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당황하고 좌절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무조건 잘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떤 일을 위해선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지방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 중인 30살 남자입니다. 그동안 정말 돈 때문에 너무 바빠서 연애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사연 올립니다.. 30살 먹고 연애 한번 못해봤다고 하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 하실지 모르겠지만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형편상 부모님이 돈에 집착을 하셔서.. 저 역시도 돈 버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느라 다른 걸 돌아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돈이 조금 모이고 막상 연애를 해보려고 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하는지! 연애가 대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말씀드리자면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왔고 군대 제대 후 얼마 안 있다가 바로 대기업에 취직을 했었습니다. 그 후 3년 정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요, 하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과 부모님 돈을 조금 합쳐서 식당을 차렸습니다. 다행히 식당은 정말 잘 되고 있고요. 그래서 이제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우선 지방이라서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분을 만나기가 조금은 힘든 거 같고요.. 그래서 결혼정보업체에도 가입을 해서 여러 번 여성분들을 만나봤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연애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 건가요? 저 이러다가 평생 돈만 벌면서 사는 건 아니겠죠..?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L군
남자분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여자분들의 경우에는 비슷한 경우가 참 많아요. 부모님들께서 자녀의 연애사에 깊숙이 개입을 하시면서 훼방 아닌 훼방을 놓으시곤 하죠.
한 번은 30대 중반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20대 때부터 연애를 하려고만 하면 부모님들께서 나서서 이 남자는 이래서 안된다 저 남자는 저래서 안된다 하시면서 반대를 하셨고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알고 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제는 빨리 결혼하라고 독촉을 하시는데 어디서 어떻게 남자를 만나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하셨어요.
물론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다 자녀의 행복을 위한 조언이셨겠지만 자녀에 대한 과한 간섭은 L군이나 그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처럼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L군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을 했음에도 연애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쉽게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따진다는 게 뭔가 너무 이성적이고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랑할 사람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첫 느낌으로 정해버린다는 것도 또 이상한 것 아닐까요? 군대를 다녀와 바로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3년 정도 일해 식당을 차릴 정도라면 스스로 나름의 프라이드를 느낄 텐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연애하라고 핀잔을 줄 수는 없는 일이죠.
물론 L군이 정말 눈이 과하게 높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앞으로 자연히 맞춰질 확률이 높아요.
저는 L군에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연애에는 근처도 가보지 않고 일에만 몰두를 했으니 연애는커녕 이성을 대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힘든 게 당연해요. 연애도 일종의 외국어 같은 것이니까요.
L군이 아랍어를 배우고 싶어서 학원에 갔는데 아랍 문자를 하나도 모른다고 해서 창피해할 건 없잖아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죠. 다만 L군의 입장에서는 아랍어보다 연애가 좀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L군이 아랍어를 떠듬떠듬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구나?”라며 초심자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겠지만 L군이 연애를 헛발질하면 다른 사람들은 “뭐야...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몰라!?”라며 당황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어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는 모두 다 내가 귀여운 탓이라 생각하자!”라고요. 아마 당분간 L군의 연애 시도는 수많은 실수들로 가득 찰 거예요.
그건 L군이 바보여서가 아니라 남들은 토익처럼 틈틈이 연애라는 외국어를 공부해왔지만 L군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초급 레벨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이성과의 만남을 늘려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방이라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한 달에 한번 정도 파티를 하는데 세종시에서 자주 오는 형님도 있다니까요!+_+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그만한 노력으로 이겨내는 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