, 뭐 하여간 이렇게 너에게 장황하게 얘기하는 건 이걸 말하고 싶어서야.


"인생은 길어, 그리고 기다리면 그리고 네가 원하면 꼭 다시 만나" 


사실 지금은 아무리 K양과 그 친구가 서로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둘 다 고1이고... 그 친구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아무래도 서로 연인이 되기에는 힘든 장애물이 많겠지? 그리고 내가 일본 여자 친구와 펜팔로 사귀어봐서 아는데... 그때는 이 장애물만 아니었다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장애물이 있었기에 더 애절했던 것 같아.  


하여간! 지금 상황 자체가 너무 어렵고 또 K양과 그 친구 모두 어리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하는 것처럼 서로 사진도 주고받고 인연의 끊을 놓지 않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아.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애정은 애절하지만 장애물을 탓하면 탓할수록 힘들어지고 결국은 금방 변해버리거든. 


물론 K양 입장에서는 연락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이겠지만 K양에게 그 친구를 소개해줬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다음 방학 때 또 잠깐 볼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니라도 아주 가끔씩 연락을 하면 그 친구도 반갑게 맞아줄 거고 그렇게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아도 분명 훗날엔 만남의 그날이 다가올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며 달달하고 훈훈할 수 있는 시간들을 단축하지는 않았으면 해.  



인사말만 건네어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어.

2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를 아직도 좋아하는데... 그 남자 친구는 저와 사귀었을 때의 상처로 다른 여자도 안 만나고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 친구의 절친이 말해주길 저와 사귈 때 상처도 많이 받았고 제게 미안한 것도 많아서 다시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번에 점심시간에 뒤에서 계속 떨다가 용기 내서 인사를 건네었는데... 차갑게 대하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를 먹고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하곤 해.

"아... 그때 왜 그랬지? 그냥 지를걸!"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쑥스럽고 고민을 많이 했었는지... L양도 아마 그럴 거야... 지금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너무 어렵겠지만 L양도 나만큼 나이를 먹고 나면 분명 "아... 그때 내가 왜 부끄러워했지? 그냥 웃으며 인사할걸!"이라고 말이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랬지? L양도 이 말을 머릿속에 새겨놓고 뻔뻔하게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 봐. 처음에는 차갑게 대하던 그 친구도 얼마 안 가서 L양에게 환한 미소를 보일 테니까. 


군대에서 전역하고 군대 있을 때 헤어진 CC였던 여자 친구와 다시 재회를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 그때 나도 L양처럼 덜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전 여자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었는데 반응은... L양이 경험한 그것과 정확히 동일했어.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지, 일단 나를 비롯한 복학생들을 나의 수하로 거닐며 전 여자 친구가 자주 출몰하는 곳을 배회했고 그녀를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로 "H양, 안녕~", "수업 들어가?", "나중에 술 한잔 하자~"라며 인사말을 건네었지. 


물론 처음 한두 달간은 내 인사에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난 괜찮았어, 그 친구가 조금씩 날 쳐다본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다음 학기 때 정말 우연히 같은 교양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매주 마주칠 때마다 "H양 좋은 하루~"라며 인사말을 건네었지 결국 개강한 지 몇 주도 안 지나서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동기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잔도 기울이며 "너 이 X아 왜 나 군대 있을 때 찼냐? ㅋㅋㅋㅋ"라는 막말도 했지;; 재회는 할 뻔했지만 그땐 이미 내가 여자 친구가 있었기에... 불편한 관계였던 전 여자 친구와 편한 관계가 되는 방법을 터득한 것에 만족을 했어야 했어; 


그러니 L양도 뻔뻔하게 그 친구에게 인사말을 건네 봐,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매일매일 그 친구를 마주칠 테니... L 양이라면 한 달에서 두 달이면 충분히 서로 편하게 인사말을 주고받고 적어도 친한 친구사이로 지낼 수는 있을 거야. 만약 혼자 인사말을 건낼용기가 안 생긴다면 나처럼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도움이 돼, 누구나 집 단안에 있을 때는 더 용감해지는 법이니까!  



10대의 연애는 장난이야, 진짜 연애는 성인이 되고 나서지!

그 친구와는 끝이 났지만... 저 정말 다음번에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학생 땐 진짜 전부 서툴기만 했고.. 사랑 주는 법도 몰랐고... 실수투성이였어요. 20대의 연애는 또 10대 때와 다를까요...? 저 잘할 수 있을까요? 


일단 K양아, 수시 붙은 거 축하하고, 수능도 끝난 거 축하해, 그리고 지난번 내가 특별히 사연을 다뤄줬었건만... 조금 좋았다가 결국 안 좋은 결말을 맺은 건 정말 유감이야... 하지만 난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앞서 다뤘던 고1 K양에게 말해줬던 것처럼 인생은 길기 때문에 K양이 원한다면 언젠간 분명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리고 K양이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줬어, 20대의 연애와 10대의 연애는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다르긴... 연애를 하는 사람이 둘 다 어설프다는 것은 같지만 환경은 천지차이지, 20대가 되면 썸남과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취중진담을 들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알바를 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사줄 수도 있고, 마음만 맞으면 결혼도 할 수 있잖아! 


게임으로 치면 10대의 연애는 튜토리얼이라면 20대의 연애는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만큼 위험도 어마어마할 거야, 남자 친구가 친구들과 어울려 대놓고 다른 여자들이 득실대는 클럽에 가기도 하고, K양이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여자와 썸을 타기도 할 거야, 그뿐인가? 친구들과 술퍼마시느라 연락도 잘 안될 수도 있고, 취업에 실패했다고 잠수를 타버릴 수도 있어... 


하여간 20대의 연애는 K양이 경험한 10대의 연애와는 쨉도 안되게 버라이어티 할 거야, 너무 행복하지만 때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스럽겠지... 이제 20대의 연애를 앞둔 K양에게는 이 한마디를 꼭 해주고 싶어.

"누굴 사랑해도 너 자신보다 사랑하지 마" 


내 말뜻은 남자 친구를 덜 사랑하라는 게 아냐

물론 계산하고 따져가며 사귀라는 것도 아냐,

아무리 상대가 좋고 아무리 상대 때문에 힘들어도

너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앞서 말했지만 지금부터 펼쳐질 연애는 네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몰아쳐올 거야.

이때 마냥 감정에 몸을 맡기며 연애를 해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멘틀이 너덜너덜해지고

연애 비관론에 빠지게 될 거야


사랑은 일단 나 자신이 상대방 앞에서 당당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야.

마냥 상대에게 기대고, 매달리면 상대는 너의 소중함을 몰라.


그러니 아무리 사랑에 빠지고 절망에 빠져도 너 자신을 가꾸고 개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마.


그렇게 계속 너 자신을 가꾸고 개발을 해야,

앞으로 몰아칠 연애 폭풍 속에서 의연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연애를 즐길 수가 있는 거야.

K양아 힘내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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