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돌멩이

#072

by 서하

길 위의 돌멩이


by 서하


나는

어디에도 박히지 못한

부서지고 부서진

길 위의 돌멩이


비탈을 굴러

덜컥, 부딪히고

딱, 튕겨나가

길 위에 멈췄다
다시 구른다


바람이 스치면

흔들리고

비에 젖으면

깎이고

눈에 쓸리면

또 깎인다


사람들의 발끝에

차이며
내 몸은 조금씩 깨지고

조금씩 지워진다


사라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모서리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흠집마다

물이 스미고

빛이 고인다


나는 여전히

굴러다니는 돌멩이
머리조차 기댈 수 없는

이 길 위에서


깎이고 지워지고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나를 품은 이는
언제나
당신.




✥ 모티브: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마태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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