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입장과 현실적인 방법
우리는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에 처했을 때 오로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면 오로지 내 입장만 생각할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과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전 남자 친구와 2년여간의 동거를 마치고 얼마 전에 이별을 했네요. 한 달 전쯤 남자 친구가 이직을 하면서 본가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제게 소홀해진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자주 보지도 못하고 카톡으로만 대화를 하다 보니 자꾸 트러블이 생기고 싸우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남자 친구가 이제 그만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직하면서 마음이 많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계속 사귀면 오히려 제게 상처를 줄 것 같다고 말이죠.
저는 처음에는 매달렸는데 남자 친구가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고 제안을 했어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고 다시 한번 시작해볼 순 없겠냐고 물었어요. 남자 친구는 한참 고민을 하더니 지금은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낼 수는 없겠냐고 하고요...
그렇게 다음날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아직도 누나 동생으로 지내고 싶은 생각이 있냐고... 남자 친구는 그러고 싶다네요. 그럼 그렇게 한번 지내보자 하고 좋게 끊었어요... 이제는 정말 친한 누나로 생각하는지 아무 일 없다는 듯 전화를 받아서 좀 찝찝했지만... 일단은 이렇게라도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은 게 제 마음이네요... 제 친구들은 다들 부정적으로 말을 해요... 잘될 리가 없다고요... 바로님이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 30대 중반 직장인 J양
먼저 J양의 남자 친구가 마음이 식었다는 걸 인정했다는 부분부터 이야길 해보자. J양이 남자 친구와 함께 생황을 할 때보다는 확실히 연락도 줄었을 것이고, 말투나 행동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다만 J양이 문제 제기를 하기 전에 남자 친구는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잦은 서운함과 짜증을 보며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닫는 거다. 그리고 분명 처음에는 자신도 나름의 노력을 했을 거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음이 올라오지 않고 또 그런 자신을 탓하고 비난하는 J양을 보며 회복이 불가능한 권태기라 결론을 짓고 이별을 통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J양은 남자 친구의 변한 모습에 서운해해서도 안되고 불만을 말해서도 안 되는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서운한 것이 있고, 불만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며 자신이 서운한 것에 대해 상대의 탓으로 돌리고 비난하는 것은 상황을 개선하긴 커녕 악화시키기만 한다는 걸 명심하자.
자! 이제는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재회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J양이 말한 것처럼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는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 줄 것이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분명 재회가 될 타이밍들도 생기게 될 거다.
다만 J양 남자 친구와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면 "그나마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좋은 누나가 되어 줘야 한다.
많은 경우 J양과 비슷한 상황에서 일단은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마음은 정리가 안된 채로 친한 누나 인척을 하려고 한다. 문제는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다 보면 일희일비로 하루하루를 감정의 롤러코스 터을 탈 수밖에 없다. 그리곤 대뜸 친한 동생으로 잘 지내는 남자 친구에게 "왜 자꾸 애매하게 굴어!?"라며 분노를 쏟아내거나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라며 울며 매달리곤 한다.
확실히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 것은 재회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흉내를 내는 것은 차라리 연락을 끊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만 못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J양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남자 친구에게 좋은 누나가 되어줄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