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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23. 2018

이랬다 저랬다 하는 헤어진 남자 친구의 심리

일희일비하지 말라

재회에 관한 상담을 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게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거다. 연락 왔다고 후회를 하고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며 만날 수 없다는 말을 한다고 죽을 때까지 보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감정은 휘발성이 강하다! 오늘 기분 좋다가도 내일 나쁘고 오늘 나쁘다가도 내일 좋은 게 감정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별을 말한 쪽이 남자라면 주도권을 가진 자의 변덕이란 예측할 수가 없는 거다. 



한번 보자더니 갑자기 만나는 건 좀 아닌 것 같데요...  

바로님이 연락하라는 대로 했더니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님이 하라는 대로...(중략)... 그래서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에 나와서 한잔하면서 얘기하자고 톡이 와있었네요... 그런데 제가 그냥 자버리는 바람에 대답을 못했어요.... (중략)... 그렇게 했는데 남자 친구가 "이제 와서 만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라고 하네요... 이제 끝난 건가요...?
- 20대 후반 직장인 L양


남자 친구에게 헤어지자는 소리 좀 들었다고 남자 친구에게 주눅 들지 마라. 항상 말하지만 L양이 무슨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이별하고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계급장 떼고 나면 똑같은 건실한 청년 1,2인데 무슨 채권자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채무자처럼 대하는가?


그렇게...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건만... 꼴랑 카톡 좀 오고 갔다고 그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서야 어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 물론 재회를 간절히 바라는 L양의 입장에서야 남자 친구의 사소한 카톡에도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십수백 번 말했지만 일의 일비를 하면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고 결국 질척이는 가치 낮은 여자가 될 뿐이라는 걸 명심 또 명심하자. 자! 그럼 L양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첫 번째, 연애는 패턴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거의 대부분 신중하게 결정하기보다 즉흥적으로 원래 하던 대로 하기 마련이다. L양의 패턴이 어땠는가? 사귀다가 L양의 감정을 남자 친구에게 강요하고 남자 친구가 꾸짖?으며 헤어지면 울며 매달리고, 그러다 자기가 궁하면 연락하고... L양은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 통했다고 믿으며 저자세로 연애하다 쌓이면 또 징징거리고... 그리고 또 차이고... 지금 L양은 악순환의 패턴 중 남자 친구 녀석이 궁하고 심심한 단계에 와있는 거다. 


두 번째, 한 사건에 집중하지 말고 전후 맥락을 따지며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자. 지난 주말만 해도 그렇다. 내가 그냥 연락해보라고 했을 때 "저... 차단당하면 어쩌죠?", "저를 더 질려하면요?", "지금은 너무 늦지 않나요?"라며 한껏 우울해하다가 카톡을 하고 10여분 연락이 오질 않자 "너 때문에 다 망쳤어 이 XX야!"라는 눈으로 노려보더니 두어 시간 있다가 연락이 오니 또 "바로니임~ 이잖아요~"하며 바로 재회가 코앞에 온 것처럼 신나 하고 그러다 만나자는 말을 놓치고 나서는 다 말아먹은 것처럼 우울해하고...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파도라고 공감은 해주고 싶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쯤이면 "아... 내가 지금 또 혼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구나..."라며 인지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상대의 반응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면 L양은 낄낄대다가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하는 만취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연락을 해줬다. 답이 늦는다. 만나자고 했다. 만나기 싫다고 했다. 를 따로따로 끊어서 의미를 둘게 아니라 통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보자. 


"이 자식! 아주 주도권 잡았다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구나~"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의미를 두니 "왜 연락을 받아줬지?", "왜 답이 늦지?", "무슨 생각으로 만나자 했을까?", "왜 만나자 했다가 안된다고 하지!?"라며 덧셈 뺄셈급의 문제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급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니 답이 나오겠나?


세 번째, 연락한다고 차단 안 당한다. L양은 남자 친구에게 어떤 연락을 하기 전에 혹시 차단을 당하면 어떡하나... 질려하면 어쩌나 걱정하지만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질척이지 않으면 부담스럽지 않으면 차단당하거나 질려할 이 휴가 없다. 


이제 재회로 향한 7부 능선을 막 넘었다. 그러니 제발... 앞으로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히! 때론 무심하게 잘해보자. 여기서 "어맛!? 이제 다된 거 아냐!?"라며 또 일희일비를 시작하다 망치지 말고... 제발... 정말 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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