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문제는 아주 예민하게 다루도록 하자.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때로는 타이밍을 놓친 노력은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권태기이다. 사실 권태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권태기가 오기 전에 준비를 잘 해두었다가 권태기가 있었나? 생각이 들게끔 지나가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권태기를 맞았다면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하기보다는 조금은 무관심이 차라리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때로는 순리에 맞기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거다.
연애 초기에 제가 남자 친구에게 스킨십 관련해서 불편하니 자제해달라고 좀 직설적으로 말을 했는데 그 날 이후로 남자 친구는 스킨십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사랑하는 마음에 고친 거라 생각했는데 얼마 전 다투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정말 많이 자존심이 상했고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좀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비꼬는 말을 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 나쁜 습관이 있거든요...)
남자든 여자든 스킨십에 대해서는 양쪽 다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남자라면 여자 친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반영 야하고 여자 또한 남자 친구에게 스킨십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 더 배려를 할 필요가 있는 거다.
때론 J양처럼 "아... 진짜 싫다니까? 그런 것 좀 하지 마!"식으로 면박을 주거나 스킨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물론 목적 달성은 빠를지 모르겠으나 자칫 서운함을 넘어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J양이 좋았던 것인데 J양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스킨십을 자제해달라고 말을 해버린다면 남자의 자존심은 뭐가 되나...? 입맞춤을 하다가 다짜고짜 인상을 쓰면서 상대가 "야 너 양치는 했어?"라고 묻는다고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가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다. J양에게도 남자 친구에게도 스킨십은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이니 평소에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조율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한바탕 남자 친구가 속마음을 얘기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더라고요. 쟤가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괜히 자꾸 무시하는 표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면서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가자고 하기도 하고 외모를 변화시키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더라고요...
여행을 가고, 외모를 달리하는 건 사실 남자 친구 입에서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했어야 했다. 지금은 타이밍이 지나버렸고 이제 와서 갑자기 노력을 하려고 하는 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남자에게 자꾸 뭘 같이 하자고 한다고 긍정적이 피드백이 나오겠는가. 오히려 본인의 마음은 식었는데 상대방이 자꾸 노력하려는 모습에 부담스럽기만 할 수도 있다. 이럴 땐 차라리 "뭐 우리가 만난 세월이 있는데 그럴 수도 있지~"라며 심드렁하게 대응하는 게 차라리 낫다.
노력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예쁜 옷을 입고, 머리도 새로 하고 변화는 좋으나 상대에게 너무 대놓고 "나 지금 네가 권태기를 이겨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라고 어필을 하지는 말라는 거다. 당신이 이끌어내 야한 건 매력이지 동정심이 아니니 말이다.
남자 친구가 처음에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고요. 며칠 후 제가 너무 힘들어서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남자 친구는 다음 주쯤 보자고 하더니 그날 저녁 술 한잔 한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다 그냥 오늘 보자고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또 나쁜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남자 친구의 행동은 좋은 행동일까? 물론 아니다. 어쩌다 자신에게 권태기가 오면서 주도권이 본인에게 쏠리니 아주 이렇게 저렇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있다. J양의 말대로 예의가 없는 것이고 뜬금없이 한밤중에 부르다니! 의도도 불순하다!
문제는... 어쨌거나 주도권은 남자 친구에게 있는 것이 맞다는 거다. J양이 남자 친구와 갈등을 봉합하고 잘해볼 생각이 있다면 일단은 남자 친구의 말에 따르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남자 친구가 불순한 의도를 보이면 그때에는 웃으면서 집에 돌아와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은 분명 J양의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우리가 항상 명심해야 하는 건 감정보다 내가 원하는 목적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거다.
아마도 조만간 또 비슷한 방식으로 연락이 올 텐데 그때엔 너무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일단은 나가보자. 그리고 무슨 말 하는지 잘 들어보고 적당히 장단은 맞춰주도록 하자. 트러블이라는 게 만남이 지속되면 정말 어이없는 포인트에서 한 번에 풀릴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