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 Sep 09. 2021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

아이의 꿈 이야기

나는  꿈을 꾸지 않을까?
예쁜  꾸고 싶은데...


  어느 날, 다섯 살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꿈을 꾸긴 꿀 텐데 기억이 안 나는 걸까, 아니면 정말 꿈을 꾸지 않는 것일까 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이가 꼭 재미있는 꿈을 꾸게 되어 다음날 아침까지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아침, 지난밤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아이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공룡 꿈을 꾸었고 같이 공룡시대를 산책했다고 매우 신나서 대답했다. 나는 정말 기뻤다. 아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공룡이 꿈에 나왔다니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꿈을 꾸어 너무나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도 아침마다 간밤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 물었다. 꿈 안부는 어느새 우리의 아침 인사가 되었다. 어떤 날은 불가사리 꿈을 꾸었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백상아리 꿈을 꾸었다고 했다. 처음 며칠은 꿈을 꾼 것을 기뻐하며 꿈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는 매번 신나게 얘기해줬고 나 역시 매번 기뻤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떻게 저렇게 매일 바다 생물이나 공룡이 나오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그것도 매일 저렇게 생생히 기억해내다니. 아, 문득 깨달았다. 아이가 매일 아침 내 질문에 답을 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물론 내가 아이의 꿈속에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거짓말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일반 사람들의 꿈 패턴으로 미루어봤을 때 아이가 꿈을 지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러면서 아이를 곰곰이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꿈에는 큰 트리케라톱스가 나왔어!" 아이의 대답에 내가 "진짜?? 우와~!!" 하며 같이 기뻐했는데, 그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아이는 내가 크게 기뻐하며 더 물어봐주는 그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나의 반응이 아이의 마음에 이렇게 크게 다가가는구나 깨달았다.


  , 나의 재미난 꿈을   떼서 아들 콧구멍에다가 넣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아이의 꿈속에서 진짜 공룡과 신나는 산책 시간을 가지길. 그리고 나는 내일도 최선을 다해 기뻐하며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가 기로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화와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