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간섭이나 비난을 한다면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타인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상대가 잘못을 했으면 지적하고 화를 내도 된다는 상각을 깨야한다. 잘잘못의 기준이 각자 다를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상대가 잘못했다는 건 상대의 과제이지 나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나의 행동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나 비난을 한다면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바로님의 글에 많이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난번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정말 큰 도움되었었고요... 지금은 다시 연락해서 사귄 지 1년 반이 넘어가는데 저희 커플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또 위기네요...
남자 친구 눈에는 제가 모든 게 부족하고 멍청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덜렁대고 대충하고 성격이 급한데 남자 친구는 꼼꼼하고 미리 걱정하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의 운전습관 밥 먹는 것 사진 못 찍는 것 자주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 말실수를 하는 것 때문에 남자 친구에게 너무 자주 혼납니다.
제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혼나는 건 상관없는데 남자 친구는 화가 나면 말이나 눈빛이 너무 무섭게 변합니다. (다행히 때리지는 않습니다.) 한 번은 남자 친구에게 화내는 건 상관없는데 화낼 때 말을 조금만 따뜻하게 해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혼내야 앞으로 안 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네요...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소유욕일 뿐이다.
물론 자신과 달리 덤벙거리는 S양의 행동들이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겠지만 그것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결코 S양의 습관을 고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 아니다. 남자 친구가 화를 내는 건 S양의 행동에 대해 불편한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는 것일 뿐이다.
S양은 '다행히 때리지는 않습니다'라며 남자 친구가 선은 지킨다는 식의 뉘앙스를 이야기 하지만 때리지 않는 건 다행히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조차 말도 안 된다.) 또한 S양이 때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것은 남자 친구가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피드백은 남자 친구에게 "그래! 역시 잘못하면 혼내야지!"라고 생각하게 하며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이 상황에 대한 S양의 인식 먼저 다시 점검해보자. 잘못하면 혼나야 된다는 건 우리가 너무 어릴 때부터 당연시 해왔던 생각이지만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혼나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S양이 그릇을 깼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S양은 식당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그릇 값을 물어내야 할까? 아니면 식당 주인에게 혼나야 할까?
이해가 어렵다면 아들러 심리학의 '과제의 분리'라는 개념을 떠올려보자. 과제의 분리는 상대방과 나의 과제를 분리하고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행동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을 따져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S양의 상황에 대입해보자면 S양의 덤벙거리는 성격은 결국 S양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S양의 과제다. 남자 친구는 그것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S양이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그것을 빌미로 S양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뭔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네가 아빠처럼 나 평생 책임질 거야?"
어떻게 무 자르듯 딱딱 과제를 나눈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어떤 경우에서도 타인이 S양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자 친구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남자 친구에게 존중받는 것이다. 남자 친구가 또 S양에게 화를 낸다면 그땐 가만히 남자 친구의 두 손을 잡고 남자 친구의 눈을 보며 나지막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S양의 입장을 말해라. "내가 덤벙대서 오빠가 답답하겠지만 오빠가 화내는 건 날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어떤 말을 해도 좋으니 날 존중해줘"
이때 남자 친구가 "넌 혼나야 말을 듣잖아!", "네가 잘했으면 안 그래!", "나보고 다 참고 살라는 거야!?" 라며 말을 돌리거나 강경하게 나오며 S양의 기를 죽이려고 들겠지만 그래도 굴하지 말고 나지막하고 당당하게 말해라. "대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오빠가 날 존중해준다면. 내가 바라는 건 존중 하나뿐이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