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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07. 2018

바람둥이 같은 여자친구, 어쩌죠?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적으로 바라본다

아들러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친구로 바라보는 시각과 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나누었다. 당신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타인을 바라보고 나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거나 줄 것 같으면 적으로 치부하고 비난한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결국 그 사람과 관계를 맺을지 끊을지를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설령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든 줄 것 같든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내게 좀 더 이로운 쪽으로 선택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이상형이던 여자와 썸을 타게 됐습니다. 그녀와 사귄 건 아니었지만,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어느 날 우연히, 그녀가 다른 남자와 손잡고 가는 걸 봐버렸습니다. 순간 엄청난 배신감과 함께, 내가 그동안 어장관리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주변 친구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평소 어장관리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말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녀에게 따졌습니다. 대체 나는 뭐냐고.. 그리고 그때 그 남자랑은 왜 손을 잡고 간 거냐고... 그러자 그녀는 저에게 그러더군요. "걘 아무 사이 아니야... 잠깐 만나긴 했는데 아무 감정이 안 생겨서 정리했어.. 미안해~ 화났어?" 그녀의 애교 섞인 변명에 전 무너졌고, 결국엔 그녀와 사귀게 됐는데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그녀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애정 표현도 잘 해줘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녀가 약속도 많아지고.. 뭔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어요.. 저는 그녀가 지금 저랑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끝이 안 좋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 처음엔 어장관리여도 만나주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귀고 나니까 더 큰 욕심이 생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냥 처음 바람처럼 그녀를 만나는 거에 만족해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빨리 현실을 파악하고 끝을 내는 게 나을 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R군


사실 저는 일단 어장관리라는 표현부터 좀 그래요. 그러니까 대충... 딱히 사귈 생각은 없지만 잘해주면서 희망고문?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뭐 그런... 매우 비도덕적이고 나쁜 무엇으로 몰고 가는데... 어장관리라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그 표현도 싫지만...) 


물론 상대의 호의를 이용해서 선물을 받아내거나 금전상의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그랬다면야... 이건 법원에서 따져볼 문제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저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장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인간관계를 감쪽같이 감추지 않아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죠. 


중요한 건 상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그런 상대와 내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고 생각해요. 


상대를 독점할 수 없는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상대를 독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를 존중하며 나름의 관계를 꾸려나가면 되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R군은 상대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나름의 관계를 꾸려나가길 선택한 것이고요. 


R군이 비참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R군의 선택의 문제이지 어장 관리하는 여자 친구 때문에 비참 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R군은 내가 노력을 하면 잘해주면 여자 친구가 나에게 올인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동물원의 사자 우리에 들어가 “내가 사랑해주면 사자도 날 사랑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각자의 스타일이 있어요. 물론 그 스타일이 변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할 수도 있는 것이지 내가 잘한다고 노력한다고 상대가 변해줘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자 친구의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기보다 R군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독점하지 않고도 연애를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저라면 굳이 사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상대도 사귀는걸 간절히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친한 지인으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여사친 남사친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양쪽 다 윈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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