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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09. 2017

사랑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신뢰는 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당신은 혹시 신뢰와 신용의 차이는 알고 있는지. 나의 경우에는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그거 아냐?" 정도의 생각이었지만 막상 찾아보니 미묘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뢰란 굳게 믿고 의지함이며 신용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이라고 나와 있다. 


이렇게 말하니 더 비슷해 보이는데 주로 신뢰는 어떤 대상을 감정적으로 믿는 것이라면 신용은 어떤 대상에 대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믿는 것이라고 보면 조금 더 쉽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감독 시절 "나는 선수를 신뢰합니다만, 신용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인터뷰했다. 그때는 '또 의미 없는 말장난이라니'싶었지만, 시간이 지나 내가 그 나름의 입장이 돼보니 그 뉘앙스가 마음 깊이 이해됐다. 주위 사람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신용하여 서로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정말 그랬다.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명언이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中 이른바 미트 굿바이, 무라카미 하루키  


이 야구감독의 명언을 풀어보자면 이런 거다. "나는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신뢰하지만 선수들이 내가 원하는 만큼 성적을 내줄 거라고 신용하지는 않습니다." 정도랄까?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감독은 불필요하게 선수들을 압박하고 괴롭히게 되고 선수와 감독 사이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질 것이다. 


또한 무턱대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성적을 내줄 것이라고만 믿는다면 (어떻게 선수들이 매번 한결같이 좋은 컨디션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 감독이 짜는 작전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버릴 것이다. 


그동안 연애상담을 하며 느꼈던 것을 돌이켜보면 하루키 말처럼 "신뢰는 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는 정말 명언이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자꾸만 상대를 구속하려고 하고 의심하고 집착을 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게 된다. 


또한 상대를 무턱대고 신용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턱대고 믿고 있다가 상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식으면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이거나 상처를 받아 버린다. 


혹시 당신이 이전의 상처 때문에 사람을 못 믿겠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 감독이었던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명언을 머릿속 한편에 세겨두자. "신뢰는 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상담을 하며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일부러 연인에게 상처를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어 했다. 다만 문제는 우리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언제나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언제나 우리에게 최선의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거다. 


하루키가 지적했듯 기본적으로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될 수가 있다. 당신이 연애를 이미 시작했다면 적어도 상대를 신뢰하자. 상대가 의도적으로 당신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당신이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면 상대와 당신은 절대로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신용은 좀 다른 문제다. 상대가 일부러는 아니겠지만 인간이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자연히 변할 수 도 있고, 어쩌다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 이건 상대방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상대를 미워하거나 상대의 행동에 분노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일단 상대를 신뢰하되 상대의 행동에 따라서 당신은 선택하면 된다. 만남을 이어갈지 아니면 그만 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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