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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04. 2018

재회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영화 '더킹'에 보면 대선을 앞두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무속인을 찾아가 묻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상위 1%가 무속인이 정말 차기 대통령이 누구인지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아닐 거다. 다만 상황이 너무 답답하니 무속인에게라도 내가 원하는 답을 듣고 싶었을 거다. 재회에 대한 가능성을 묻는 것도 이와 똑같다. 당신은 재회의 가능성이 궁금한 게 아니라 쉽게 재회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저는 32살 교사고 남자 친구는 31살 외국계 은행에 근무 중이에요. 어른들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첫 만남부터 남자 친구가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었고... (중략)... 문제는 남자 친구가 바빠지며 연락에 소홀하게 되면서 다툼이 부쩍 늘었어요. 그러다 남자 친구가 시간을 좀 달라고 했고 일주일쯤 후 아무래도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서로 줄 것도 있어서 다음 주 주말에 보기로 했는데... 조건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제가 남자 친구를 이해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정말 잘할 자신이 있는데... 남자 친구가 워낙 차갑고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라 걱정이 되네요... 바로님이 보시기에 재회의 가능성이 있는 편인가요?
- 30대 교사 L양


L양 입장에서 재회의 가능성이 궁금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L양 스스로가 재회의 가능성을 궁금해하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한번쯤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까놓고 말을 하자면... 무속인에게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묻는 것과 뭐가 다를까?


물론 지난 7년여간의 재회상담 사례를 토대로 확률을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사실 이것도 말아 안 되겠지만...) 이게 도움이 될까? 내가 L양에게 "본인의 케이스라면... 재회 가능성은 대략... 40% 정도입니다!"라고 말을 하면 L양이 "아... 가능성이 절반도 안되는구나... 그러면 쿨하게 잊고 다른 연애를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할까?


가만히 생각해봐라. L양은 분명 내게 "재회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묻기 전에 다른 지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봐야 똑같이 헤어질 거야!" 류의 이야기를 들었을 거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서 내게 또 가능성을 묻는 이유가 뭘까? L양은 절대! 재회의 가능성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L양은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에~ 그 정도면 충분히 재회할 수 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은 거다. 


재회를 바라는 L양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재회 가능성을 물어보며 막연한 희망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이 막연한 불안함에 패닉에 빠졌음을 자각하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불안감과 패닉에 빠진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만족하고 안심이 될만한 대답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할 뿐 재회에 대한 고민은 단 한순간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정말 재회를 원한다면 막연한 불안감에 재회의 가능성 따위의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닉에 빠진 자신의 감정을 먼저 추스르자. 감정을 추스리기 전에는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를 하며 점점 더 불안의 늪에 빠지겠지만 L양이 감정을 추스른다면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또한 함께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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