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있어서 가장 타협하기 어려운 요소
연애에 있어서 가장 타협하기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요소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종교, 혼전순결, 가족 일 것이다. 특히나 혼전순결의 경우 많은 경우 종교의 문제와 함께 엮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적으로는 처음부터 맞는 사람과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끝까지 버텨보는 수밖에...
종교의 이유로 저는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 살 더 많은 선배와 이제 막 100일을 넘긴 공순이입니다. 제 남자 친구는 저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만 스킨십 문제로 몇 번이나 헤어져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종교적인 이유로 혼전순결을 꼭 지키려는 사람이고, 그게 단순히 관계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스킨십을 전혀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첫 키스를 조심스럽게 하고 나서 스킨십은 여기서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길 했어요.
혼전순결의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난 제일 먼저 이렇게 묻는다. "왜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으세요?" 그러면 대략 90% 정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다고 대답을 하는데 그러면 난 다시 묻는다. "종교적인 이유 말고 본인 스스로 성적 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본 적 있어요?"
혼전순결이 옳지 못하다는 얘긴 당연히 아니다. 또한 연애를 하면 성적 관계를 반드시 맺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혼전순결이란 가치관을 선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스스로 치열한 고찰의 과정을 거쳤는지 아니면 종교적 가르침 혹은 "그러다 성병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도 있어!"라는 어른들의 반협박에 겁에 질린 것은 아닌지를 묻는 것이다.
혼전순결이라는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혼전순결이라는 가치관을 선택하는 과정이 능동적이었는지 혹은 수동적이었는지는 큰 문제가 될 수 도있다.
수동적으로 혼전순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경우 유연한 사고보다는 경직된 사고를 하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또 그런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다소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절대로 혼전순결 혹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등 하다는 뜻이 아니다.)
혼전순결을 지키는 게 옳은지를 고민하라는 게 아니다. 2017년 현재의 혼전순결에 대한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다. 조선시대에는 여자의 정절을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으로 보았지만 현재는 정절을 남성우월주의에 의해 강요된 덕목이라고 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는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J양의 자유지만 똑같은 혼전순결이란 선택도 수동적 선택인 "내가 믿는 종교에서 혼전순결 지키랬어"와 "많이 생각해 봤는데 나는 성적인 즐거움보다는 종교적인 규범을 지키는 쪽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것 같아."라는 능동적인 선택은 전혀 다른 것이다.
어떡해야 스킨십을 줄이고 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스킨십을 자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헤어져야겠지만, 제 잘못인걸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저도 실연의 아픔을 겪어 봤으니까요... 남자 친구에게 헤어질 각오를 하고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을 하고 오빠 때문에 나쁜 길로만 빠지는 것 같다고 하니까 남자 친구는 혼자 무서워하고 아파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이별을 언급하는 걸 자제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스킨십을 줄이고 이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요...?
J양아, J양이 혼전순결이라는 가치관을 선택한 것은 잘못이 될 수 없다. 물론 J양의 혼전순결이란 가치관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 친구를 보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자 친구의 선택이지 J양이 잘못이 아니다.
지금 J양이 생각해야 하는 건 "남자 친구가 내가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구나... 너무 미안해..."가 아니라 혼전순결이라는 가치관에 대한 J양 나름의 고찰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 고찰을 해봤음에도 가치관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J양이 미안해할 문제가 아니라 남자 친구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혼전순결을 지키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자 친구가 힘들어한다고 나의 가치관을 잘못으로 생각하거나 남자 친구가 불쌍? 해서 혼전순결을 깨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지금 J양과 남자 친구는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트러블을 겪고 있을 뿐이다. "스킨십을 자제하는 건 불가능일 거야... 더 힘들어하지 않게 헤어져야 해..."라던가 "언제는 지켜준다더니! 왜 자꾸 강요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가치관을 지켜는 주고 싶지만 본능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남자 친구를 응원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수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