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과 비난을 하다가 관계는 깨져버릴 수밖에...
우리는 불쾌한 기분이 들면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주로 이 불쾌한 기분이 타인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을 넘어 타인이 잘못했고 문제라고 생각해버린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의 잘못이고 문제라고 생각해버리면 우리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상대가 전적으로 잘못한 건데 무슨 대화가 필요한가!? 결국 추궁과 비난을 하다가 관계는 깨져버릴 수밖에...
남자 친구는 저를 만나기 전에 4년 정도 만났던 여자치구가 있었고 오래 만난 탓에 2년 정도 힘들어하고 그리워하다가 저를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저희는 이제 연애를 시작한 지 2달 정도 지났고요... 문제는 제가 우연히 남자 친구가 가끔씩 전 여자 친구의 sns에 들어가 본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사귄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정말 죽고 못 살 정도로 서로 사이도 좋았는데 말이죠...
절대라는 건 없겠지만 다시 만날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제 입장에서는 불쾌하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네요... 사실 현재 남자 친구와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매일 보는 사이이긴 한데... 그래서인지 더 트러블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제 앞에서는 행복해하면서 속으론 전 여자 친구를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남자 친구는 아직도 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걸까요...? 저는 이것에 대해 남자 친구에게 이야길 하면 안 되겠죠...? 자꾸 그냥 다 정리하고 이직을 할까도 생각을 해요... 저는 어떡하는 게 좋을까요...?
- K양
K양아... 내게 보낸 사연을 스스로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정말 내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묻는 건가...? 이미 K양은 모든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려놓고 있지 않은가?
말로는 "저 어쩌죠...?"라고 말하지만 이미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 전 여자 친구에게 미련이 남은 남자라고 확신을 하고 있는 상태이면서... 무슨 조언이 필요할까...? 혹시 남자 친구는 나쁜 놈이니 빨리 정리하고 이직해서 좋은 사람 만나는 게 맞다는 이야길 듣고 싶은 걸까...?
사실 K양의 케이스는 이미 결론이 난듯하다. 앞서 말했듯 이미 K양은 마음이 상했고, 남자 친구의 해명에도 상한 마음을 쉽게 추스를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안타깝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정리를 하고 이직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확히는 이 상황에서의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다만 난 K양이 조금 다른 시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애에는 어느 정도의 소유욕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마음속에 오로지 나만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상대의 마음속에 아무리 작은 영역이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영역이 있는 것에 불편함 혹은 불쾌함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대의 마음의 모든 영역을 오로지 나로만 채우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게 무조건 좋기만 한 걸까...?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메일을 받는 입장에서 가장 이해가 되질 않는 건 그렇게 사랑했다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면서 다른 사람이 생기면 마치 그 사람과의 모든 것들을 쓰레기 취급해버린다는 거다. (심지어! 마음이 정리되고 나서 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고 험담을 하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으면서 이전의 연애를 전혀 정리하지 않는걸 좋다고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새 연애를 시작했다고 이전의 연애를 쓰레기 치우듯 하고 상대의 이전 연애 또한 쓰레기 취급하는 건 뭔가 조금은 각박하기도 하고... 연애라는 자체가 너무 가벼워 보이지는 않을까?
K양처럼 남자 친구의 그러한 태도가 너무 불편하고 불쾌하다면야 헤어지는 게 맞겠지만 조금의 여지가 있다면 남자 친구가 가끔 정도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걸 허락해줄 수는 없을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정도를 허용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