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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11. 2017

여자 친구 있는 남자의 유혹에 무너진 B양

미련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아마도 B양 주변 지인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남자 왜 만나!"라며 상대를 욕하거나 "네가 상대 남자의 여자 친구라고 생각해봐!"따위의 말을 해주겠지만... 내 대답은 "B양이 하고 싶은 대로 해. 근데 현실은 직시해"다. 그래서 솔직히 고민 많이 했다... 솔직히 내 생각을 쓰면 욕 많이 먹을 텐데... 하지만 이번 한 번은 악플 각오하고 최대한 B양의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악플 각오하고 쓰는 거니까 B양은 필히 피드백을 보내도록!)



자신의 자제력을 과대평가하며 통제 편향에 빠지지 마라.

일단 저는 바로님께 쏟아지는 '지나간 인연'을 붙잡는 것과 거리가 멀어요. 한 번도 그래 본 적 없어서요... 저는 제가 이별을 통보하는 입장이거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은 해주면서 그 사람에게 요구(개선) 사항이 있다면 일단 대화를 하고 주의를 준다음 몇 번의 주의에도 변함이 없다면 헤어집니다. 


B양의 사연은 A4용지 기준 6장에 달하는 한편의 단편소설 느낌인데 문체가 쿨 내가 퐁퐁 풍긴다. 대략 "저는 연애를 잘 알고, 이성적이며 연애 상도덕을 지킬 줄 아는 여자입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솔직히 팩트만 따져보자. 잘생긴 외모의 직장 상사에게 끌렸다가 여자 친구 있는 걸 알게 되어놓고도 묘한 드립을 주고받다가 결국엔 사고를 친 것 아닌가? B양의 행동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는지 스스로 따져보자. 


지금 B양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 B양이 통제 편향에 빠져있고, 앞으로도 통제 편향으로 잘못된 선택을 이어나갈 것 같아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통제 편향이란 자기 자신의 절제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스스로 유혹에 노출되도록 행동하는 것인데 결국엔 욕구에 굴복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B양의 경우라면 S군(여자 친구 있는 남자)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걸 알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속이 훤히 보이는 멘트와 행동들을 B양에게 했다면 B양은 자칫 여자 친구 있는 남자의 지나가는 유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계에 선을 그었어야 했다. 하지만 B양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쿨한 척 오빠 동생 해야겠다. 여태 친했던 것도 민망하니까 서로 상생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이미 마음을 홀딱 뺏겨놓고도 스스로 자제를 할 수 있다는 통제 편향에 빠져버린 거다. 결국 여자 친구 있는 걸 알면서 잠자리를 갖게 되는 통제 편향의 대가를 치르고도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부교수는 '당신의 의지력을 믿지 마라'라는 칼럼에서 통제 편향에 대해 이러한 조언을 했다. 


자신의 통제력과 의지력을 강하게 믿는 사람일수록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 의지만 믿고 유혹을 피하고 행동을 조절하려는 노력은 적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의 의지력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을 미리 피하려고 노력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래서 충동에 빠질 가능성도, 자기 절제력을 잃어버릴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 당신의 의지력을 믿지 마라, 김병수
 


B양을 비롯해서 바람둥이 혹은 나쁜 남자를 만나면서 "나는 잘 제어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속히 통제 편향에서 벗어나라. 당신이 얼마나 연애고수인지 모르지만 이미 유혹을 당한 상황에서는 이전처럼 이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스스로 자제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말하는 거다. "나쁜 남자를 보면 욕 할 시간에 빨리 도망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면 현실 직시라도 해라.

원래 알고 있던 오빠 사람 친구들이 많아서 그냥저냥 밥 먹고 술 먹는 건 아무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S군을 만나 술 한잔을 했는데... 또 필름이 끊겨 버렸네요... 제 탓이죠.... 눈을 뜨니 또 낯선 곳... S군은 제가 좋다고 하고... 저는 여자 친구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천연덕스럽게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여자 친구랑 헤어지라고 내가 더 잘해주겠다고 하니까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더 잘해줘 이러더라고요... 정말 둘 다 정상은 아닌 거죠... 하지만 결국엔 잠자리를 가졌어요. 


