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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22. 2017

날 좋아한다더니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자

남자 쪽에서 먼저 고백을 하지 않았다니까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한 10여 년쯤 전에 모 통신사 광고의 유행어다. (10년 전 유행어라니... 대체 난 얼마나 나이를 먹은 거야!)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 단순 명쾌한 진리를 자주 까먹곤 하는데 사랑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목숨을 바칠 만큼 사랑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심해지고 또 무심했다가도 갑자기 사랑이 불타오르기도 한다. 이건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고 원래 사랑이란 놈이 움직이는 것일 뿐인 거다. 

J양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도 자꾸만 움직이는 사랑이라는 것의 특성 때문이다. 현상황에 대해 J양은 "역시 타이밍이 안 맞아서..."라고 말을 하지만... 이건 단순히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라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길 원한다면 명심하자. 타이밍보다 더 문제는 J양의 수동적인 연애 마인드다! 수동적인 J양의 연애 마인드가 어떻게 썸을 망하게 했는지 함께 알아보자.



남자 쪽에서 먼저 고백을 하지 않았다니까요!?

사실 오빠를 처음 알게 된 건 2년 전쯤이었어요. 3대 3 미팅? 소개팅? 하여간 술자리에서 알게 되었다가 애매한 썸을 탔죠. 저는 잘 몰랐는데 오빠 친구들이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오빠는 제가 고백도 안 하고 그러길래 무슨 남자가 이렇게 자신감도 없나 하고 있었죠. 


J양 입장에서는 좋아하면서 고백도 하지 않는 썸남이 답답했겠지만... 글쎄다... 고백을 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왜 안 하는지... J양의 경우는 아니지만 애매하게 썸만 탄다는 건 고백이라는 리스크를 감내할 만큼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다! 


J양의 경우에는 확실히 썸남이 J양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가 고백하는 기계도 아니고,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남자의 고백 메커니즘이 '호감 -> 고백'과 같이 단순 명쾌하지는 않다. 딱 반대로 생각해보자. J양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다짜고짜 고백을 하는가? 남자라고 여자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 해도 "혹시... 날 안 좋아하면 어쩌지...?", "괜히 고백했다가 차이면?", "친한 사이로 좀 더 있는 게 좋지 않을까?"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남자도 창피해하니까 여자가 먼저 고백해!"라는 소린 아니다. 남자라고 고백하는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백을 받아주는 쪽 보다는 내가 유혹을 해서 꼬시는걸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 말이다. 


이쯤 되면 "그러면 어쩌라고!!!" 하는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가 J양의 목젖을 간지럽힐 것이다. 어쩌긴 뭘 어쩌나? 남자에게 "너 지금 잘 하고 있어! 좀 더 노력하면 나 넘어갈 것 같으니까 힘내!"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줘야지! 


방법이야 무궁무진하지만 매우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하나 소개하자면 '산재'라는 최면 기술을 이용해볼 수 있다. 최면 기술!? 뭐야! 뭔가 엄청난 방법인 것 같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상대의 머릿속에 입력하고 싶은 이미지와 관련된 단어들을 마구 쏟아내는 거다. 


다음부터 썸남과 애매한 썸을 타고 있을 때에는 대화를 할 때 "오빠랑 ~하니까 좋다!", "ㅋㅋㅋ 무슨 사귀는 사이 같잖아", "뭐야~ 괜히 사람 설레게!" (볼드 처리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면서! [아날로그 마킹]) 따위의 긍정적인 그리고 연애를 암시하는 단어들을 마구마구 쏟아내며 썸남에게 은연중에 암시를 주어 썸남이 보다 용기를 얻어 먼저 고백을 하도록 유도를 해보자. 작은 차이가 얼마나 큰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체험할 수 있을 거다.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왜 저를 못 잊을까요?

애매하게 썸만 오래 타다가 몇 달 전에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예의상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자 친구가 생기고 나서야 예전에 저를 좋아했었다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란 저는 어떻게 됐었던 건지 그럼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오빠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고 예의상 그건 안된다며 가끔씩 연락이나 하면서 지내자고 하네요.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왜 저를 못 잊고 이제야 고백을 하는 걸까요...? 


음... 이건 J양이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래... 썸남이 J양에게 "나 예전에 너 좋아했었어"라고 말한 건 맞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너 좋아해"가 아니라 "예전에"다. 한창 J양과 설레는 썸을 탈 때에는 이런저런 소심한 걱정들을 하며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고 J양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다.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보니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하게 J양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할 수 있었던 거다. J양이 혹시나 자기합리화에 빠질까 봐 조금 더 따끔하게 얘길 하자면 "지금 썸남은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J양을 못 잊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여자를 잘 만나고 있어서 J양에게 쿨하게 감정을 고백한 거다." 


J양 입장에서는 이전의 애매한 썸탈 때의 기억 때문에 쉽게 인정할 수 없겠지만... 만약에 썸남이 정말로 J양을 못 잊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면 J양의 말에 당연히 얼씨구나 하고 환승을 하지 않았을까?  



애매한 썸만 타다가 이제 제가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웃기는 건 오빠가 안된다고 하니까 갑자기 괴로워요... 아는 오빠 말로는 지금 이 오빠는 여자 친구랑 좋아 죽는다네요... 왜 오빠가 잘해줬을 때에는 몰랐던 걸까 하고 후회도 되고... 몇 년 동안 서로 애매하게 굴었던 거... 둘 다 비겁하고 치사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쉽게 말하면 질질 끌다가 타이밍이 어긋나서 망했다는 건데... 주변에서는 이런 경우도 없고... 나쁘게만 얘길 해서 듣기가 힘들었어요... 


앞서 말을 했지만 J양의 말처럼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표현도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J양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J양은 차가 막혀서 예매한 영화 시간에 늦는 바람에 영화 초반 부분을 못 보게 되었다는 느낌이라면 현실은 이미 영화가 끝나고 다른 영화가 시작해버린 느낌인 거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지금의 썸남은 J양이 알던 그 썸남이 아니라는 거다." 초등학교 때 HOT 팬이었던 내가 이제는 박효신과 브라운아이즈의 팬이 된 것처럼 (아... 나 양다리구나...) 단순히 좋아하는 대상만 바뀐 게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생각과 마인드도 심지어 상황도 변해버린 거다. 


J양은 손안에 있던 썸남을 잃고 나서 속이 쓰리겠지만 사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그때의 썸남과 지금의 썸남은 생각과 마인드 그리고 상황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닌 거다. 그러니 J양은 헛된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J양이 쓸데없는 미련에 아파할수록 J양은 초라해지고 상황만 더 우습게 만들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이제 썸남은 J양에게 절절매던 썸남이 아니다. 남들이 볼 때 지금의 여자 친구와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는 어엿한 연愛인이니 말이다.  현실을 직시하고도 속이 쓰리다면 답은 하나다. J양도 J양의 연애를 하며 썸남과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썸남의 사랑이 다시금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재미있는 건 지금이야 안타깝게 놓친 썸남 때문에 속이 쓰리겠지만 J양도 J양만의 연애를 시작하면 말끔히 속이 편해질 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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