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Oct 20. 2018

이 남자... 제 마음을 이용한 걸까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잘 몰랐구나...

간혹 J양과 비슷한 사연들을 접하면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J양의 편을 들기에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일이고... 남자의 편을 들자니... 어떤 식이든 확실히 의도가 있었던 건 맞으니 말이다... 그러면 뭔가 애매하고 나만 상처받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너무 순진해서 잘 몰랐구나..."라고 말이다. 


4달 전에 동네에 헬스를 등록했어요. 헬스를 등록하면 무료 PT를 3번 정도 해주는데 썸남은 실력이 있고 인기가 많아서 다른 사람 PT를 해주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풋내기라고 해야 하나...? 나이도 좀 어리고 실력도 좀 부족한 것 같았어요. 하여간 썸남은 바빠서 풋내기 트레이너가 OT를 해줬어요. 당시 저는 살이 좀 통통하게 쪄있었던 상태였고 살이 좀 찐 것 말고는 얼굴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인기도 많은 편이었고... 
하여간 풋내기 트레이너에게 PT를 받게 되었는데 터치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살짝 민망한 자세도 하고.. 그리고 OT가 끝나고 PT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저는 괜찮다고 했죠. 그날 이후 운동하러 가면 제 주변을 어색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걸더라고요. 저는 눈길도 안 줬죠. 
제 눈치로는 풋내기 트레이너가 제 얘길 썸남에게 해서 관심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썸남이 제게 어색하게 접촉을 시도하더라고요. 운동기구 다루는 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자기에게 OT를 받아보라고 말이죠. OT를 이미 한번 받았다고 말을 했는데도 썸남이 해준다니까 일단 알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터치도 심하고 제가 운동을 힘들어하니까 마시지를 해주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얼굴은 작은데 몸매가 많이 안타깝다며 PT를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정말 조금만 운동하면 정말 예뻐질 거라며 잘 가르쳐주겠다고 하길래 PT를 하기로 했어요.
처음엔 별로 터치가 없었지만 갈수록 터치가 늘어나더라고요. 그리고 항상 PT가 끝나면 저보고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괜찮다며 질문을 하게끔 유도를 하기도 하고 PT 중에 제가 물어보지 않아도 자기 얘기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얼마 전에는 연애 스타일을 묻기도 했는데 자기 같은 남자는 만나지 말라며 여자한테 잘해주지도 못하는 직업이라고 하기도 했어요. 주말에 뭐하냐고 묻기도 하길래 은근히 데이트 신청을 하나 싶어서 집에서 쉰다고 했어요.
쨌든... 이 썸남이 어떤 생각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서 먼저 톡으로 좋아한다고 나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역시나 자기는 지금 상황이 누굴 좋아하거나 사귈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거죠?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자기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 썸남의 마음은 대체 뭘까요? 저한테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라도 한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니면 절 그냥 가지고 논 건가요? 진심이 있었기라도 한건 가요? 그냥 절 이용해 먹으려고 한건 가요...? 솔직히 썸남이 마음에 들긴 하는데... 결혼상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고요...
- 30대 중반 J양

아... 음.... 사연을 요약한다고 요약한 건데도... 이렇다... J양의 사연에는 온통 썸남이 J양에게 얼마나 호감을 표시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있는데... 흠... J양에게 무슨 얘길 해줘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길 하자면 지금 J양은 혼자서만 썸을 타고 있는 거다. 다짜고짜 썸남이라고 지칭을 하고 다른 트레이너를 본인에게 흑심을 품은 남자로 묘사하고, 썸남이라고 지칭한 트레이너의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대시로 묘사하고 있는데... 사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건 썸이나 흑심이라기보다는 서비스?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풋내기 트레이너와 썸남 트레이너의 행동일 동일한 건 둘 다 J양에게 흑심을 품었다기보다 PT 등록을 위한 나름의 호객행위? 서비스?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또한 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주말에 뭘 하냐고 묻는 것도 그렇다... 만약 정말 호감이었다면... 주말에 집에서 쉰다는 얘길 들었을 때 운동을 핑계대면서라도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정말 호감이었다면 J양의 돌직구에 당황하며 뒷걸음을 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J양의 말처럼 썸남 트레이너가 J양을 가지고 놀고 J양의 마음을 이용한 걸까...? 뭐... J양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좀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헤어숍을 옮기지 않고 한 곳 그리고 한 디자이너에게만 맡기는 편이다. 까다롭다기보다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아서이기 때문인데 서초동에 있을 때 자주 가던 헤어숍의 디자이너는 상당히 친절하고 나와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니까 어떤 글이냐 묻고 굳이 내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 책을 사다 싸인을 요청하기도 하고 어떤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 등등 머리를 하러 갈 때마다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고 한 번은 동네에서 치맥을 하고 있었는데 퇴근을 하는 길에 나를 보고 자기도 껴도 되냐며 함께 치맥을 하기도 했다. 


J양의 식대로 이야길 하자면 그녀와 나는 곧 상견례를 할 사이였지만 우리는 그녀가 호주로 워킹을 떠나기 전까지 헤어디자이너와 단골고객의 사이로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우리 사이에 별 이벤트가 벌어지지 않은 건 그녀가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도 그녀도 각자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선을 잘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뭔가 말하다 보니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그녀는 헤어디자이너로써 친절한 서비스를 해주며 때론 이런저런 시술을 권했고 나는 내게 필요한 혹은 원하는 시술은 하기도 하고 원치 않는 시술은 정중히 거절했다는 거다. 그러면 그녀는 나를 이용한 걸까? 나를 어장에 두고 날 가지고 논 걸까?;;;; 


객관적으로 말을 하자면 J양의 썸남 트레이너는 인간적인 호감에 매출을 위한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이것을 나쁘다고 말을 하면... 뭐... 나쁜 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나와 헤어디자이너가 그랬듯 서로가 미소 지을만한 선에서 서로 선을 지키며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지 않을까? 


J양의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혼자서 상대방의 행동을 이성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 어디까지는 인간적인 호감이고 또 어디까지는 매출을 위한 호객인지를 구분했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J양이 썸남 트레이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트레이너와 회원의 관계에서 개인적인 관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쉽겠지만 앞서 말했듯 J양이 조금 순진해서 생긴 웃픈 해프닝 정도로 묻어두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는 남자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