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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09. 2017

서운함때문에 자꾸 싸우게 된다는 K양

서운한걸 화를 내지도 않고 진지하게 차분히 말한 건데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대체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지?"가 아니라 "혹시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이다. 모든 갈등의 원인은 양쪽에 있기 마련인데 둘 중 한쪽이라도 자신의 문제를 먼저 깨닫고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대부분의 갈등은 부드럽게 풀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K양은 이번에 매우 중요한 걸 깨달은 거다. 남자 친구와의 갈등에 대해 "왜 남자 친구는 날 이해해주지 못하지!?"가 아니라 "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상처만 받고 있을게 아니라 저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생각을 했다는 건 정말 큰 발전이다.


그냥 조금 서운해서 서운한 걸 말한 건데...

저희 커플은 많이 다투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다툴 때 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다투곤 해요. 제가 남자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일단은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요. 남자 친구가 진지하게 서운함을 토로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많은 경우 이 정도에서 끝나곤 해요. 

문제는 애교 섞인 투정으로도 제 서운함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거예요. 결국 제가 진지하게 제가 왜 서운했는지 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지는지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하면 남자 친구는 왜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러고... 제가 아냐 괜히 얘기했다 미안해 이러면 "그래 또 내가 나쁜 놈이지..."이러네요... 

처음엔 남자 친구의 태도에 또 서운했지만 생각해보니 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상처만 받고 있을게 아니라 저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단순히 "아니! 서운한걸 화를 내지도 않고 진지하게 차분히 말한 건데! 왜 저래!?"라고만 생각하며 남자 친구를 비난하지 않고 "혹시 내 잘못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된 K양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혹시 내 잘못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야 말로 트러블을 해결하는 첫걸음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K양이 잘못한 게 있을까? 정확히는 K양도 남자 친구도 잘못을 한 사람은 없다. 다만 서로의 의사소통 방식이 조금 틀어져 있다 보니 작은 답답함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서로가 예민하고 지쳐버린 것이다. 


문제의 포인트는 바로 '사소한 서운함'이다. K양은 "아... 이게 서운하네... 남자 친구에게 말을 해서 풀어야지"라고 생각을 한다면, 남자 친구는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는 거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왕이면 더 커지기 전에 이야기를 해서 풀 수도 있는 거고, 사소한 일이니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서운함을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K양이 이야기를 하듯, 애교를 섞어가며 투정을 하면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진지하게 구구절절이 서운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K양은 "그냥 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것뿐인데... 다툴생각은 없었는데..."라고 말을 하지만 반대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어떠한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식으로 진지한 장문의 카톡을 받게 되면 상대는 K양의 서운함에 공감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그게 이렇게 서운할 정도로 큰일이야...?"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K양이 친구에게 5천 원 정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K양은 어쩌다 깜빡하고 돈을 빌린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서 친구가 K양에게 장문의 카톡으로 5천 원을 갚지 않은 사실과 그리고 그동안 말하기가 곤란했던 상황에 대해 구구절절이 이야기를 한다면 K양은 돈을 늦게 갚은 것이 미안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까? 아니면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까? 


큰일이 아니라 사소한 일이라서 더 그런 거다. 큰일이라면 K양이 진지하고 차분하게 서운함을 이야기했을 때 남자 친구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그런 큰일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를 해주는 K양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거다. 사소한 일이다 보니 K양도 뭐라 말하기 애매하다 보니 괜히 부연설명이 길어지고 그걸 듣는 남자 친구는 사소한 일에 부연설명이 길어지니 "이 사소한 문제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다. 


이럴 땐 차라리 애교스러운 명령을 해라. 남자 친구가 하루 종일 연락이 없어 서운했다면 한껏 과장된 목소리로 "네 이 오빠야!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심심하게 하다니! 벌이다! 나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바쳐라!"라고 이야길 하자. 남자 친구는 "왕비마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여기 별다방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바치오니 화를 푸시옵소서~"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으로 모든 서운함이 가시지는 않을 거다. 일단은 이렇게 서로 기분 좋은 상태로 시작을 해서 문자보다는 통화로 "힝~ 오늘 너무 외로웠다고~~"라며 애교를 실어서 서운함을 토로한다면 이것에 짜증을 낼 남자 친구는 없지 않을까?  


남자 친구는 서운한 게 있으면서도 말을 안 해요...

남자 친구는 서운할 때 주로 말을 안 해요. 뭔가 기분 안 좋은 게 다 티가 나는데 왜 그러는지, 무슨 일인지를 말을 하지 않으니 너무 답답해요. 처음엔 물어보다가 말을 안 해줘서 그냥 두면 스스로 혼자 기분을 풀고 정리를 하긴 하는데... 만나서 애교를 부리며 화를 풀어보려고 하는데 안되니까 오히려 제가 서운해지고 화가 나기도 해요. 


이 부분은 참... 남자와 여자가 다른데 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남자는 자기의 마음을 들키는 것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큰일도 아닌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사회로부터 남자는 감정을 많이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다 보니 감정적인 모습을 여자 친구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되는 거다. 


이럴 땐 괜히 애교를 부리면서 노력을 하기보다 차라리 아무렇지 않게 적당히 밝은 태도를 유지하며 남자 친구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도록 하자. 또한 이때는 "옵뽜! 나땜에 화나쪄용!?"하며 애교보다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주물러 준다던가, 손등에 하트를 그린다던가 하면서 가벼운 스킨십으로 긴장을 풀어주도록 하자. 


상대가 내 맘을 몰라주고, 나를 이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대가 잘못이라고 몰아세우기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 그래야 트러블이 해결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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