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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27. 2017

다단계에 빠진 썸남, 어떡해? 외 1편

너무 사랑하는데 썸이 끝나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의 기준에서만 사건을 바라본다.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은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오늘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하나다. P양의 연애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왜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며 P양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썸남이 다단계를 해요.

알고 지내던 오빠 게 있는데요. 동호회에서 알게 되었는데 몇 달째 저에게 호감을 표현해요. 성격이나 모든 것이 마음에는 드는데... 하는 일이 휴대폰 판매를 하다가, 보험을 다니다가 이제는 다단계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자기는 남 밑에서 절대 일 안 할 거라고 자유롭게 일하면서 돈 많이 벌고 여행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직업이 그런 남자 만나도 될까요...?
- 남자 친구의 직업이 걸리는 P양
 


뭐 답은 이미 나왔다. "만나봐야 둘 다 고생만 한다." 다만... 주변 사람들은 P양에게 "그런 남자 만나봐야 고생만 해! 만나지 마!"라고만 하겠지만 난 좀 다른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일단 남자를 한심하게 생각하기 전에 P양의 주위를 둘러보자. 지난 5년간 P양과 비슷하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는 남자 친구를 둔 여자들을 보면 솔직히 남자 친구에 비해 크게 나을 것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막말로 도긴개긴(도긴개긴)이라는 거다. 


별반 다를 거 없으니 대충 만나라는 게 아니다. 남자가 꼬이는데 이상한 남자들만 꼬인다면 "에잇! 왜 이렇게 이상한 남자만 꼬여!"하고만 있을게 아니라 "아! 내가 지금 이상한 판에 들어왔구나!"하고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리고 다른 판(인맥)으로 갈아타라는 거다. 


사람은 어떤 일이 생기면 자꾸 남 탓 혹은 상황 탓을 하곤 하는데, 잘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한 지인 녀석(여자)이 자꾸만 만나는 남자마다 자기를 성욕의 대상으로만 본다며 기분 나빠하길래 조용히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이 X아 그러니까 클럽 좀 그만 다녀..." 


P양의 현재 문제는 좋아하는 남자가 다단계를 다니는 게 아니다. P양의 진짜 문제는 다단계랑 썸을 탈만큼 P양 주변에 인물이 없다는 거다. P양이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누구와 어울리는지 몰라도 그쪽에 계속 있다가는 계속 그런 X들만 꼬인다는 걸 명심하자. 지금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다단계에 빠져있어요..."하고 감상에 젖을 때인가? 지금은 "으악! 여기 있다가 나도 물들겠다!"하며 깜짝 놀라 판을 갈아탈 때다.  



너무 사랑하는데 썸이 끝나버렸어요.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한 오빠를 알게 되었어요. 여행 내내 저를 잘 챙겨주셨고 막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도 하셨어요.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와 카톡을 주고받다 보니 비록 장거리이긴 했지만 점점 오빠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종교가 다르다는 게 걸리더라고요... 저희 집은 독실한 기독교 집인데 오빠네는 불교... 저는 오빠가 저를 더 좋아한다는 생각에 거만하게 우리가 진지하게 만나려면 오빠가 개종을 해야 한다고 했고 오빠는 알았다고 했어요. 그러고 그다음 주부터 뭔가 오빠의 연락이 줄어드는 게 느껴지고... 저는 오빠에게 새벽에 전활 해서 아니라고 종교는 천천히 맞춰가면 되는 거라고 했는데...
-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K양
 


K양의 사연을 받고 인쇄를 해보니 무려 A4용지 기준으로 3장이 나왔다... ㅎㄷㄷ... 난 무슨 3년쯤 사귀다가 남자 친구가 바람이 났는데 알고 보니 나의 친언니! 뭐 이런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여행에서 만나 연락을 하지 않기로 하기까지 약 3주간의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장문의 사연으로 쓸 수 있는지... 


"그때 그게 왜 그렇게 한줄기 빛같이 보였을까요?"라는 부분은 마치 "로미오 로미로 왜 그대 이름은 로미오인가요"를 연상케 했다. "바로님 ㅠㅠ 전문가의 입장에서 제가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듣고 싶어요."라는 말에 나의 대답은 이렇다. "감정 폭발은 언제나 이불 킥을 동반한다." 


물론 K양이 썸남을 보고 나서 어떤 좋은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꼴랑 여행에서 3박 4일 같이 여행한 것뿐이고 돌아와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로 카톡으로만 가슴 터질 것 같은 사랑을 했다는 건.... 운명이 아니라 K양의 감정과잉이었을 뿐이다. 


만약 K양이 오버하지 않고 서로를 좋은 사람 정도로만 여겼다면 어땠을까? 일단 카톡으로 사이버 러브를 하기 전에 썸남에게 "오빠~ 우리 동네 놀러 와요! 제가 재미있게 놀아줄게요~"라며 데이트 신청도 했을 수 있고, 당시의 분위기라면 썸남은 분명 K양이 있는 동네까지 와서 달달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을 거다. 


그뿐인가? 괜히 오버하여서 "오빠 나랑 진지하게 만나려면 개종해야 할 텐데 괜찮아요?"따위의 정체불명의 부담 멘트가 아니라 "근데 오빠 은근히 웃을 때 눈웃음치는 거 알아요? 귀엽더라~"라며 달달한 끼를 부려볼 수도 있었을 거다. 


썸은 어디까지나 가볍고 통통 튀어야 하는 거다. 왜 자꾸 혼자 진지모드에 빠져서 신파극을 만드나? K양이 바라는 그런 진지함은 썸이 어느 정도 여물고 나서 충분히 서로에서 호감과 신뢰가 쌓였을 때 꺼내도 늦지 않다. 앞으로는 진지함은 좀 가슴 저 깊은 곳에 감춰놓고 썸은 썸대로 "내 거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와 같이 가볍지만 달콤하고 설레는 썸을 즐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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