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밀한 기적을 알아보는 마음
(Week 01. 보이지 않는 시작 / 임신 1–4주 / 대림 1주)
#만삭낙태법반대 #깨어남 #은밀한확신 #보이지않아도믿는힘
임신 3–4주 차,
태아는 겨우 2mm 크기의 작은 점 같은 존재다.
아직 눈도, 손도, 심장도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시기부터 빛을 감지할 세포들—훗날 망막이 될 신경 조직—이
조용히 분화하기 시작한다.
보지 못하지만 이미 '빛을 향한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순간 어머니는 아직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알고 있다.
가벼운 메스꺼움이 느껴지고, 이유 없는 피로가 밀려오고, 평소와 다른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난다.
호르몬이 변화하고, 자궁이 준비되고, 보이지 않는 연결이 시작된다.
태아의 세포들은 매 순간 폭발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세포가 생겨나고,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우주가 펼쳐지듯 생명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보게 될 능력'이 조용히 준비되는 시간.
보지 못하지만 이미 '빛을 향한 준비'가 시작되는 시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다가온 두 사람의 소경도
이와 비슷한 내적 여정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보지 못했지만 예수님을 알아보았고,
볼 수 없었지만 이미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마태 9,27)
그들은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아본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아도 이미 자라고 있는
내적 확신, 은밀한 감각,
하느님의 현존을 향한 작은 떨림.
믿음은 언제나
‘보이는 것’보다 먼저 자라는 법이다.
태아가 빛을 보기 전
빛을 감각하는 신경이 먼저 생기듯,
우리의 영혼도
응답하기 전에 알아듣는 감각이 깨어난다.
기도가 입술에 닿기 전
기도의 신호가 마음에서 일어나고,
기적이 눈앞에 펼쳐지기 전
이미 은총의 움직임이 우리 안에서 시작된다.
예수님은 소경들에게 이렇게 물으신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마태 9,28)
이 질문은
이미 믿고 있는 자를
더 깊이 깨우는 질문이다.
대림 시기,
우리 안에도 이렇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각들이 있다.
아직 형태가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어떤 방향,
아직 보이지 않지만
깊은 곳에서 깨어나는 확신,
이유는 모르지만
하느님께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다시 ‘빛’으로 부르시는 은총의 기척이다.
빛을 보지 않아도
빛을 향해 돌아서는 영혼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은총에
조용히 응답하며 하루를 걸어갈 수 있다.
믿음은
확신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은밀한 기척을 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되니까.
주님,
아직 보지 못해도
이미 제 안에 깨어나는 믿음을 알아차리게 하소서.
빛을 보기 전
빛을 느끼는 태아처럼
당신의 현존을 향한 작은 떨림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자라는 은총을
놓치지 않는 눈을 제게 주소서.
아멘.
“믿음은, 보이지 않는 빛을 먼저 감각하는 마음이다.” by 서하