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나?
몇 달 전 소니 QX100이라는 렌즈형 카메라를 중고로 구매했다. 카메라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저 지잉~ 소리와 함께 자일리톨 통같이 생긴 물건이 카메라 렌즈로 변신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사기로 했다. (정말 단지 그뿐!) 중고나라에서 몇 명의 판매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거래라는 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충 조건이 맞다 싶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근데... 이거 시가보다 1만 5천 원 정도 비싸네...?", "AS기간이 지났구나?", "아... 목동까지 언제가..." 따위의 생각이 들다 보니 자꾸만 거래가 캔슬이 되었다. 한 일주일쯤? QX100 판매자들에게 찔러보기를 하며 밀당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 건데... 일주일째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에 일을 했으면 돈을 더 벌었겠다!" 그래서 시가보다 3만 원이 비싸고 (여분 배터리를 하나 더 챙겨주긴 했다.) AS기간이 지난 QX100을 수원까지 가서 구매를 했는데 그제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쯤 읽으면 왜 하라는 연애 얘긴 안 하고 중고거래 얘기냐 싶을 텐데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최대한 싸게 가지려고 머리 아파하며 시간을 날려먹지 말고 차라리 더 많이 쓰더라도 빨리 사라는 거다." 이 말을 연애에 적용해봐라. 그게 내가 당신에게 (맨날 미 직지 근한 썸만 하는) 해주고 싶은 말이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제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매일 연락을 하며 호감을 표시하더라고요. 남자 친구 있을 때부터 친하긴 했는데 헤어졌다고 말을 하니 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둘이서 영화도 보고 간단히 맥주도 마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주말만 되면 연락이 없는 거예요;; 혹시 다른 여자가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그냥 어장인지...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더 당황스럽네요... 그에게 이별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좀 더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나중에 얘기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괜찮을 까요?
- 주말에 연락 없는 썸남에게 서운한 M양
일단 M양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M양은 왜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나?" 아마 상대도 그와 비슷한 이유는 아닐까? 앞서 중고거래 얘기를 꺼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도 그리고 상대도 연애를 원하는 것 같으면서도 미 직지 근한 썸을 타는 이유가 바로 연애를 중고 거래하듯이 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최대한 손해보지 않고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로가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는 거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괜히 날 쉽게 생각하면 어쩌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다가갔다가 창피당하면 어떡해...", "난 충분히 어필한 것 같은데 내가 더해야 하나?" 따위의 생각들은 합리적인 고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내가 소극적으로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만 바라는 것은 오히려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만들어낼 뿐이다. 차라리 다소 모양새가 빠져도 적극적인 편이 낫다. 어떻게든 빨리 아웃풋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M양의 생각처럼 썸남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M양이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그 답을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든,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든 기본적으로는 내가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20대 초쯤 (이제 30대가 되니... 20대의 일들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한창 달콤한 썸을 타던 여자와 영화를 봤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 사귀는 분위기, 하지만 정확히 말이 없었기에 애매한 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봤던 영화가 이터널 선샤인이었는데 영화를 보다 감상아 젖어 슬쩍 옆을 보았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찌릿하고 두근거렸다.
그때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확히는 나의 또 다른 자아가) "키스해" 그 뒤로 "미쳤냐? 그랬다가 싫어하면 어쩌려고!?", "날 좋아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괜히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냐!?" 따위의 이야기들도 들려왔지만 나의 선택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다가가는 것이었고 그녀가 눈을 감는 걸 확인하고 키스를 했다. (만약 그때 그녀가 인상을 구기면 웃으면서 귀에 대고 "너 입술에 고추장 묻었어"하려고 준비를 해놨었다.)
만약 내가 그때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밤마다 그녀의 심리상태를 궁금해하다가 결국은 미적지근한 썸이 되어버리고 말았을 거다. 그러니 M양도 썸남에게 키스를 하라는 게 아니다. M양이 조금 더 좋아한다는 뉘앙스를 보이더라도 혹은 상대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더라도 일단은 먼저 다가가라는 거다. 그래야 썸남의 정확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왜 썸남이 주말에 연락을 안 하지!?"하고 고민하지 말고, 목요일쯤 "토요일에 이터널 선샤인 보러 가요!"라고 말을 해라! (재개봉했데!) 그리고 나처럼! 응!? 응!?....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