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님, 전남친은 여자친구도 생겼으면서 왜 저에게 힘든일들을 늘어놓는 걸까요?
- L양
L양의 질문은 한줄이다. 정확히는 공백 포함 43자, 공백 제외 35자이다. 그런데 난 이 짧디 짧은 질문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L양이 원하는게 전남친에 대한 욕이라면 나한테 보내기보다 네이트 판이나 네이버 지식인에 올리는 편이 나을거다. 그러면 L양이 듣고 싶은, 혹은 L양이 상상도 못했던 욕들을 나 대신 쏟아내줄거다. 대충...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연락을 하는 전남친은 쓰레기다!"라는 식일 텐데...
문제는 L양이 그런 말을 기대했다면 애초에 내게 질문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거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전남친을 욕하고 말아버릴텐데 L양이 이런 뻔한 질문을 내게 하는건 대충 서너가지 정도의 생각들이 L양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들은 대충 이런식이다. "혹시... 여자친구보다 날 더 좋아하는 걸까...?", "혹시 다시 내게 돌아오고 싶은걸까? 아니면 가능성이라도...?", "내가 먼저 연락한건 아니니까 내가 나쁜X은 아니잖아! 그치!?", "의도가 뭘까...?"
각 질문에 대한 짧은 답을 해주자면 이렇다. "현 여친보다 L양이 더 좋은것도 아니고, 돌아오고 싶다는 강렬한 어필도 아니며, L양이 나쁜X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캥길게 없는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의도는 이거다. '그냥'"
자 이제 하나하나 풀어보자. 일단 전남친이 L양에게 힘든 얘기를 한다고 L양에게만 한다는 보장은 없는거다. 현여친에게도 했을 수도 있고, 그냥 여사친에게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랜덤채팅에서 만난 낯선이에게도 했을 수도 있는거다.
그리고 L양에게 돌아갈 마음을 강력히 어필하는 것이라면 막연히 힘든일을 늘어놓기 보다 서두에 잠깐 흘리고 후에 바로 술한잔하자고 했거나 적어도 L양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고 했을거다.
또한 L양이 먼저 연락한건 아니지만 전남친이 뭔소리를 해도 들어주니 편하게 연락을 하고 힘든 일들도 늘어놓는거다. 그러니 L양도 똑같다! 나쁘다! 이런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난 잘못하나도 없는데 쟤가 그랬어! 라고는 할 수는 없는거다.
마지막으로 힘들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말못하는 비밀이 아니다. 본인이 편하다고 느끼면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있는 얘기일 뿐이다.
사실 L양의 질문의 핵심은 전여친에게 힘든일들을 늘어놓는 여친이 있는 전남친의 심리가 아니라 여친이 있는 전남친의 별뜻없는 말에 자꾸 의미를 찾으려는 L양의 심리다.
나는 L양도, 여친이 있으면서 L양에게 주접을 떠는 전남친도 비난하거나 나쁘게 보고싶지 않다. 다만, L양이 "쟤는 왜그럴까?" 라면서 아닌척 위시풀 싱킹에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행동에 의문이 들땐 쓸데없는 위시풀 싱킹을 하기보다 내가 의문을 같는 원인을 찾아보고 또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해야할 일과 감수해야할 것들을 따져보며 보다 능동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