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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10. 2017

남자 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가 찝쩍거린다면?

상호성 법칙의 굴레에 걸려들었다

남자 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가 대시를 해온다면? 물론 처음에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을 하거나 일단은 회피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일로 상대에게 빚을 지게 되었고, 상대가 "괜찮아요~ 대신 밥이나 한번 사주세요~"라고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지금 당장에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당연히 안된다고 하겠죠!"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저 상황이 되고 보면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는 없을 거다. 게다가 상대가 매력적인 남자라면? 당신은 결코 쉽게 거절하지 못할걸?



저도 남자 친구가 있고 이 오빠도 여자 친구가 있어요. 저는 남녀 구분 없이 친하게 지내는 스타일이라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 오빠가 저에게 조금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사실 오빠가 매력적인 것도 있고... 잘 통하는 면도 있어서 서로 애인이 없었다면 사귀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하지만 둘 다 애인이 있는 상태이니 저는 애매하게 행동하지 말고 서로 연락하지 말자고 했죠. 

문제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제가 오빠의 폰을 던져서 액정이 깨져버렸다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물어준다고 했는데 오빠는 괜찮다고 나중에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서 쿨하게 폰을 바꿔버렸어요. ㅠ_ㅠ 이후 오빠는 폰 때문에 우울하다면서 연락을 하는데... 참... 미안한 입장이라 연락을 끊기도 뭐하고... 돈으로 주자니 솔직히 요즘 쪼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_ㅠ
- 여기 톡, 익명
 


솔직히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연녀가 순수하게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연락을 받아주고 있다고만은 보지 않는다. 이미 상대에 대한 호감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상 확실해 보이니 말이다. 선배에게 마음이 있든, 아니면 정말로 폰이 깨진 것 때문이 든 지금 사연녀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상황에 대해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상호성 법칙의 굴레에 걸려들었다."라고 표현했다. 


상호성 법칙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면 상대도 나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을 이용하여 불로소득자들이 있는데, 설득의 심리학에는 꽃을 선물하고 기부금을 요구하는 HKS(종교집단)나, 공짜 샘플을 제공하여 판매율을 높이는 암웨이 등이 대표적인 상호성의 법칙을 이용하는 불로소득자다. 이를 사연녀의 케이스에 적용하자면 "선배는 액정 수리비를 받지 않으면서 사연녀에게 호의를 베풀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 의무감을 느끼게 할 속셈인 것이다." 


물론 이쯤은 사연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면 이때 어떻게 상호성 법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로버트 치알디니의 말을 들어보자.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재조명(redefinition)'이라는 정신적 작용이다. 즉, 검사원이 지금까지 당신에게 베풀어 준 것들, 가정용 소화기, 안전에 관한 정보, 화재 위험에 대한 안전 진단 등은 모두 호의의 선물들이 아니라 판매 도구들이었다고 상황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신은 검사원의 판매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이를 사연녀의 케이스에 적용하자면, 액정 수리비가 아닌 선배가 왜 사연녀에게 액정 수리비를 면제해주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라는 거다. 사연녀와 선배는 서로 연인이 있음을 알고 있으며, 사연녀가 선배에게 호감이 있든 없든 서로 연인이 있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분명히 입장을 표명하고 선을 그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을 하고 있으며 이것의 목적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의 호의는 갚아야 할 호의가 아니므로, 사연녀는 상호성 법칙의 굴레에서 속히 빠져나오면 된다. 


물론 갚지 않아도 되는 호의지만, 뒷말이 나올 수 있으니 배상은 확실히 하도록 하자. (액정 수리비는 액정마다 다르지만 10~15만 원인 걸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이 어렵다면 미안해하면서 우물쭈물하지 말고 "지금 돈이 좀 없어서 그러니까 다음 달쯤 입금해줄게요. 계좌번호 남겨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라고 보내면 된다. 물론 계좌번호를 알리기보다 괜찮으니까 맛있는 거 사라, 폰 어쩌고 하겠지만 사연녀는 상대의 호의에 보답할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니 선배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끝내면 재미없지... 만약, 사연녀가 선배를 좋아하는 것이라면, 혹은 사연녀에게 상호성 법칙의 굴레에 걸려들게 하여 머리를 아프게 한 선배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면 상대의 수법을 이용하여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어 주도권을 가져오거나 복수를 할 수 있다. 


한편, 만일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검사원의 영향력의 도구를 오히려 역이용할 수도 있다. 상호성의 법칙은 상대방이 행한 대로 갚아 주라는 것임을 기억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검사원이 선물이라는 미끼를 사용하여 당신에게서 불로소득을 취하려고 한다고 판명되면, 당신도 역으로 그 검사원이 선물, 혹은 미끼로 제공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받아들이며 공손하게 그의 호의에 감사한 후, 그에게 나가는 문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상호성 법칙의 정의에 충실하려면,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자는 불로소득으로 갚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선배가 "액정 수리비는 괜찮아~ 대신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줘~"라고 하면 "네! 선배 고마워요!"라고 공손히 선배의 호의를 받아주고 연락을 하지 않는 거다. 그러다 선배가 또 여자 친구와 잘 안되거나 혹은 술 먹고 괜히 찝쩍거리는 것도 깡그리 무시하자. 선배가 만약 액정 수리비를 들먹인다면 "선배 돈 급해요? 제가 알바는 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이라면서 상대의 속을 긁으며 뻘쭘하게 만들자. 


이후 사연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데, 선배와 잘 해볼 마음이 있다면 이후 "오빠, 나 돈 생겼어요! 나와요!"하면서 맛있는 걸 사주고 상대가 다른 수작을 부리기 전에 바로 집에 귀가를 하며 밀당을 하면 될 것이다. 복수가 목적이라면 한 달 이내에 돈을 마련해서 상대를 만나 직접 전해주며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이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리면서 십만 원 아까워요?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라며 통쾌한 한방을 날릴 수도 있다. 


상대는 꼼수로 사연녀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있고 사연녀는 이제 상대의 꼼수를 다 읽었다! 어려울게 뭐 있나? 이제 남은 건 사연녀의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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