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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Oct 24. 2018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없어서 서운한 여자들에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연애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며 처음과는 조금 달라진 남자 친구를 느끼게 된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연락이 줄어든 남자 친구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오늘은 방법보다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와 만난 지 7개월쯤 지났어요. 원래 남자 친구는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좀 서운한 일이 있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꾹 참았다가 말을 하는 스타일이고요... 
최근 들어서 남자 친구에게 한창 좋을 때인데도 뭔가 사랑받는 느낌이 안 들고 그래서 표현을 좀 잘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남자 친구는 알겠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저도 너무하다 생각이 들어서 톡 할 때도 기분 나쁜 거 티 다 내고 그랬고요... 그때마다 남자 친구는 미안하다고 노력해보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고요...
그러다 최근 밤에 연락이 없어서 서운한 마음에 "진짜 너무한다..."라고 톡을 보냈는데 읽고 답이 없다가 한참 지나서 답을 하더라고요. "투정이랑 불만 듣는 게 이제 너무 힘들고 지친다...  너무 힘들어..."라고요. 저는 왜 제가 그런 톡을 했는지 이야길 했는데 남자 친구는 힘들다고만 하더라고요... 뭔가 헤어지자는 쪽으로 이야길 하길래 제가 "우리 앞으로 서로 노력해보자"라고 이야길 했는데 남자 친구도 시간을 좀 갖자고 하더니 이날 이후 급속도로 연락이 줄어들었어요... 
저는 헤어지기 싫은데... 어쩌죠? 제 생각에는 우리가 서로 합의점을 찾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다 보면 충분히 이런 갈등은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의 관계를 다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제 생각이 틀린 걸까요?
- B양


만약 연애가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의 관계라면 법원은 B양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처음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의 AS요청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은 남자 친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B양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판결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애의 관계는 법적 효력이 없는 관계라는 거다. 지금부터 내가 B양에게 할 얘기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고, 욱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꺼내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하다. 


연락이 없는 남자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는 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처음엔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굴더니 이제는 뭔가 친구 만도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나에 대해 배려고 없는 것만 같다. 이런 기분이 들면 당연히 서운해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B양의 입장에서의 시각이다. 조금만 다른, 아니 다르다 못해 발칙한 생각을 해보자. "남자 친구가 고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남자 친구는 B양을 처음 만났을 때, 속으로 "처음엔 감언이설로 꼬셔놓고 조금 지루해지면 연락도 안 하고 서운하게 만들어야지!?"라고 빅 피쳐를 그려놓고 그것을 실행한 걸까?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B양의 직장 상사가 B양에게 "XX 씨 신입 때는 30분씩 일찍 오고 탕비실 정리도 도맡아 하고 퇴근도 제일 늦게 하더니 요즘은 좀 설렁설렁하는 것 같아?"라고 말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B양이 잘못했고 남자 친구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다. B양 입장에서는 서운해할 만한 일이고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거다. 


직장 상사가 B양의 신입 때를 들먹인다고 해서 B양이 "아이코! 내가 신입 때의 초심을 잃었구나!"라며 크게 깨닫고 신입 때처럼 일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남자 친구도 "아... 내가 요즘 좀 소홀했나...?"하는 생각을 하며 나름의 노력은 하겠지만 B양의 눈에는 모자라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B양이 서운함을 느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오로지 B양의 시각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B양이 보기엔 현재의 상황은 잘못된 상황이고,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원인은 남자 친구에게 있으니 B양은 관대한 시선으로 남자 친구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감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사랑받는 느낌이 들게 표현을'이라는 추상적인 부탁은 직장 상사의 '신입 때처럼 열심히'라는 말과 비슷하게 뭔가 미안하고 반성을 하게 되면서도 답답하고 불편한 말일수 있다. 


특히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이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다분히 B양의 시각에서의 이야기다. 남자 친구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B양이 말하는 함께 노력해서 이뤄야 할 것은 B양이 사랑받는 느낌을 받는 데에 있지 않는가?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직장 상사가 B양에게 "우리가 함께 노력해서 B양씨가 신입 때처럼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도록 만들어 보자고!"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뭔가 맞는 말이긴 한데 불편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러면 B양이 서운해도 무조건 참아야 할까? 항상 말하지만 나는 연애관계에서 억지로 무엇을 참고 이해해야 한다면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불만이 있으면 당연히 상대에게 이야길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불만은 상대의 잘못이 아닌 나의 느낌임을 확실히 하고 두 번째,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디테일하게 이야길 하며 마지막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때 상대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고 전제를 하고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려고 노력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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