B양의 사연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B양을 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딱 저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거부하기가 쉬울까?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가 나에게 달콤한 말을 건네며 유혹하는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며 정색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김태희 거나 이와 비슷한 상황 근처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래서 통제 편향이 무서운 거다. 실제 내게 그 유혹이 닥치지 않았을 때는 그 유혹을 쉽게 자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갑작스럽게 유혹이 들이닥치면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정신줄을 놓게 만들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통제 편향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로 자기합리화를 통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곤 하는데 유혹에 너무 깊게 빠져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다면 적어도 현실 직시라도 하자. B양은 "그날의 기억, 더럽게 기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눈 건 사실이었으니까요."라며 끝까지 쿨 내를 풍기는데... 조목조목 반박을 하자면 어떻게 임자 있는 남자와의 잠자리가 당당하고 깔끔할 수 있으며 서로를 안지 몇 달이 되었다고... 그것도 여자 친구 있는 걸 알고 나서 상대를 나쁜 남자 취급해놓고 사랑이라는 표현이 가당키 한 걸까?  


유혹에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어 당분간 이와 같은 부적절한 관계를 어느 정도 지속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나약하며 항상 올바르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하지는 마라. 정말 그러면 그건 답이 없다. 


그날의 B양의 행동은 임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술자리를 갖았고 (심지어 이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뻔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여자 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을 하면서 결국 유혹을 못 이기고 잠자리를 가진 것일 뿐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당장 헤어 나오기 힘들다면 적어도 본인의 행동에 대한 현실 직시를 하며 최대한 빨리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라.  



미련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그 순간만큼은 나를 사랑해서 저와 잠자리를 한 것이길 바래요. 그래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어요... 어떻게 유도해야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을까요? 그가 바람둥이여도 좋아요, 앞으로 태연하게 대할 수도 있어요. "나를 정말로 사랑해서 저를 안은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조금의 거짓 없이..." 


답부터 말을 하자면 "S군은 B양을 1초도 진짜 사랑한 적이 없다." 내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건 진심이라면 당연하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1초라도 B양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적어도 갈등하는 흉내라도 냈을 거다. 하지만 B양의 여자 친구 있냐는 말에 쿨 내를 풍기며 "응!"이라 대답을 하고 이어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더 잘해줘~"따위의 멘트를 날리는 걸 봐선 1만큼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거다. 물론 B양에 대해 호기심 내지는 매력 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딱 거기까지일 뿐이다. 


자! 그렇게 원하는 S군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지금 B양의 기분은 어떠한가? 필시 "아냐... S군의 속마음은 다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할 거다. 그게 미련이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B양과 같이 미련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며 바보짓을 반복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별을 당하게 되면 혹은 나쁜 남자에게 이용을 당하면  "그래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은데...", "정말 진심인지만 알고 싶어...", "이렇게 끝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좀 정리를 해야..."따위의 생각들이 든다. 뭔가 진짜 딱 거기까지만 하고 나면 미련이 없어질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의심에 끝이 없듯 미련도 끝이 없다. 


B양은 "마음에 이렇게 큰 상처를 안고 다음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글쎄다... 상처라니... 어디까지나... 일련의 사건은 B양과 S군의 합작품이지 S군이 일방적으로 B양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니지 않나? 괜히 오버하지 말자. 이게 왜 상처인가? 임자 있는 킹카와 보낸 한여름밤의 꿈일 뿐이다. 


B양이 해야 할 일은 빨리 한여름밤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적인 연애 상대를 찾는 일이다. 힘내라 B양에 누구나 그런 경험 다 한 번씩은 거치기 마련이니 말이다! 중요한 건 누구나 한 번씩 거치는 일이지 거기에 휘말려서 진짜로 상처받는 건 바보나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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