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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24. 2017

살갑게 챙기면서도 막말하는 츤데레 남자 친구

행동은 살가운데 막말이 심한 남자 친구 어쩌죠...?

연말이다... 그래... 이메일함이 미어터지고 카톡이 폭주하는 걸 보니 확실히 연말이다... 혼자서 좀 어떻게 해봐야지 했는데... 이 분량은 정말 혼자 감당이 불가능... 그래서 객원 필자를 모셨다. 정확히 말하면 단지 나보다 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 믿고 영입을 하였으니 부족함이 많겠지만 어느 정도 감안을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여자'이다 보니 나보다 더 사연녀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듯)



행동은 살가운데 막말이 심한 남자 친구 어쩌죠...?

남자 친구는 경상도 토박이에 남중 남고 공대를 나온 상남자, 무뚝뚝한 남자입니다. 그래요... 이런 건 성향이니 이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정말 가끔씩 아니 자주 기분을 상하게 하는 농담을 하는데 이건 정말 너무 이해하기 힘드네요. 제가 한 번은 우산을 안 챙겨 나오느라 비를 쪽딱 맞고 약속 장소(카페)에 나갔는데 남자 친구가 보자마자 “야 멍청아, 일기예보도 안 봤어? 아님 편의점서 우산을 사던가! 뭐 하는 거냐?”이러는 거예요. 막상 행동은 사장님한테 수건 빌려서 다 닦아주고 자기 옷 벗어주면서... 친구들은 츤데레라고 하지만 저는 정말 남자 친구가 막말할 때마다 상처를 받는데... 제가 좋게 얘기하면 남자 친구는 고친다고 하면서 자꾸만 이러네요...
- 막말 남자 친구에게 상처받는 K양 


에덕녀(에쿠니가오리 덕후 여자)의 한마디
타고난 성격은 안 고쳐져... 헤어지던가 아님 득도하는 게 빠를 듯...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세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질뿐,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피면 꽃구경 가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고, 더 우면 옷 하나 벗고 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간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이 사람이 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하고 고민하고 뜯어고치려들면 어차피 본인만 스트레스 쌓이니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하는 말씀 같아요. 


참 좋아해서 아직까지도 가끔 읽어보는 구절인데 저는 법륜 스님이 아니라서 이렇게 마음이 넓지 못해요. 그리고 말이 쉽지 츤데레 요즘 다들 많이 좋아하신다지만 그것도 귀여운 수준으로 츤츤거려야 매력적이죠. 기분 상하게 하는 농담? 재미도 없고, 전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데 그것 때문에 떠나고 싶은 생각까지는 안 드니까 이게 고민인 거겠죠. 


사실 남자 친구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미 좋게 얘기도 해보셨다면서요. 답은 아시겠지만 이거 잘 안 고쳐져요. 타고난 성격 고치는 것보다 차라리 하루에 물 5리터 마시는 게 더 쉬울걸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막말하는 거 몰래 녹음해서 한번 본인한테 들려주세요, 이제 한계가 온 것 같다고 기분 나쁘게 할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정색하세요. 


두 번째,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떠나세요. 사랑하는 여자가 본인의 고쳐 져지 않는 결점 때문에 떠났다는 충격의 이별 요법을 선물하시고 그 남자가 다음 연애 때 더 나아지게 되는 인생의 계기가 되어주세요. 


이제 마지막으로 그냥 내가 법륜스님이다~ 하고 최면 거시고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세요.  



바닐라 로맨스, 하덕남(하루키 덕후 남자)의 한마디
당신이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줘.

대학교 때 만났던 여자 친구의 버릇은 웃길 때마다 옆에 사람을 때린다는 건데 문제는 그녀의 손이 캡사이신급으로 맵다는 거였다. 더 큰 문제는 나는 소싯적부터 자타공인 드립남으로 소문난 남자였다는 건데... 정말이지... 찰진 드립남과 찰진 캡사이신 손맛녀의 궁합은 정말이지 눈물겨웠다. 


처음엔 일단 참았다. 남자가 이 정도로 아프다고 하기엔 자존심도 상했고 지도 때리다 보면 언젠간 그만하겠지... 했는데 그녀는 나를 때리기 위해 태어난 여자인 것처럼 지치지 않고 찰싹찰싹 찰진 매타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못 참겠어서 "자기야... 너 진짜 손 매워... 나 죽을 것 같아..."하고 이야길 했다. 그녀는 미안하다며 다시는 터치?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야! 너 누가 어제보다 더 이뻐지래!"따위의 쉰드립에도 "아 뭐야~까르르~~~"하면서 손목 스냅을 사용해가며 온몸을 타작하는데 진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결국 나도 사람인지라 화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또 화를 내면 미안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뭔가 "남자 친구가 그것도 못 참아주네...",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내가 싫어해서 때리는 것도 아니고..." 뭘 해도 변하지 않는 여자 친구... 그때 정말 진심으로 여자 친구가 너무 아프게 때려서 헤어져야 하나... 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후의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여자 친구는 어김없이 나의 드립에 까르르~ 하고 웃으며 나의 팔뚝에 스파이크를 날렸다. "아아아악!!!!" 나는 그 자리서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려졌다. 여자 친구는 괜찮냐고 하면서도 내심 맨날 잘만 맞다가 왜 그러나 하는 눈치였는데 나는 한참을 팔뚝을 움켜쥐고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슬쩍 셔츠를 벗었다. (물론 안에는 반팔티) 그러나 그녀가 주로 타작하는 팔뚝 부위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그날 이후로 결코 내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응?) 물론 가끔 어쩔 수 없이 반사적으로 손을 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렇다. 여자 친구는 정말 몰랐던 거다. 자신의 스킨십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말이다.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자신 때문에 상대가 정말 아파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누구나 그 행동을 멈추게 되어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당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는 건 당신을 무시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당신이 얼마나 아파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K양이라면 남자 친구에게 대화를 하거나 화를 내기보다 남자 친구가 막말을 할 때 대성통곡을 해보겠다. "오빠가 그렇게 막말하니까 아닌 거 알면서도 오빠가 날 무시하나 싶고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엉엉엉"하고 말이다. K양이 자신의 행동에 얼마나 아파하는지 느끼게 된다면 남자 친구는 절대로 K양에게 막말을 하지는 않을 거다. K양도 남자 친구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캡사이신 손맛녀에게 고백할 게 있다. "사실... 그때 멍... 전날 내가 애들이랑 술 마시다가 너한테 보여주려고 일부러 애들한테 오른쪽 팔뚝 때려달라고 했었어... 하하하... 정말... 그때 느꼈지... 확실히 여자 손보다는 남자 손이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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