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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sser panda Jun 05. 2021

N잡러 이팀장 ㅡ 14

14. 중독

임원회의에서의 고성에 분위기는 긴장.

으레 있는 주간 행사지만 그래도 다들


긴장은 한다. 회사를 다니는 한 눈치는


맞춰야 하니까.


대표에게 혼쭐난 임원들의 표정이


안 좋다. 뭔가 안 좋지만 자세히는 알 수 없다.


차차 알려지겠지.


ㅡ상대 기분에 맞춰 일도 물음도 적당히


해야 한다.


사수가 얘기해준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버릴 것이 하나 없었다.


살면서도 알아둬야 될 것만 같은


사회생활의 기본이고 우리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전수해준 거다.



메신저로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빨라진다.


사내 업무 파일 공유할 겸 메신저로 일을 많이 하는데 메신저로 업무는 물론 험담도 많이 한다.


사내 메신저는 아니고 타기업의 대중 메신저로 이용해서 검열 대상은 아니다.


다행인 건 옛날처럼 종이 결재가 아니라 전자결재라는 것.


그룹웨어에서 결재도 수정 가능해서 종이 보관이 줄었지만 온라인 문서의 조작과 보관을 못 믿는 탓에 종이문서도 같이 처리하는 이중 일처리 방식이다.   



속을 터놓을 사람은 없었다.


신입은 대전에서 KTX를 매일 타고 다니는 지방 사람이라


일이 끝나고도 기차 시간 맞춰 가느라 밥도 술도 같이 할 여유가 없었다.


사수가 나간 뒤에 내 보직과 같은 사람을 뽑지 않고 다른 보직의 대리급을 뽑았다.

황당했다.

그럼 나보고 두 사람 몫을 하라는 것인가.


사수가 나갈 때도 누가 업무분담을 해주거나 사람을 하나 더 뽑아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상사 직군의 사람들은 나가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수가 나간 뒤 업무가 몰아칠 때 너무 바빠서


화장실도 갈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자 대표가 웃으며 그랬냐고 한다.


신기하면서 웃겼나 보다.


대표 방안에 있으면서 손톱을 깎고 잠시만 방 밖을 나와봐도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텐데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말투라니.


물론 사수가 나가고 업무 적응이 덜 된 탓이기도 했지만 직급도 다른 업무량도 넘치는 일을 한 노력들을 알아는 주어야 할 것 아닌가.


내 생각과는 다른가보다.


이상하게 수긍하고 있는 자기 합리화의 내 모습이


억울에서 아무렇지 않은 주변의 시선 속에 수긍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인가.


 자신에 대해 신념이나 생각마저 지배되고 조작되고 있는 듯한 느낌.


나는 틀리고 너는 맞고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러 회의와 사건들이 지속되는 회사생활에 대한 적응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반발심의 싹이 생기기도 한다.


태도의 변화와 함께 동료들과 맥락을 다르게 하는 의견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의문이 피어난다.



업무적 괴리와 피로는 커피를 못 마시던 나를 바꿨다.


사내 복지라는 믹스커피를 하루에 1잔씩 원샷하면


떨어진 당이 반짝 올라온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렇게 커피에 중독됐다.


그와 함께 월급이라는 마약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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