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통보를 받은 이유도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멘붕 온 여자들의 패턴은 대충 비슷하다. 별 탈없이 남자 친구와 사귈 때에는 기분이 상하거나 조금만 불만스러워도 남자 친구의 잘못이고 탓하고 짜증내고 화를 낸다. 그러다 남자 친구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면 갑자기 득도라도 한 듯이 "아! 내가 잘못했었구나! 내가 그때 이해했어야 했는데!"라며 후회와 반성을 한다. 과연 이 과정이 자연스러운 걸까? 아니면 자신이 미쳐 느끼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남자 친구의 연락이 줄어들면서 화가 났어요.
아는 지인의 소개로 같은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남자 친구는 만날 때마다 정말 사랑한다 빨리 결혼하자면서 제게 사랑을 표현해줬어요. 문제는 저희 업종이 워낙 바쁘고 야근과 회식이 많은 업종이라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이해했지만 갈수록 연락이 줄어들기 시작하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또 저에 대한 마음이 변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했어요.
C양처럼 연락 문제로 남자 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왜 대화를 하지 않고 화를 내요?"라고 물어보면 모두 한 목소리로 "아니 하루에 두세 번 연락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연락도 없이 늦게까지 술 마시는 게 잘못된 거잖아요!", "처음엔 안 그러다 이러니까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줄어들면 모든 여자들이 C양처럼 화를 낼까? 절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뭐,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나?" 하기도 하고 남자보다 더 바빠서 훨씬 더 연락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줄어들었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왜 C양은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냈을까? 미움받을 용기에서 철학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저항하지도 않는 상대를 더 값싼 수단으로 굴복시키려고 한 것일세. 그 도구로 분노라는 감정을 동원한 것이고"
C양의 사례에 적용해보자면 C양은 남자 친구가 연락이 줄어들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남자 친구에게서 보다 많은 애정을 느끼고 싶었고 그 수단으로 분노를 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화를 내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처음에는 잘하다가 나중에 이러는 건 잘못 아냐?", "아무리 바빠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하면 되잖아!", "언제는 결혼하자더니! 이제 내가 별것 아니다 뭐 이런 거야!?" 등의 생각을 하며 분노를 끄집어낸 것이다.
C양은 공감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남자 친구가 연락을 잘 안 했으니까 화를 낸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C양이 이별 후 깨달았다는 것에 대해서 들어보자.
생각해보니 제 잘못인 것 같아요.
남자 친구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저는 그럴수록 더 화를 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과 분노를 쏟아 냈었어요... 그러다 결국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그러더라고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업종의 특성상 제가 원하는 만큼 신경을 써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이죠...
저는 깜짝 놀라 울며 매달렸어요. 이게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후회인지 사랑이 맞는지 수십 번 고민해봤어요... 하지만 사랑이 맞는 것 같아요.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동안 누굴 만났을 때보다 가장 행복했었고 정말 결혼까지 진지하게 고민했었어요... 그 친구는 가족들이랑 회사에도 제 자랑을 하고 다녔었고요... 제가 조금만 더 이해했으면 될 일을... 제가 다 망쳐버린 것 같아요...
이제 헤어진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차분히 생각해봤는데 제 잘못이 무엇인지 알겠고 앞으로는 다 고치고 잘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니 이럴 수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이 한가득이었고 걸핏하면 헤어지자고 했던 C양에게 이게 무슨 변화란 말이냐!? 정말 C양은 이별을 통해 C양의 모든 잘못을 깨닫고 생각을 바꾼 걸까?
물론 C양도 이별을 통해 느낀 바가 있겠지만 사실 지금 C양이 느끼고 있는 반성과 후회는 진심 어린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이별통보를 한 남자 친구를 붙잡기 위한 수단에 더 가깝다.
앞서 연락이 줄어든 남자 친구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분노를 선택했던 것처럼 이별통보를 한 남자 친구를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반성과 후회라는 감정을 꺼내 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C양이 하는 말을 거의 그대로 Ctrl+C, Ctrl+V처럼 하는 이별녀들이 막상 재회를 하고 얼마 지나고 나면 처음과 똑같이 "남자 친구가 저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요" 라던가 "왜 저만 노력하죠!?"와 같은 말을 하다 똑같은 패턴으로 차이거나 스스로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다.
C양의 문제는 남자 친구를 이해하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어떠한 문제든 이성적인 고찰을 거치지 않고 감정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연락이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느꼈다면 그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그래도 문제라면 상대와 대화를 하고,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C양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따져보고 결정을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또 이별통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내 잘못이라 항복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매달리기보다 남자 친구와의 트러블을 돌이켜 보고 이성적으로 그것을 어느 정도 C양이 수용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그에 따라 이성적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C양아,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별통보를 받은 이유도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감정을 잘 다스리고 차분히 이성적으로 대처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