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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08. 2017

식어가는 남자 친구를 되돌리고 싶어요

아니! 왜!? 요것만 살짝! 이렇게 해주면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싸움은 "요것만 살짝!"하는 마음에서 시작을 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내 예상에서 아주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화가 나기보다 오히려 기가 막히고 "음... 저 사람은 더 이상 안 되겠군!"하는 생각과 함께 미련 없이 관계를 끝내버린다. 하지만 상대가 내가 생각한 것에서 살짝 벗어나면 "아니! 왜!? 요것만 살짝! 이렇게 해주면!"하는 생각에 상대에게 어떤 요구를 하게 되고 많은 경우 이 요구는 다툼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을 고치기 위해 생각지 못한 큰 희생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노력해서 남자 친구에게 더 사랑받고 싶어요.


어느 날 문득 남자 친구는 저에게 잘해주는데 저는 잘 못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혹시 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남자 친구는 괜찮다고 자기는 불만이 없다고 그러는 거예요. 저는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난 오빠에게 더 이쁨 받고 사랑받고 싶고 더 노력하고 싶으니까 빨리 문제점을 말해달라고 요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남자 친구는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러냐고 그러고 이런 실랑이가 며칠 지속되다 제가 일방적으로 시간을 갖기로 했고 그 이후 남자 친구의 태도가 많이 변했어요.  


일단 L양의 의도는 좋다. "남자 친구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그런데 어째서 남자 친구는 그런 L양의 마음도 몰라주고! 심드렁하게 "응? 괜찮아~ 난 불만 없어!"라고 말을 하다니! L양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 안다. L양은 어느 날 문득 "그동안 내가 너무 받기만 했어! 나도 노력할 거야!"라고 생각한 스스로가 대견스러웠고 그동안 별다른 불만도 말하지 않는 남자 친구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남자 친구는 괜찮다고만 하니 호의를 거절당한 마음에 서운했을 거다. 


근데 문제는 남자 친구는 어쩌면 정말 L양에게 불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지인들과 모여 연애 얘기를 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여자 친구의 짜증이다. (물론 남자의 무신경과 노센스도 분명 한몫을 했을 거다.) 많은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무엇을 해주지 않아서 서운하거나 힘이 들기보다 여자 친구의 짜증에 지쳐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 그냥 여자 친구가 짜증만 안 내줬으면 좋겠다..." 


노력을 하고 싶다는 L양의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괜찮다고 했다면 뭔가 호의를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어도 남자 친구를 닦달하기보다. "그러면~ 나중에 생기면 꼭 말해줘~ 알았지!?"하고 예쁘게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남자 친구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서운한 게 있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일단은 남자 친구의 말을 존중하며 차분히 살펴봤다면 좋았을 텐데... 



남자 친구가 갑자기 마음이 식은 것 같아요.


잠시 시간을 갖고 나서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긴 했는데... 남자 친구의 태도가 많이 식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한다는 말도 줄어들고, 애정표현도 많이 줄어들고, 먼저 만나자는 말도 잘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저에 대한 마음이 다 사라졌나 싶어서 울고불고 화를 내며 솔직히 말을 하라고 이제 싫어진 거냐고 남자 친구에게 따졌지만 남자 친구는 헤어지자는 말 없이 묵묵히 제말을 다 들어줬어요. 


연애를 막 시작한 남자는 마치 꿈을 꾸는듯한 기분에 빠진다. (물론 여자도 그렇겠지만)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고 좋은 것이 보이면 그다음은 항상 여자 친구가 떠오르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둥둥 떠있던 발이 차츰 땅에 닿기 시작하는데 그 기간을 급속도로 단축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트러블'이다. 


여자 친구와의 트러블을 겪고 나면 남자는 이전과 달리 이성적인 머요 다소 사랑이 식은 모습을 보인다. 다만 이러한 모습은 L양이 싫어서가 아니라 L양과 트러블을 통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남자 친구의 태도가 달라진 것에 L양이 당황했을 거라는 건 공감하지만... 대처는 글쎄다... 서운하고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겠다만..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낼 필요까지 있었을까...?  



식어버린 남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어요.


제풀에 지쳐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빠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지금까지 평온하게 잘 만나고 있어요. 문제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것 같지는 않은데 예전처럼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남자 친구와 연애하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외로운데 마지막 모험으로 헤어지자고 해볼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L양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겠다만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자. "어쩌다 남자 친구가 갑자기 차가워졌지?"라고 말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지 않은가? 어디 보자... 언제부터더라...? 그래... L양이 "노력해서 남자 친구에게 더 사랑받겠어!"라고 마음을 먹었던 그때부터다. 


사실 이미 L양은 두 번의 이별의 위기를 넘겼다. 남자 친구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데 다짜고짜 불만을 말하라며 닦달을 하고, 남자 친구가 이전보다 다소 애정이 식은 것에 불안한 L양이 울며불며 화를 내지 않았는가...? 세계대전도 아직 2차 대전까지 밖에 안 일어났는데 L양은 꼭 남자 친구와 연애 3차 대전을 일으켜야 할까...?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면 종말이 온다는 말이 있다.) 


처음 L양의 "더 노력해서 남자 친구에게 사랑받아야지!"라는 의도가 좋았던 것처럼 "식어버린 남자 친구의 마음을 되돌려야지!"라는 의도 또한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비슷할 확률이 높다는 거다. 


다시 뜨거웠던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L양의 마음은 알겠다만 당분간은 좀 느긋하게 평온한 연애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연애도 가만 보면 바이로 리듬처럼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올 때도 있다. 지금은 남자 친구가 L양과 이런저런 일들로 다투며 받았던 스트레스와 상처들을 좀 치유하는 시기라 생각해주며 따뜻한 미소로 남자 친구를 조금만 더 배려해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만큼 아닐지라도 따뜻한 눈빛과 애정표현은 분명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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