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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16. 2017

왜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도 못 걸까?

나 별로라고 싫어하면 어쩌지?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다는 가사에 심취하는 편인데, 신곡보다는 현재 내 상황에 맞는 노래를 주구 장창 듣곤 한다. 예를 들어 헤어지고 나면 다듀의 'solo', '죽일 놈'듣는다던가, 썸을 탈 때엔 asher book의 try를 무한 반복으로 듣는 식이다. 고등학교 시절 복도를 지나가다 한 여학우? 에게 첫눈에 반한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싸이의 '끝'을 무한반복으로 들었다. 한참을 가만히 흥얼거리다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는 거야. 어째야 할지 몰라. 헛소리 한 게 수차례, 평소에 잘 되던 것도 잘 안돼." 부분에서 감정을 한껏 실어 따라 부르곤 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기억이... (내가 말해놓고도 역시 이상해...)



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거다.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말을 잘하다가도 좋아하는 사람 혹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앞에 두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선생님한테 꾀병으로 조퇴를 신청하려는 고등학생처럼 잔뜩 긴장을 해버리곤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파티에 와서 나와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면에 나만큼 무례한 사람도 없을 거다. 처음 보자마자 다짜고짜 "불타는 주말에... 어째서 파티 따위에 왔어요 ㅠ_ㅠ"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한다. 


한 번은 파티에 처음 와서 잔뜩 긴장한 (남자) 게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한 178cm쯤 되어 보이는 키에 적당한 체격 그리고 깔끔한 투 블록 리젠트컷으로 온몸으로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아 아직 쓸만한 걸 죽지 않았어"라고 외치고 있는 듯했는데 개인적오로 모나미 패션(흰 차이나 칼라셔츠 + 블랙 슬랙스 + 버건디 페니 로퍼)까지 더하니 너무 전형적인 것 같아 좀 그렇긴 했다.   


하여간 엄마손을 놓친 미아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그 친구가 안쓰러워 슬며시 옆에 다가가 귀에 대고 한마디 해줬다. "졸지 마요...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찌질인 줄 알 거야..."라고... 그 친구는 이게 무슨 변태지? 싶었는지 당황했고 나는 "걱정 마세요 생긴 건 이래도 변태는 아닙니다."라는 표정으로 파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 앞쪽에 (여자) 게스트가 앉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좀 놀랐다. 조명이 좀 어두워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밝은 아이보리색 아니면 화이트색의 원피스였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핏에다가 민소매인 지라 속으로 "이 여자 자기의 매력이 뭔지 확실하게 알고 있군!"했다. 개인적으로는 옷보다는 그녀의 머리색이 참 맘에 들었는데 밖에서 보면 밝은 갈색이었을 것 같은데 일단 조명이 어둡다 보니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런 갈색이었다. 


뭐 하여간 누가 봐도 "오?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게스트였는데 그녀 역시 파티가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다. 그래서 옆에 있던 게스트에게 했듯이 가볍게 몇 마디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친구는 뭔가 충격을 받았다는 표정으로 나와 그녀의 대화를 치켜보았다.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입고 다니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누가 알려줬어요?"라고 묻고 있는데 옆에 있던 게스트가 대뜸 물었다. "저... 혹시 원래 아는 사이세요...?" 나는 인상을 쓰며 답해줬다. "뭔 소리예요. 이제 알아가야지." 그때가 아마 그 친구에게는 2차 충격이었나 보다. 아마 충격이긴 할 거다. 객관적으로 예쁘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은 여자에게 마치 마트 신선코너에서 어떤 사과가 신선하고 달지 의논하는 주부들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 5분 정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게스트가 나를 붙잡고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이야길 잘 하세요? 저는 예쁜 여자랑 대화를 잘 못하겠던데?" 아마 속으론 "솔직히 당신이 뭐 잘났다고 그렇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떨지도 않으면서 예쁜 여자랑 얘길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하여간 난 그에게 다가가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아니... 내가 무슨 사귀자고 했나 그냥 잡담하는데 덜덜 떨 필요 있어?" 


매력 있는 이성과 대화를 나눌 때 괜히 긴장하고 실수를 하는 건 우리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한가득이라 그렇다. "저 사람은 날 안 좋아하겠지?", "나 별로라고 싫어하면 어쩌지?", "내가 말을 걸면 막 작업한다고 싫어하겠지?" 따위의 걱정들 말이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한가득이니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렵고 말을 걸어도 괴상망측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예를 들어 당신 옆자리에 엄청 못생긴 이성 동료가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런데 그 동료가 출근을 하며 상쾌한 목소리로 "좋은 아침! xx 씨 오늘 셔츠 예쁘네요~"하고 인사를 하면 당신은 속으로 "어머 머머! 뭐야! 못생긴 게 어디서 불쾌하게 말을 걸어!?"라고 생각하고 불쾌해할까? 전혀! 간단한 인사말과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정도는 매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당신이 상대를 의식하고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상대는 더 불편해할 거다. 아까의 예를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 옆자리에 당신 스타일이 아닌 이성 동료가 있는데 말없이 당신을 힐끔힐끔 보다가 엄청 자신 없는 목소리로... "저... 저... xx 씨 오늘 셔츠 예쁘시네요... 어... 흐.. 흐..."했다고 생각해봐라. 솔직히 이건 좀 불쾌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데에 있어서는 매력과는 무관하다. 당신이 당당한 태도로 신선코너에서 사과에 대해 옆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주부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도 당신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대화는 대화일 뿐이다. 당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불필요하게 긴장을 하면서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 누구라도 당신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거다. 


물론 당신이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쾌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렇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인 거다. 신선코너에서 옆에 아주머니에게 "음... 어느 사과가 맛있을까요?"하고 물었는데 불쾌한 표정으로 "초면에 어느 사과가 맛있겠냐니! 불쾌하네요!"라고 반응한다면 누가 이상한 사람일까? 이상한 사람 때문에 기분 잡칠 필요 없다. 그냥  "헐... 이상한 사람이네... 내가 같이 과수원 하자는 것도 아니고..."하면서 자리를 피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1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눠도 느낌이 온다. 이 사람 이과는 즐거운 대화까지 만 인지 아니면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지가 말이다. 아직 대화도 나눠보지 말고 혼자 썸타며 가슴 졸이지 마라. 나는 상대가 좋지만 상대는 내게 이성적인 마음이 없다면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헤어지면 그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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