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어떻게 하면 매끄럽게 만들까
연애를 하며 상대와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잘잘못을 따져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당신이 연애를 하는 이유가 누가 더 옳은지를 가리는 것이라면 상대의 말 하나하나 누가 맞고 틀린 지 정확하게 가리고 틀린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좋겠지만 당신이 하고 싶은 게 행복한 연애라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관계를 어떻게 하면 매끄럽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사귄 지 이제 막 100일인데 별것도 아닌 일로 자주 다투는 커플입니다. 완전 초반에는 제가 해외출장을 가게 되면 너무 보고 싶어서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하던 남자 친구가 말을 너무 생각 없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빠가 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최근에 남자 친구가 너무 자주 싸우니까 좀 진지하게 이야길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얘길 하다가 더 싸워버렸네요. 한번 봐주시겠어요?
오빠: 우리 싸우는 이유가 보통 내가 말을 자기 기분 나쁘게 해서 그렇잖아~
나: 음 그러면 앞으로는 화나도 서로 화부터 내지 말고 차근차근 얘기해보자
오빠: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나한테 기대를 많이 할수록 자주 싸우는 것 같아
나: 오빠 입장에서는 여자가 기대를 많이 한다고 느낄 수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초반에 오빠가 나한테 잘해주던 모습을 좋아했었던 건데, 그때 모습이 가식인 것 마냥 온데간데없으면 실망하고 서운함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오빠: 근데 당연히 연애 초반이랑은 달라지는 거 아냐? 콩깍지가 벗겨졌으니
나: (여기서 너무 화가 났어요.,..) 지금 나한테 콩깍지 벗겨졌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야?
오빠: 아니 나는 현식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는 거야. 자기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나: 현실적인걸 떠나서 여자 친구한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나는 오빠한테 콩깍지가 벗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변한 게 뭐가 있는데?
오빠: 그렇지..
말이라는 게 진짜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말을 해도 진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데 본인은 그 말이 상대방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파악 못한 채 내뱉더라고요. 제멋대로에 고집 센 남자 친구라 제가 너무 지치는데, 생각해보면 표현 안 해준다, 예전이랑 변했다, 말을 기분 나쁘게 한다 하면서 서운한 점을 강조하는 저도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지칠 것 같기는 해요. 그냥 태생부터 안 맞는 건지, 헤어지는 게 답인지 예전에 달달한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가 마음을 비우고 조금 놓아주는 게 답일지,......
- B 양
B양의 사연을 읽는 사람에 따라 "남자가 여자 친구가 맘 상하게 말을 했네!" 혹은 "여자가 남자 친구를 먼저 긁은 거 아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 B양이 B양의 시각에서 이야길 했으니 나는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길 해볼 테니 남자 친구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는 B양의 말처럼 싸울 맘이 있었던 게 아니라 차분히 대화를 나누며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일단 이게 중요한 거다. 대화의 시작 자체는 B양과 좀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또한 먼저 자신의 잘못을 앞에 두면서 B양을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길 시작했다.
문제는 '항상 나에게 기대를 많이 할수록'이란 부분인 것 같은데, B양은 이 부분에 대해 "뭐야? 그럼 내가 기대를 많이 해서 우리가 매일 싸우고 있다는 소리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다. 이에 B양은 내 탓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잘해주던 모습을 보고 좋아한 것', '가식인 것 마냥', '실망하고 서운함' 등의 날카로운 단어들을 선택했고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이것에 또 마음이 상할 수밖에! 그렇지 않은가? 반대로 남자 친구가 B양에게 "나한테 잘해줘서 좋아했던 거야."라고 말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대 입장에서는 불쾌하고 불편할 수밖에!
그러니 남자 친구도 "내가 무슨 호구야? 그리고 내가 가식을 떨었다고!?"라며 불쾌함을 표현하기 위해 '콩깍지'발언을 꺼내게 된 것이다. B양의 말처럼 말이라는 게 '아'다르고 '어'다르고 그렇게 보면 B양의 태도도 그렇게 바람직했던 건 아니다.
B양과 남자 친구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자면 B양의 사연을 듣는 사람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일방적으로 어느 쪽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거의 대부분의 연애 다툼이 그렇다. 한쪽의 일방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한쪽이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으면 다른 한쪽에선 그걸 큰 싸움으로 키운다.
이게 사업이라면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정확하게 가려서 각자 잘못의 크기만큼 책임을 져야겠지만 연애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사업은 각자의 이익이 목표지만 연애는 서로 호의를 주고받으며 함께 행복한 관계를 누리는 게 목표이니 말이다. 이쯤에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의 한 구절을 음미해보자.
현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이 논쟁하고 괴롭히고 반박한다면 이기는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허한 승리에 불과하다. 당신은 결코 상대방의 호의를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1. 사람은 논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는 목표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기분이 좋다고 100미터 달리듯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연애를 한다면 논쟁은 도리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피하고 대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지는 것 혹은 손해 보는 것, 나만 참아야 하는 것으로 느낀다는 거다.
논쟁을 피한다는 건 상대에게 지고 양보하고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한 연애를 하기 위함이다. 남자 친구의 "나한테 기대를 많이 할수록 자주 싸우는 것 같아"라는 말에 B양이 귀엽게 울상을 지으며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 같아요~?"라고 말을 했다면 대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오빠가 먼저 이상하게 말했잖아요!"라고 생각이 든다면 결과론적으로 생각해보자. B양의 작은 센스로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것과 칼같이 잘못을 지적하며 싸우는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 중 무엇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말해도 뭔가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말로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놀랍게도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이기고 지는 것에 민감하게 여기며 단 한 뼘도 지지 않으려는데에만 집착하곤 한다. 차라리 그럴 거면 "나랑 딱 맞지 않는 사람이랑은 헤어질 거야!"라고 쿨하게 생각하던가...
아들러는 타인을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남자 친구는 적도 아니고 친구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 아니던가. 내가 입을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잘잘못을 정확하게 따지려고 하기보다 서로의 관계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면 과감히 이별하자. 상대의 말에 센스를 좀 더 발휘해 보는 건데 그것 조차 상대가 하는 만큼만 하고 싶다는 건 이미 관계가 끝났다는 소리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