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sser panda
Aug 11. 2021
워크숍이 끝난 다음주 월요일 출근.
월요병이란 말은 항상 옳다.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9시 땡 할 때 후다닥 모이는 사무실의 풍경.
지문 체크가 9시를 넘기지 않도록 조르륵 회사 문 앞에 줄을 서던 풍경은 이제
사라졌다.
발 빠른 IT 시대에 맞게 사내 그룹웨어로 바뀌어
컴퓨터를 빨리 켜서 로그인하는 시간이 출근 시간이다.
가끔 대표가 늦게 올 때 지각하는 신대리의 대리출근은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다.
신대리의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을 대신해주면 신대리는 9시 10분을 넘겨
회사로 유유히 걸어 들어온다.
ㅡ 누군가 출근 시간의 기록이 회사를 대하는 자세라고 했던가.
출근 시간에 따라 마음자세가 다르다고 하다던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출근시간보다 항상 더 일찍 출근하는 자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있다고.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했다.
첫 출근하던 날 너무 기뻐서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룰루랄라 하던 마음을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몇 달 부지런한 생활을 하다가 초심을 잃기가 부지기수.
다들 경쟁적으로 9시에 맞춰서 오는 것을 버거워한다.
집단생활이란 유치원부터 학교까지 사회생활의 전초전이라면
회사 생활은 아마존처럼 생태계의 끝판왕이라면 맞는 말일 것이다.
회사 생활에 맞는 인간형이란 끊임없는 변화와 적응에 유연하고
사내 권력 앞에 굴종할 수 있는 비겁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부당한 지시라도 감내할 수 있는 인내력을 더 공고히 다지고
견뎌내야 비로소 회사의 집단생활을 잘한다는 인정을 받는다.
ㅡ그런 인정 따위 누가 해준다고 뭐가 달라지나?
사내에서는 평판이 중요하고 승진에 당락이 달려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여러 모로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삶.
어디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극히 개개인의 주관적이고 수치적으로
기계화되어 평가되는 비인간적이면서 인간적인 기준이 그것이다.
인사이동 시즌이 다가온다.
회사가 작아서 딱히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들어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있다.
그래도 변수는 있는 법이고 인사 발표가 벽보에 붙는 순간
모두들 술렁거린다.
ㅡ부장의 명예퇴직.
시작이었다.
입사하자마자 누명을 뒤집어쓴 신세여서 누구에게도 원망과
억울함을 토로하지는 못했지만 놀라고 시원섭섭한 기분은 무엇이지.
부장의 퇴사로 사내는 술렁였고 부장은 나가면서 지금 회사와
유사한 회사를 창업한다며 사내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돌아가며
밥을 샀다.
물론 나에게도.
하던 일을 나가서 한다는 것은 안전하기도 하지만
창업한다는 건 영업이 돼야 가능하지 않나.
부장이 먹고 싶은 게 뭐냐며 물었다.
나는 그 당시 한참 유행하던 샤브샤브를 말하니 맛집에 데려가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결론은 나중에 창업하면 자기 회사에 오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